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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파 Note

[쓰임 Note] 사랑을 향해 걷는 길

20151102 쓰임교회 11월 교역자 회의 설교

 

사랑을 향해 걷는 길

 

<개역개정: 마태복음 5장 43-48절>

 

43. 또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44.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45. 이같이 한즉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아들이 되리니 이는 하나님이 그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비추시며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내려주심이라

46. 너희가 너희를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면 무슨 상이 있으리요 세리도 이같이 아니하느냐

47. 또 너희가 너희 형제에게만 문안하면 남보다 더하는 것이 무엇이냐 이방인들도 이같이 아니하느냐

48. 그러므로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온전하심과 같이 너희도 온전하라

 

[Lumix gx9 / 14mm]

말씀을 준비하면서 

 

먼저 쓰임교회 오신 여러분들을 주님의 이름으로 환영합니다. 이른 아침부터 움직이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희 교회에 처음 오신 분들은 교회의 규모에 많이 놀라셨을 텐데요. 저도 쓰임교회에 온 이래로 가장 많은 분들이 모여 예배를 드리는 것 같아 기분이 참 오묘합니다. 

 

지난 달 영화교회에서 있었던 교역자 회의 때 임목사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목회한지 40여년 이상 됐어도 목회자들 앞에서 설교하는 건 여전히 긴장되고 떨린다고 말입니다. 저는 올해 안수 받은 목회 1학년생입니다. 임목사님에 비해 적어도 40배는 더 떨리는 것 같습니다. 

 

신학교 다닐 때 친한 선배가 웃자고 했던 얘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자신보다 연소한 목사나 전도사의 설교에서는 어떤 은혜도 받지 못하는 게 선배들의 진리라는 말이었습니다. 뭔가 웃기면서 살짝 슬프기도 한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음의 긴장을 좀 내려놓고 심호흡하는 심정으로 말씀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사랑은 의지적 차원이다

 

쓰임교회는 감리교 교회력에 따라 말씀준비가 이루어집니다. 그러다보니 설교본문 선택의 폭이 좁아 큰 고민 없이 본문을 선택하게 되는데, 오늘 같이 특별한 예배에는 어떤 본문을 택해야 할지 고민의 시간이 길었습니다. 그래서 영감을 좀 받고자 꺼내 들었던 책인 <삶이 메시지다>에서 오늘 말씀의 줄기를 잡게 됐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오늘 본문 말씀을 이전부터 많이 들으셨을 테고, 그래서 이미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바로 예수의 산상수훈 가운데 한 부분입니다. 산상수훈은 마태복음 5-7장에 기록되어 있는데, 오늘 본문은 유명한 ‘팔복(八福)’에 이어서 나오는 말씀입니다. 본문의 시작은 이러합니다. 표준새번역으로 다시 읽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여라.’하고 말한 것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그래야만 너희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자녀가 될 것이다. 아버지께서는, 악한 사람에게나 선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해를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사람에게나 불의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비를 내려주신다. 너희를 사랑하는 사람만 너희가 사랑하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세리도 그만큼은 하지 않느냐? 또 너희가 너희 형제자매들에게만 인사를 하면서 지내면, 남보다 나을 것이 무엇이냐? 이방 사람들도 그만큼은 하지 않느냐?(43-47)”

 

예수께서는 저희보고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하십니다. 읽었던 책에서 저자는 이 부분을 이렇게 접근했습니다. “원수를 ‘좋아하라like’고 하지 않으시고 ‘사랑하라love’ 하신 것이 참 다행이다”라고 말입니다. 좋고 싫음은 거의 본능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이지만, 사랑은 의지적인 노력을 포함하니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을 읽다가 참 섬세한 통찰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려고 노력해보신 분들은 잘 아실 것입니다. 섣불리 사랑하려고 하다가는 스스로 상처를 입기 쉽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박해하는 사람을 위해, 미워하는 사람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원수와 악인은 따로 존재 하는가

 

