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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파 Note

[청파 Note / 세족 목요일] 내가 너를 씻기지 아니하면

20200409 청파교회 고난주간 세족목요일 설교

내가 너를 씻기지 아니하면

<출애굽기 12장 1-14절; 요한복음 13장 1-17절>

출애굽기 12장 1-14절: 주님께서 이집트 땅에서 모세와 아론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이 달을 한 해의 첫째 달로 삼아서, 한 해를 시작하는 달로 하여라. 온 이스라엘 회중에게 알리어라. 이 달 열흘날 각 가문에 어린 양 한 마리씩 곧 한 가족에 한 마리씩 어린 양을 마련하도록 하여라. 한 가족의 식구 수가 너무 적어서, 양 한 마리를 다 먹을 수 없으면, 한 사람이 먹을 분량을 계산하여, 가까운 이웃에서 그만큼 사람을 더 불러다가 함께 먹도록 하여라. 너희가 마련할 짐승은 흠이 없는 일 년 된 수컷으로 하되, 양이나 염소 가운데서 골라라. 너희는 그것을 이 달 열 나흗날까지 두었다가, 해 질 무렵에 모든 이스라엘 회중이 모여서 잡도록 하여라. 그리고 그 피는 받아다가, 잡은 양을 먹을 집의 좌우 문설주와 상인방에 발라야 한다. 그 날 밤에 그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기는 불에 구워서, 누룩을 넣지 않은 빵과 쓴 나물을 곁들여 함께 먹어야 한다. 너희는 고기를 결코 날로 먹거나 물에 삶아서 먹어서는 안 된다. 머리와 다리와 내장 할 것 없이, 모두 불에 구워서 먹어야 한다. 그리고 너희는 그 어느 것도 다음날 아침까지 남겨 두어서는 안 된다. 아침까지 남은 것이 있으면, 불에 태워 버려야 한다. 너희가 그것을 먹을 때에는 이렇게 하여라. 허리에 띠를 띠고, 발에 신을 신고, 손에 지팡이를 들고, 서둘러서 먹어라. 유월절은 주 앞에서 이렇게 지켜야 한다. 그 날 밤에 내가 이집트 땅을 지나가면서, 사람이든지 짐승이든지, 이집트 땅에 있는 처음 난 것을 모두 치겠다. 그리고 이집트의 모든 신을 벌하겠다. 나는 주다. 문틀에 피를 발랐으면, 그것은 너희가 살고 있는 집의 표적이니, 내가 이집트 땅을 칠 때에, 문설주에 피를 바른 집은, 그 피를 보고 내가 너희를 치지 않고 넘어갈 터이니, 너희는 재앙을 피하여 살아남을 것이다. 이 날은 너희가 기념해야 할 날이니, 너희는 이 날을 주 앞에서 지키는 절기로 삼아서 영원한 규례로 대대로 지켜야 한다.”

요한복음 13장 1-17절: 유월절 전에 예수께서는, 자기가 이 세상을 떠나서 아버지께로 가야 할 때가 된 것을 아시고, 세상에 있는 자기의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셨다. 저녁을 먹을 때에, 악마가 이미 시몬 가룟의 아들 유다의 마음속에 예수를 팔아넘길 생각을 불어넣었다. 예수께서는,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자기 손에 맡기신 것과 자기가 하나님께로부터 왔다가 하나님께로 돌아간다는 것을 아시고, 잡수시던 자리에서 일어나서, 겉옷을 벗고, 수건을 가져다가 허리에 두르셨다. 그리고 대야에 물을 담아다가,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고, 그 두른 수건으로 닦아주셨다. 시몬 베드로의 차례가 되었다. 이 때에 베드로가 예수께 말하였다. "주님, 주님께서 내 발을 씻기시렵니까?" 예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하는 일을 지금은 네가 알지 못하나, 나중에는 알게 될 것이다." 베드로가 다시 예수께 말하였다. "아닙니다. 내 발은 절대로 씻기지 못하십니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를 씻기지 아니하면, 너는 나와 상관이 없다." 그러자 시몬 베드로는 예수께 이렇게 말하였다. "주님, 내 발뿐만이 아니라, 손과 머리까지도 씻겨 주십시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이미 목욕한 사람은 온 몸이 깨끗하니, 발 밖에는 더 씻을 필요가 없다. 너희는 깨끗하다. 그러나,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예수께서는 자기를 팔아넘길 사람을 알고 계셨다. 그러므로 "너희가 다 깨끗한 것은 아니다" 하고 말씀하신 것이다. 예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신 뒤에, 옷을 입으시고 식탁에 다시 앉으셔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희에게 한 일을 알겠느냐? 너희가 나를 선생님 또는 주님이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옳은 말이다. 내가 사실로 그러하다. 주이며 선생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겨 주었으니, 너희도 서로 남의 발을 씻겨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과 같이, 너희도 이렇게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종이 주인보다 높지 않으며, 보냄을 받은 사람이 보낸 사람보다 높지 않다. 너희가 이것을 알고 그대로 하면, 복이 있다. 

