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작가야의 BibleSalon

작가 78

바지

2024.6.14. 어딘가 어색한 바지 때문에 하루 종일 신경 쓰이는 날이었습니다. 남들의 눈에는 전혀 이상한 것이 없어도 자기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않아서 하루 종일 불편한 날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시선을 피해 거울 앞에 서기를 여러 번이었습니다. 예민하다면 예민하다는 거고 유별나다면 유별난 것입니다. 아침에 드라이 한 머리가 영 맘에 안 드는 날도 있고, 티셔츠에 묻은 얼룩이 내내 신경 쓰이는 날도 있고, 바지에 잡힌 주름이 영 올곧지 않아서 거슬리는 날이 있습니다. 모든 불만족은 모두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써서 온 것입니다. 내가 크게 여기는 부분을 다른 사람도 크게 여기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내가 누군가를 보며 그렇게 느끼듯이 다른 사람들도 내가 나를 보며 느끼..

Salon 2024.06.15

선글라스

2024.6.13.  선글라스를 두고 왔습니다. 퇴근길에 한참을 걷다가 뭔가 허전하다 했더니 선글라스를 두고 온 것입니다. 요즘 참 햇살이 강렬합니다. 요즘같이 눈이 부신 날에 선글라스는 아주 제격입니다.  선글라스를 제 돈을 주고 산 것이 재작년이 처음입니다. 얻어 쓴 선글라스는 있었어도 제 돈으로 선글라스를 살 생각을 안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유럽 여행을 앞두고 큰맘 먹고 선글라스를 샀습니다. 제게 찾아온 그 선글라스는 여행을 마치자, 안경 케이스에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습니다.  문득 아쉽고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싼 돈 주고 산 선글라스를 1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하는 해외여행 때만 쓴다는 것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려받은 선글라스도 평소에 쓰고 다닌 적이 없던 터라 그리고 왠..

Salon 2024.06.14

이발

2024.6.12.  머리는 왜 이렇게 잘 자라는 걸까요? 물을 준 적도 없고 퇴비도 준 적도 없는데 말입니다. 깔끔한 머리를 유지하고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면 금세 머리는 덥수룩해져 있습니다. 오늘따라 머리를 감고 말려도 잘 정돈되지 않는다고 느끼면 이미 머리 자를 때가 지난 것입니다. 이발하는 가격도 점점 오릅니다. 용기만 있었다면 셀프 이발에 도전해 보겠지만 그곳은 제가 넘볼 영역은 아닙니다.  정기적으로 펌을 합니다. 그리고 커트를 합니다. 펌과 커트를 번갈아 가며 합니다. 그런데 이것도 여간 귀찮은 게 아닙니다. 나이가 드는 것은 머리의 변화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도 포함된다고 생각됩니다. 관리하기 쉽고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그나마 잘 어울리는 머리 스타일 하나만을 고집합니다. 그런지도 시간..

Salon 2024.06.12

소금라떼

2024.6.10.  가끔, 어딘가는 가야 할 것 같고 그러나 어디를 가야 할지 난감할 때, 별것 아닌 것이 별것이 되는 때가 있습니다. 오늘은 쉬는 날이었습니다. 밀린 빨래와 청소를 마치고 묵혀 둔 에어컨 청소까지 마치고 본격적인 쉼에 들어갔습니다. 점심을 먹고 아껴 둔 예능 한 편을 봤습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4시가 되면, 한 소중한 영혼을 맞이하기 위해 외출해야 합니다. 오늘은 날도 좋고 종일 집에만 있었기 때문에 나간 김에 산책이라도 할 마음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소중한 영혼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와 함께 어딘가는 가야 할 것 같고 그러나 어디를 가야 할 지 난감했습니다. 그때 문득 떠오른 것이 바로 소금라떼였습니다. 그래, 때로는 별것 아닌 솔트라떼가 어디를 향해 발걸음을 옮겨야 할지 ..

Salon 2024.06.10

여유

2024.6.9.  여유가 있어 보이는 사람은 안정적입니다. 그래서 신뢰가 갑니다. 물론 무엇으로부터 온 여유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말입니다. 여유가 있다는 것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타인을 너그럽게 대할 줄 아는 거리감을 가졌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여유가 있는 사람이 어떤 무리를 이끄는 자가 되는 게 좋습니다.  여유가 있는 사람은 자신이 장점으로만 이뤄지지 않은 존재임을 자각하는 자입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단점이 있음을 알지만, 그 단점 때문에 조바심 내지 않고 장점을 더 크게 바라볼 줄 압니다. 그래서 여유가 있는 사람은 타인의 반응에 쉽게 동요되거나 화를 내지 않습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능력이 있기에 타인의 반응도 객관적으로 판단이 가능합니다.  여유를 가진 사람을 만..