그런데 우리가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 본다면, 구약에 등장하는 ‘악인’이나 신약에 등장하는 ‘원수’는 하나님이 별도로 특별 창조한 존재들이 아닌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책의 저자는 따지고 보면 그들도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홍세화라는 분이 썼던 책의 제목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이 마치 이를 대변하는 듯합니다. 이 책에서는 모든 사람은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감당하며 사는 것뿐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보면 애굽의 ‘바로’나 ‘느부갓네살’이나 ‘빌라도’ 모두 가련하고 불쌍한 인생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기도는 이런 이들이 비인간의 자리로 추락하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어야 합니다. 힘과 폭력을 가지고 다른 이를 억압하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순간, 우리는 두려움과 분노의 감정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런 기도가 쉽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나님의 가장 중요한 특성 ‘긍휼’

 

성경이 보여주는 하나님의 특성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중요한 특성 중 하나는 ‘긍휼compassion’일 것입니다. 이 말은 ‘함께’를 뜻하는 ‘com’과 ‘고통 받다’는 뜻의 ‘passion’이 결합되어 발생된 단어입니다. 

 

히브리어로 ‘긍휼’은 ‘자궁’과 그 어원이 같다고 합니다. 자궁은 여성에게 있어서 가장 깊은 감정의 자리입니다. 솔로몬의 재판 이야기에서 이 사실이 잘 나타납니다. 아이를 둘로 갈라 두 여인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주라는 판결이 내려졌을 때 진짜 엄마는 “자기 아들에 대한 모성애가 불타올라”(왕상 3:26) 아이를 죽이지 말고 차라리 저 여자에게 넘겨주라고 말했습니다. 이때 ‘모성애가 불타올라’로 번역된 구절은 ‘그녀의 자궁이 꿈틀하여’로 번역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하나님의 ‘긍휼’은 그런 것입니다. 세상을 만들어놓고 저 먼 곳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무정한 분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삶에 연루되기를 꺼리지 않으십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이런 분인 것입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이 이런 분이라면 우리도 이런 분을 닮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누군가를 바라볼 때 즉각적인 감정으로 대하기보다 ‘긍휼’의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 이것이 기도이고 기도의 결과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

 

우리는 우리를 사랑해 주는 사람을 사랑하기는 참 쉽습니다. 연애도 그렇고 결혼도 그렇고 자녀사랑도 그렇고 교인사랑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본능적인 사랑은 꼭 주님을 믿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인 것입니다. 그러나 정말 어려운 건 정반대의 사랑공식일 때 입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 원수로까지 여겨지는 이들을 사랑하는 것이 우리에게 놓여 진 과제 아니겠습니까? 적어도 오늘 본문 말씀처럼 세리나 이방 사람들과는 뭔가 달라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계속해서 말씀 드리지만 그게 참 어렵습니다. 우리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도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주님의 은총이 필요한 것입니다. 

 

오늘 말씀의 마무리는 ‘사랑’에 관한 에세이에서 본 글로 대신하겠습니다. 사십이 넘은 책의 저자는 사랑이 어려울 땐 어른들을 찾아간다고 했습니다. 또래끼리 이야기해봐야 복잡해질 뿐이라면서 말입니다. 그래서 어른들의 고마운 말씀을 짧은 문장으로 정리해두고 필요할 때 꺼내어 되뇐다고 했습니다. 다음의 세 가지가 그것입니다. 

 

‘사랑이 어려울 때 가장 좋은 답은 더 사랑하는 것이다.’

‘모르는 척 해주는 것도 사랑이다.’

‘믿음이 흔들린다면 더 믿어라.’

 

평범한 일상의 언어지만, 이 안에 사랑에 관한 구체적인 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추워져가는 계절인 11월에, 가까이 있는 이들을 사랑함으로 사랑의 온기를 나누는 우리 모두가 되길 바랍니다. 기도하겠습니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안녕하세요. 이작가야의 말씀살롱(BibleSalon)입니다. 다양한 감수성과 인문학 관점을 통해 말씀을 묵상합니다. 신앙이라는 순례길에 좋은 벗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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