 

 

세족목요일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지금 모든 교회는 고난주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특별히 그 고난주간 가운데, 절반의 시간이 지난 ‘세족목요일’로 지키고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께서는 ‘성금요일’이나 ‘성토요일’은 익숙하지만, ‘세족목요일’은 좀 낯설게 여겨지실 겁니다. 사실 로마 가톨릭교회에서는 이 ‘세족목요일’을 예수님께서 마지막 만찬 중에 성례를 행하셨다하여 ‘(주님) 만찬 성목요일’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감리교의 모태가 되는 성공회에서는 ‘예수님의 삶’(수난-죽음-부활)이 제자들의 발을 씻긴 그 행위 속에 압축되어 있다 하여 ‘세족식’을 직접 거행하기도 합니다. 물론 감리교는 성공회처럼 실제 ‘세족식’을 거행하진 않지만, 예수님께서 행하신 이 ‘세족’의 의미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성금요일’ 이전을 ‘세족목요일’로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유월절 이야기

그래서 고난주간의 이 네 번째 날, 우리에게 주어진 말씀은 모두 네 군데인데요. 먼저 첫 번째로는 율법서 가운데 ‘출애굽기 12:1-14’이 있고, 시가서는 ‘시편 116:1-2, 12-19’, 바울서신은 ‘고린도전서 11:23-26’, 마지막으로 복음서는 ‘요한복음 13:1-17, 31b-35’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 네 개의 본문을 모두 살펴보진 않을 거고, 대신 중요하게 보아야 할 어떤 ‘표현’이나 ‘단어’를 소개하며 말씀을 나눠볼 예정입니다. 

먼저 앞서 살펴볼 이야기는 ‘유월절’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여러분께서는 이스라엘 민족이 세 개의 절기를 지킨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 겁니다. 이 3대 절기가 무엇이냐면, 무교절이라고 하는 ‘유월절’, 오순절이라고도 부르는 ‘칠칠절(칠칠절: 밀의 첫 수확을 시작하여, 7주에 걸쳐 밀을 수확하고 그 수확 완성의 기쁨을 기념하는 날)', 수장절이라고 하는 ‘초막절(초막절: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인도한 후 광야 생활 중 초막에 거주하게 하심 기념하는 날)' 이렇게 세 개가 이스라엘의 3대 절기입니다. 이 가운데 오늘 살펴볼 ‘유월절’은 출애굽기 12장에 가장 먼저 등장을 하는데요. 사실 출애굽기 12장은 아직 이집트를 탈출하기 이전의 상황을 보여줍니다. 11장까지는 이집트에 내린 열 가지 재앙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하고, 그 뒤를 이어 바로 이 유월절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바로가 이스라엘 백성을 풀어주라는 요구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특단의 조치를 내립니다. 그것은 이집트에 있는 모든 처음 난 것들을 다 없애시고, 이집트에 있는 모든 신 또한 심판하시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 백성들도 따라야 할 조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잘 준비된 어린 양이나 염소를 잡아다가, 그 피를 자신의 집 좌우와 문설주 그리고 인방에 발라야 합니다. 그리고 잡은 그 양을 먹을 때에 날 것으로 먹지 말고 반드시 불에 구워 먹어야 했습니다. 저는 가끔 성경에서 이렇게 규정이 가득한 부분을 읽다 보면, 저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게 다행이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지켜야 할 규정이 아주 세세하고 참 많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자신의 집에 양의 피를 바르고 또 양을 먹을 때의 규정을 잘 지키기만 한다면, 하나님께서는 이집트를 칠 때에 그 집은 멸하지 않고 넘어가겠다 하셨습니다. 바로 여기까지가 성경에 등장한 최초의 ‘유월절’ 소개입니다. 

다가올 미래의 현재화

그런데 바로 그다음 이야기를 살펴보면, 아주 흥미로운 점 하나가 발견됩니다. 본문 11절의 말씀이 그것인데요. 다시 한번 읽어드리겠습니다. “너희가 그것을 먹을 때에는 이렇게 하여라. 허리에 띠를 띠고, 발에 신을 신고, 손에 지팡이를 들고, 서둘러서 먹어라. 유월절은 주 앞에서 이렇게 지켜야 한다.” 우리는 이 구절을 읽으며 어떤 생동감 혹은 긴박함을 느끼게 됩니다. 마치 이 상황은, 어디론가 급하게 떠나려는 사람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음식을 먹을 때, 발에는 반드시 신을 신고, 손에는 지팡이를 들 되, 무엇보다 서둘러 음식을 먹으라고 명하신 것입니다. 