Salon 2024.06.10

기념일

2024.6.8.  사람은 오래 살다 보면, 기념해야 할 날들이 많아집니다. 물론 어떤 날들을 기념할지 안 할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릅니다. 그러니까 어떤 날을 기념하기로 정하고 나면, 그날이 다가오는 것이 기다림이자 부담이 됩니다. 나눌 것이 있는 사람에게는 기념일이 기다림의 시간일 테고,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날이 부담일 것입니다. 기념일이 가진 양면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인가를 기념한다는 것을 리추얼(ritual)이라고 합니다. 이 용어는 종교의식 절차를 뜻할 때 자주 사용되지만, 일반적인 의례를 말할 때도 사용됩니다. 기념일의 전통은 오래됐습니다. 그리고 기념일을 지켜 온 무게와 깊이는 무겁고 깊습니다. 하지만 리추얼의 의미에는 꼭 그렇게 엄숙하고 틀에 짜인 기념일만 있는..

Salon 2024.06.08

갈등

2024.6.7.  오래전, 류시화 작가가 자신의 SNS에 남긴 글을 보고 메모장에 옮겨 놓았던 기억이 납니다.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는 이유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한 제자가 스승에게 묻습니다. 그는 서로에게 화를 내는 남녀를 발견했습니다. 왜 사람들은 화가 나면 서로에게 소리를 지르는 겁니까? 그는 묻습니다. 스승은 답합니다. 화가 나면 서로의 가슴이 멀어졌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의 가슴이 멀어졌다고 느끼는 만큼 더 크게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그래야 자기의 진심이 전해질 거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두 사람의 가슴은 더 멀어질 뿐이다. 사랑에 빠진 연인을 보아라. 사랑을 하면 부드럽게 속삭인다. 두 사람의 가슴이 서로 가깝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니 큰소리로 외칠 필요도 ..

Salon 2024.06.08

축구

2024.6.6.  축구를 언제부터 좋아했을까요? 초등학교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필자는 축구가 주는 역동성, 리듬감, 필드 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전술이 좋았습니다. 물론 소극적이었던 필자가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이기도 했습니다.  축구를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춤 생각이 납니다. 상대를 속이는 멋진 몸동작을 보자면 근사하고 화려한 춤 생각이 납니다. 필자는 축구와 춤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춤처럼 느껴지는 축구가 그래서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축구는 보는 축구와 하는 축구가 있습니다. 저는 둘 다 좋아하지만, 하는 축구를 훨씬 더 좋아했습니다. 푸른 잔디 구장을 보면 그렇게 심장이 뛸 수가 없습니다. 좋아한다는 건 바로 이런 ..

Salon 2024.06.06

편견

2024.6.4. 꼬장꼬장해 보이는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늘 중절모를 쓰고 목에는 스카프를 하고 다니는 어르신입니다. 그분은 우리 회사 실무자들에게 관심이 많으셔서 선물도 자주 주십니다. 특히 손수 모은 넥타이를 선물하시는데, 근사한 넥타이지만 대부분 오래되고 한 번쯤은 사용한 넥타이입니다. 하지만 아내분이 도와주셨는지 늘 깔끔하게 포장된 채 저희에게 전달됩니다. 오늘은 그 어르신이 저희에게 음식 대접을 해 주셨습니다. 물론 약속이 잡혔을 때부터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고집이 세고 상대방의 말을 잘 들으려고 하지도 않으며 80세가 된 어르신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 막막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직접 만남을 갖고 나자 지금까지의 생각이 모두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편견이었습니다. 물론 어르신..

Salon 2024.06.05

두통

2024.6.3. 종종 두통이 찾아옵니다. 두통이 오면, 머리 스스로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임을 주장합니다. 두통이 생기면 아무런 일도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생각하는 일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통증이라서 사람들이 알아주지도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두통은 마치 꾀병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두통은 참 신기합니다. 외부의 충격으로 온 증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두통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여러 근심과 걱정들, 불안, 과도한 업무, 굳어버린 육체 등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두통은 외상이 아닌 우리 몸 안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주로 발생합니다. 인간의 몸은 신비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복잡하기도 합니다.  사는 것도 비슷합니다. 인생의 무게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것이 많고..

Salon 2024.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