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작가야의 BibleSalon

작가 78

운명

2024년 10월 5일 토요일 "모든 작가는 자발적으로 작가가 된다. 그런데 그의 그 자유로운 선택의 시간에 그가 작가 아닌 다른 이름을 떠올리지 못한다면, 꿈꾸는 일 말고 하고 싶은 다른 일을 찾지 못한다면, 그가 다른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 (...) 자유와 운명이 한 단어라는 것은 그런 뜻이다." 자유롭지만 한 가지 선택밖에 할 수 없다면 그것을 자유라고 할 수 있을까. 작가가 바로 그러한 존재라고 말한다.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지만 단 하나의 선택만을 할 수밖에 없다면 그것은 자유인가 부자유인가. 그럴 때 출현하는 개념이 바로 운명이다. 자유롭게 선택했지만 그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 그것을 사람들은 운명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게 어디 작가에게만 해당하는 말이겠는가. 사람이 다 그러하다...

Salon 2024.10.05

도피

2024년 9월 29일 일요일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최선을 다해 사는 사람의 동기가 도피인 경우가 있다. 열심히 일하는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런 사람이 있다. 내부를 피해 외부로 달아난 어떤 사람은 외부에서, 그러니까 세상에서 정말 열심히 일하고 최선을 다해 산다. 그는 내부의 '나'를 만나기가 두려워서 외부에서만 산다. 외부에서 타인과 일과 열심히 산다. 누구보다 바쁘게 최선을 다해서 산다. (...) '자기 착취'가 그렇게 이루어진다." (에세이)  일에 몰두하고 싶을 때가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다. 그러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그러고 싶었던 것일까. 일의 시작과 과정, 결과에 '나'가 있다면 그것은 아주 좋은 경우다. 일에서 기쁨을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그..

Salon 2024.10.02

다른 반응

2024년 9월 28일 토요일 "이따금 머릿속에 생각과 표현이 가득 차거나 격한 감정이 몰아치면 이런 순간을 한물간 표현으로 '영감'이라고 하는데 물론 그 충만감이 커다란 만족으로 이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 영감이 나를 완전히 지치게 하거나 마음을 가라앉게 하고 혹은 공허감을 남겨 줄 때가 문제다. 그 상태에 이르면 나는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게 된다." 가득 차거나 몰아치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살면서 가끔 경험하는 충만감이다. 반대의 일도 일어난다. 가득 차거나 몰아치지만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지치고 마음이 가라앉고 공허해진다. 살면서 가끔 경험하는 결핍감이다. 같은 감정이 같은 반응을 일으키지 않으니 신기하면서도 답답할 노릇이다. 사람이 그러하다.   이작가..

Salon 2024.09.28

천천히

2024년 9월 12일 목요일  "내게 글을 쓴다는 것은 극도로 천천히 말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충분히 생각할 수 있고 잘못을 수정할 수 있으며 오해를 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글쓴이는 이 이야기 끝에 요즘 많은 사람은 점점 '빠르게 말하는 글'을 쏟아낸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동의한다. (나를 포함해서) 사람들은 점점 공글리지 못한 글들을 쏟아낸다. 지면이 마치 감정받이가 되는 양 말이다(물론 지면은 활용하기 나름이나 쉽게 휘두른 펜에 맞은 상처 또한 타격감이 크다). 좋은 글은 수련행위와 같다. 잘 쓴 글은 충분히 시간이 할애 됐거나 충분한 고민이 녹아든 글이다. 글을 쓰는 행운을 누린다. 스스로에 대한 한계와 고통을 껴안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본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

Salon 2024.09.12

안개

2024년 9월 11일 수요일 "그러나 안개 속에서만 보이는 이것이 우리의 진실이라면? 진실이란 본래 그렇게 우울하고 애매한 것이라면? 빨려들듯 찾아갔다 도망치듯 떠나오는, 진실의 공간, 무진(지명)은 우리에게 왜 문학이 필요한지를 알려주기 위해 거기 있다." 무진은 안개로 유명한 곳인가 보다. 작가는 무진을 찾아갔다가 안개 덕에 삶의 진실을 맛보았나 보다. 문학은 확실하고 명료한 것들에 의문부호를 붙이는 분야다. 그래서 문학이 안개와 닮았나 보다. 안개는 불확실한 대기니까. 삶에 확실한 것이 있을까. 삶이 확실하지 않다는, 이 사실만이 확실한 사실이 아닐까. 이것이 내가 문학을 좋아하고 또 문학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이유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나누는 말씀 사색www.youtube..