저는 이 구절이 ‘유월절’이 지닌 중요한 의미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로부터 지배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집트의 지배로부터 벗어나길 바랐습니다. 그들의 고통을 아시는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할 계획을 세우셨고 이제 그 단계를 하나씩 밟아가고 계셨습니다. 그 첫걸음이 바로 하나님께서 그들을 구출하실 그날처럼 행동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유월절’이 가진 의미 가운데 중요한 한 가지입니다. 출애굽기 12장이 보여주는 ‘유월절’은 그래서 이렇게 표현이 가능할 겁니다. 다가올 미래의 ‘현재화’라고 말입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지금 있는 자리에서, 이미 도래한 현재처럼 살아내라고 하나님은 말씀하고 계신 것입니다. 이처럼 ‘유월절’은 곧 현재와 관련이 있는 것입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김으로

다음으로 이어서 살펴볼 본문은 요한복음입니다. 요한복음 13장에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는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출애굽기에 처음 등장한 이 ‘유월절’은 유대 사회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바로 이 ‘유월절’ 전날, 제자들 앞에 나타나셨습니다. 그리고 그는 제자들과 함께 저녁을 드시던 중,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제자들의 발을 씻기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고대 근동이나 유대 사회에는 ‘발 씻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하인들은 주인이나 손님이 집에 들어갈 경우, 그들의 신발을 벗기고 먼지 묻은 발을 씻겨주었습니다. 지금 우리의 눈으로 보았을 땐, 이런 불평등이 어디 있나 생각될 수도 있지만, 예수님께서 사셨던 때에는 이 같은 풍습은 아주 평범한 것이었습니다. 

다시 본문으로 돌아와 보면, 발을 씻겨주는 사람이 제자들이 아니라 예수님이라는 점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하인에게 속했던 일이 예수를 통해 펼쳐진 것입니다. 지금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기는 그 ‘세족’ 행위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계신 것입니다. 복음서를 보면, 예수님께서 어떤 분인지 증명하는 부분이 여럿 등장하지만, 제자들의 발을 씻기는 이 장면만큼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 또 그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 어떤 것이지 명확하게 드러나는 장면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렇기에 시몬 베드로와 예수가 나눈 대화는 의미가 깊습니다. 시몬 베드로는 스승 되신 예수께서 자신의 발을 씻기려 하자, 절대 자신의 발은 씻기지 못할 거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시죠. “내가 너를 씻기지 아니하면, 너는 나와 상관이 없다.”라고 말입니다. 이 부분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기는 이 행위를 통해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증명해 내셨습니다. 그리고 그는 하인처럼 낮아짐으로 자신이 이 땅에 온 이유를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겸손과 희생, 낮아짐’으로 사랑을 가르쳐주신 이 예수께 가 닿지 않으면, 우리의 신앙생활은 공허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우리는 예수와 관계를 맺지 않으면, 그리고 예수와 관계 맺은 내가 또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지 않으면, 우리는 어쩌면 예수님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자신을 하나님 앞에 철저히 받침으로 순종하신 예수님은 유월절 전날, 제자들 앞에 ‘낮은 자’의 모습으로 나타나셨습니다. 그리고 그는 제자들의 발을 씻김으로 자신과 제자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나타내 보이셨습니다. 

유월절과 세족

말씀을 정리하겠습니다. 우리는 오늘을 ‘세족목요일’로 지켰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교회력 가운데 두 개의 본문을 살펴보았습니다. 출애굽기 12장을 통해서는 ‘유월절’에 관해 알아봤고 요한복음 13장을 통해서는 ‘세족’에 관해 살펴보았습니다. 그래서 이 ‘유월절’은 미래의 일을 희망하며 현재에 더 집중하고 행동할 것을 알려주었고, ‘세족’은 예수님과의 직접적인 관계 맺음이 없다면 우리의 신앙이란 공허할 수밖에 없음을 알려주었습니다. 

여러분, 현재 우리는 서로 만나고 싶어도 마음껏 만날 수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미 이런 제한적인 상황이 ‘고난주간’의 무거움을 전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행하신 그 ‘세족’의 의미는 지금도, 여전히 우리에게 의미 있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번 고난주간을 통해, 예수님과 자신과의 관계를 다시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과의 관계가 깊어질 때마다, 나의 관심이 나 아닌 다른 타자로 향하고 있는지도 또한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직접 만날 수는 없어도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우리가 겪는 소외와 외로움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님을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출애굽 시대에 시작된 ‘유월절’은 21세기인 지금 우리에게도 유의미하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안녕하세요. 말씀살롱(BibleSalon)입니다. 다양한 감수성과 인문학 관점을 통해 말씀을 묵상합니다. 신앙이라는 순례길에 좋은 벗이 되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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