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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작가야의 일상 에세이

[에세이] 사진의 용도

[Lumix gx9 / 20mm]

균형 잡힌 구도의 사진만 잘 찍힌 사진이라 할 수 없다. 제목보다는 표지 디자인과 소개글에 끌려 손에 쥐게 된 책이 있다. 아니 에르노의 <사진의 용도>였다. 그녀는 자신의 애인과 사랑을 나눈 뒤, 널브러진 옷가지와 침구류를 필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다. “욕망과 우연이 낳은, 결국 사라져 버릴 이 배열을”사진으로 남기고 싶다고 했다. 

늦잠을 잘 수 있는 하루, 월요일. 느지막이 일어나 이불을 개려다, 갑자기 카메라를 손에 쥐었다. 흐트러진 모습 그대로를 사진에 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물론 용기가 없어 흑백처리를 했지만). 찰칵!

우중충한 날씨의 연속이라 그런가. 사소한 일로도 자주 마음에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요즘. 우연히 내 계정 사진에 하트를 날린 한 분의 계정에 들어갔다가, 푸른 잎사귀들과 맑은 인용구를 보자 갑자기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분은 푸른 풀과 짧은 헤세의 글귀를 옮겨다 놓았다.

시간이 유속처럼 느껴진다. 오늘 아침, 내 방의 분위기처럼, 사람들의 세상살이가 점점 더 어두워지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아름다운 것들이 보고 싶어 진다. 아름다운 사람들, 아름다운 이야기, 아름다운 풍경을. 오늘은 아무래도 헤세의 책 한 권을 들고 밖으로 나갈 것 같다. 좀 흐트러지면 어떠한가. 우린 사람이 아니었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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