Salon 2024.09.11

능력의 차이

2024년 9월 10일 화요일  "저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능력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차이가 100배에 이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김두식 교수)  임금에 관한 얘기다. 월급 말이다. 사람의 능력은 차이가 있다. 나보다 일 잘하는 사람은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 그런데 이러한 사람들 간에 능력의 차이가 월급의 차이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가. 이것이 늘 문제다. 이것이 늘 불공평의 뿌리다. 나도 비슷한 능력을 갖춘 다른 누군가보다는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차이가 100배(예)가 되어서는 안 되는 법이다. 기준은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하늘에 있다고 말하지 말라. 특정한 일을 더 낫게 여기는 욕망에 있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

Salon 2024.09.10

서명

2024년 9월 4일 수요일  "소소하지만 황송한 인연이 있어 선생(황현산)께서 서명한 책을 받을 수 있었는데, 선생은 책의 속지에다 서명을 하지 않고, 따로 작은 메모지에 서명을 해서 그것을 테이프로 붙여 보내셨다. 이 특이한 조치의 속뜻이 짐작되지 않아서 알만한 이에게 물어보니, 당신의 '졸저'를 다 읽으면 서명 쪽지를 떼어 버리고 중고서점에 팔라는 뜻으로 한 배려라는 것이었다." 최근에 지인에게 책 선물할 기회가 있었다. 근사한 공연의 초대에 감사한 마음에 책 한 권을 사서 드릴 예정이었는데, 그래도 흔적이라도 남겨 드리고자 메시지를 써서 드렸다. 볼펜이 없어서 공연 안내 부스에서 펜을 빌렸고 열악한 환경에서 글을 쓰다 보니 글씨가 가리산 지리산이었다. 원래 글씨가 예쁘지 않은데 더 악필에 가까워졌..

Salon 2024.09.04

2024년 9월 1일 일요일 "한 작가에 대해 신속·정확하게 알고 싶으면 일단 세 권의 책을 읽으면 된다. 데뷔작, 대표작, 히트작. 데뷔작에는 한 작가의 문학적 유전자가 고스란히 들어 있기 때문에, 대표작에서는 그 작가의 역량의 최대치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히트작은 그가 독자들과 형성한 공감대의 종류를 알려주기 때문에 읽을 가치가 있다." 한 명의 작가를 빠르게 알고 싶다면 세 권의 책을 읽으라고 한다. 데뷔작, 대표작, 히트작. 사람은 어떠한가? 한 사람을 빠르게 알고자 한다면, 다음의 세 가지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를 알게 된 첫 만남(데뷔작), 그가 자신을 가장 잘 뽐낼 수 있는 곳에서의 만남(히트작), 그리고 그가 사람들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는지를 볼 수 있는 곳에서 만남을 갖는다면(데뷔..

Salon 2024.09.02

노력

2024년 8월 17일 토요일  "내가 아는 훌륭한 시인들은 타고난 사람들이라기보다는 그저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필사적인 노력에 신비로운 것이라고는 없다. 노력이란,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고 다시 실패하는 처절한 세속의 일이다. 조금도 신비롭지 않은 그 노동이 멈추면 시인도 함께 소멸된다." 대가가 되는 길이 어찌 쉬운 길이겠는가. 어떤 위치에 오른 사람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그 위치에 오른 것이리라.  파블로 네루다의 작품 의 첫대목은 영감은 선택된 자에게 찾아오는 식으로 표현된다. "그래 그 무렵이었다... 시가 날 찾아왔다" 물론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신형철 작가나 움베르토 에코는 이러한 신비주의적 영감론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초자연적인 현상에 의해..

Salon 2024.08.17

신(神)

2024년 8월 15일 목요일 "나는 인간이 더 인간다워지기 위해 신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보지만, 신이 더 신다워지기 위해 인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그래도 신이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어도 신은 인간과 관계를 맺는다고 하여 더 나은 존재가 될 가능성은 없다는 말이리라. 가능성이라기보다는 더 나은 존재가 될 이유를 발견하지 못하리라. 신은 참 많(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신은 인간이 기쁨과 평화를 누리기를 바란다. 그래서 신을 믿는 사람은 그 신의 가르침을 살아내려고 애쓴다. 그러나 신의 관점에서 인간은 어떠한가. 특별한 이로움은 없고 인간의 연약함 때문에 인간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일만 남게 되리라.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

Salon 2024.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