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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쓰임 Note] 제주를 걸으며 마주한 고독 20170409 쓰임교회 주일설교 제주를 걸으며 마주한 고독 23. "보아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니, 그의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할 것이다." 하신 말씀을 이루려고 하신 것이다. (임마누엘은 번역하면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다.) 올레길을 걷다 빛으로 오신 주님의 사랑이 이곳에 모인 모든 분들과 함께 하시길 빕니다. 저는 이번 주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제주도를 다녀왔습니다. 작년부터 혼자 올레길을 걷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4코스와 5코스를 역방향으로 걸었습니다. 두 개의 올레길을 걸으며 그리고 3박4일의 여정동안 느꼈던 짧은 단상을 여러분들과 함께 나눠볼까 합니다. 사실 혼자 떠나는 여행이 고독할 줄 알고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부딪힌 고독감은 더 깊었습니다... 더보기
[에세이] 내 보폭으로 걷는 인생 ​ 오늘 제주의 하루는 어제와는 다른 그런 날이었다. 그래서 고되고 의미있었다. 포기하고 싶었다. 젖은 신발을 그대로 신고 걷느라 오른쪽 발에 큰 물집이 잡혔다. 그래도 걸었다. 그 상태로 20키로 이상 더 걸었다. 누구에게 하소연 할 수도 없는 이 상황에서 걷고 또 걸었다. 순전히 내가 걸을 수 있는 나만의 템포로 걸었다. ​나와의 싸움이었다. 삶이 이러하지 않던가. 누군가의 기대 때문에 내 보폭대로 걷지 못해 힘겨워했던 나날이 그 얼마나 많았던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몰아붙였던 수많은 나날들. 그래서 홀로 걷는 건 의미가 있었다. 내 안의 법을 세워 멈추고 나아갈 때를 스스로 판단하는 것! 삶에서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판단 주체를 깨닫는다. '나'이면서 '신'의 음성이기도 한 이것을 발에 새겨.. 더보기
[에세이] 걷는다는 건 흔히 사람들은 '글자를 발로 썼냐'며 놀리곤 한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발로 쓴 글이 얼마나 아름답고 정직한 지를 말이다. 울림이 있는 말, 사람을 감동하게 하는 글은 그 사람의 발이 닿았던 현장의 언어들이 아니었는가? 두 발로 걷는다는 건 그저 시간 때우기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스승님께서는 걷기란 나뉘고 분열된 땅 혹은 세상을 두 발로 잇는 행위라고 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 걷고 또 걷나 보다. 나뉘고 분열된 자아를 다시 찾기 위해, 세상이 하나의 공동체였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 무릎의 연골이 다 닳아 없어질 때까지 일상에 틈을 내 걷고 싶다. 그래서 길 없는 그 어딘가에 새로운 길 하나 내고 가면 잘 산 인생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작가야의 이중생활 문학과 여행 그리고 신앙 www.yo.. 더보기
[에세이] 목사, 참 사람이 되고 싶다 ​ 목사의 정체성은 무엇으로 증명될까. 갑자기 생각이 거기에 머물렀다. 현재 몸 담고 있는 교단의 정년 은퇴는 70세이다. 은퇴한 목사라. 70세가 되어 은퇴를 하고 나면 그 때부턴 목사가 아니란 말일까. 그 때부턴 무엇으로 존재가 증명될까. 궁금해졌다. 몇 년 동안, 교회 안과 밖의 경계선을 걷고 있어 그런지 목사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끊임없이 따라 다닌다. 잠시 생각해 본다. 무엇이 먼저일까. 목사로의 '나'가 먼저일까, '나'로서의 목사가 먼저일까. 아님 이런 생각 자체가 조삼모사일 뿐인걸까. 나름 가깝게 지내는 목사님들 가운데 참 좋아하는 40대, 50대, 60대 목사님들이 계신다. 그분들은 적어도 후배의 질문에 뻔한 답을 내려주시지 않는다. 오히려 몇 가지의 질문 거리를 더 안겨주신다. 그분들.. 더보기
[에세이] 삶이란 배움터이다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사람은 앎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물론 그 욕구의 동기는 다양할 테지만 말이다. 하지만 존재를 뒤흔드는 일의 발생 이후가 가장 강렬히 앎을 원하는 순간 아닐까. 토대를 흔드는 어떤 일을 겪게 되고 점차 시간이 흘러 마음의 흥분이 가라앉고 나면 사람은 자신에게 발생한 사건을 두고 이리저리 생각해 보게 된다. 어릴 적부터 개신교에서 성장해 온 터라 천주교와 불교는 늘 적대의 대상이었다. 지금에 와 생각해보면 얼굴이 너무나 붉어진다. 이웃 종교에게 죄송하고 미안할 따름이다. 하지만 어떤 배경과 분위기 속에서 성장하다보면 내가 보고 느낀 세상만이 전부라고 여기게 된다. 정서가 그렇게 자리 잡혔기 때문이다. 아무리 정신이 위대한 사람도 정서가 뒤죽박죽인 곳에서 사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더보기
[에세이] 존재로 서는 삶 오랜 책에는 떠나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유목민과 같은 삶, 방황하는 삶 등이 떠나라는 말이 내포하는 삶의 다른 표현일 테다. 왜 오랜 책은 자꾸 떠나라 할까? 정착하지 말고 왜 계속해서 떠나라고 그랬던 걸까? 그 함의를 짐작해 보건대, 거기엔 소유의 유혹을 극복하고 끊임없이 존재로 서라는 뜻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사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정처 없이 떠나는 삶을 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내가 아는 분들 중 몇몇은 실제로 그런 삶을 살아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그렇게 살기 너무 힘겹다는 것을 말이다. 좋아하는 선생님의 글을 읽다가 헨리 나우엔이 했던 말과 마주했다. 그는 드러나게 살진 못해도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하늘의 음성을 듣고 공감하며 하늘 뜻에 반응하며 사는 삶을 돕.. 더보기
[공부의 시대] 나의 인생, 나의 학문 '유홍준' 창작과 비평 50주년 기념 명사특강에 다녀왔다.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소식을 접하고 신청했더니 운 좋게 당첨이 됐나 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를 읽어보진 못했지만 출판사 이름과 강사의 이름, 특강 제목이 마음에 들어 신청했다고 할 수 있다. TV에서 몇 번 뵙긴 했지만 실제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런 자리가 있을 때마다 함께 가고 싶은 사람이 떠오르지만 함께 할 수 없음에 억지로라도 마음을 추스르고 그곳으로 향했다. 당첨자 우선이라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는데, 특강 마치고 돌아보니 신청 없이 당일에 온 사람들도 많았다. '역시 명사긴 명산가보다.' 기억에 남은 이야기 한 가지를 남겨볼까 한다. 작가 유홍준이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1786-1856)의 글씨체를 갖고 이야기를 했.. 더보기
[에세이] 잘 사는 인생 이 아침, 제가 탄 버스가 비 폭탄을 이기지 못하고 도로 곳곳에 고인 물을 출근길 직장인에게 시원하게 뿌리며 달리네요. 참 인생이란 것도 이런 것 아닐까요?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을 주며 사는 건 기대하기 어렵더라도, 다만 누군가에게 피해만 주지 않고 살아도 잘 산 인생 아닐까요? 입고 나온 옷이 충만히 젖는 이 아침, 모두 평안입니다. 이작가야의 아틀리에 이작가야의 아틀리에(Atelier)입니다. Lee's Atelier www.youtube.com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