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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인간의 외로운 몸짓 폴 틸리히Paul Tillich 같은 신학자들이 취하고 있는 더 급진적인 해석에 따르면 하느님으로부터의 소외는 자유로운 인간 실존의 필연적 결과다. 어쩌면 인간은 강렬하며 심지어 압도적인, 전능하신 하느님에 대한 감각에서 자유롭지 않고서는 진정으로 자유로운 존재가 될 수 없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욕망과 공격성은 인간이 진화라는 투쟁 속에서 다른 종들과 경쟁해 살아남으려면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기심과 갈등은 불가피하며, 하느님이 궁극적으로 원하시는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를 향한 성장 과정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타락한 채 태어난 것도, 실패할 운명에 처한 것도 아니다. 어떠한 인간도 자신이 실제로 잘못을 행하기 전에는 죄가 없으며, 그 누구도 그가 잘못된 선택을 .. 더보기
[문학 낭독] 아크라 문서(파울로 코엘료) 🍑 4. 고독 📚 책 : 아크라 문서 (4. 고독) 사랑은 신의 영역이고, 고독은 인간의 영역이다. 📚 저자 : 파울로 코엘료 이작가야의 아틀리에 이작가야의 아틀리에(Atelier) www.youtube.com 더보기
[에세이] 지금 웃어라 ​​우리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좋은 일들을 누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그 일들을 받아들이면 신께 빚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이렇게 생각한다. ‘기쁨의 잔을 맛보지 않는 편이 더 나아. 일단 맛을 보면 잔이 비었을 때 끔찍이도 괴로울 테니까.’ 우리는 다시 작아질까 두려워 자라는 것을 포기한다. 울게 될 것이 두려워 웃는 것을 포기한다. 파울로 코엘료, , 자음과모음, p.74 이별을 경험해본 사람은 사랑에도 괴로움이 있음을 안다. 신을 믿는 사람은 신의 사랑 방식에 고난도 포함됨을 안다. 그런데 우린 사랑의 괴로움과 고난의 기억 때문에 충분히 즐거워하고 기뻐해도 될 순간마저 그 기쁨을 유보하게 될 때가 얼마나 많았던가. 신께 빚지는 듯 그 느낌이 내게 일어난 좋은 일들을 두고 자신.. 더보기
[에세이] 살아보는 거다 자신을 향한 부정의 언어를 거두는 게 필요하다. 이 말은 스스로를 향한 자책의 언어를 육체의 고통으로 바꿨을 때 그 고통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말이다. 그런데 방금에 한 말이 한 가지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데, 그 때가 언제냐면 릴케가 말한 ‘당신의 일상이 너무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경우’이다. 나는 책상에 앉아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사랑은 뭐지? 신은 또 뭘까? 삶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거야? 생기를 잃은 셀프 탁상담론이다. 작가 이승우와 그리스인 조르바는 이런 생각‘만’ 하고 있는 이들을 향해 토르의 뿅망치를 날린다. 이승우 작가는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은, 사랑을 겪고 있기 때문에, 사랑이 그의 몸 안에 살고 있기 때문에, 즉 그가 곧 사랑이기 때문에 사랑이 무엇인지 물을 이유가.. 더보기
[에세이] 빈틈없음 아침이 차다. 서늘한 공기가 몸 한 구석을 파고든다. 채워지지 않는 그 빈 공간을 끌어안고 기도를 드린다. 그리고 당장 채워지지 않을 그 온기마저 끌어안고 집을 나선다. 길 위에서 만난 벗들에게 이것이 사람의 문제냐고 물어본다. 그들로부터 들려오는 대답은, 사람으로는 채울 수 없는 헛헛함이라 하더라. 그래, 누군가 옆에 있다하여 채워질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이것은. 연인이든, 가족이든, 종교인이든 불현 듯 찾아오는 이 공허함의 시간들이 있다. 이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채울 수는 있는 걸까. 삶에 무엇을 더 맞아들여야 할까. 걸으며 기도를 드린다. 갑작스런 시간의 출현, 낯선 존재가 불쑥 얼굴을 내밀 때, 찰나를 본다. 채우기 위해 먼저 비워야함을 찰나로 느낀다. 최고 권력자, 누군가.. 더보기
[책] 고독을 친구 삼아 릴케의 책 중 처음으로 접하게 된 것은 였다. 넛지살롱 책모임을 통해 알게 되고, 읽게 된 책이었는데, 이 작고 얇은 책 안에 현재의 나를 돌아보게 하는 글귀들이 가득했다. 그래서 몇 가지의 문장들을 남겨볼까 한다.   예술작품이란 한없이 고독한 존재이며, 비평만큼 예술작품에 다가갈 수 없는 것도 없습니다. 사랑만이 예술작품을 포착할 수 있으며 올바르게 대할 수 있습니다. _ 라이너 마리아 릴케 p30 예술가는 나무처럼 성장해가는 존재입니다. 수액을 재촉하지 않고 봄 폭풍의 한 가운데에 의연하게 서서 혹시 여름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는 일도 없는 나무처럼 말입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여름은 오니까요. 그러나 여름은 마치 자신들 앞에 영원의 시간이 놓여 있는 듯 아무 걱정도 없이 조.. 더보기
[에세이] 신은 죽고 없었다 ​ 무엇이 나를 이토록, 지독하게 아프게 할까 당신을 간절히 원하며 기다렸건만 그 기다림의 끝이 이토록 비참한 것이어야 했나? 난 어제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을 했다. '신은 죽고 없었다'고. 안다, 잘 알고 있으니 이제 그만해라. 다 내가 초래한 일이고 내가 만든 일이다. 너무 잘 알고 있으니 제발 이제 그만해라. 신께 당신을 달라고 기도했더니 그 신이 당신을 가져갔다. 내 눈 앞에서 마치 나를 조롱하듯이. 그래요, 이제 어떻게 하면 되죠? 어떻게 살면 되죠? 말씀 좀 해보시죠. 제 마음이 제 뜻대로 안 됩니다. 근데 당신이 내 마음을 더 비참하게 해 놨어요. 어떻게 하라는 말씀인가요? 당신은 참 냉정합니다. 여전히 침묵 중입니다. 시간이 지나 뒤를 돌아보면 모든 것이 당신의 은혜였다라는 말로 나를 .. 더보기
[에세이] 나만이 아는 길 잠에서 깹니다 지금 이 시간은 많은 사람들이 나른해질 시간일 겁니다 저는 그럴 즈음, 잠에서 깹니다 요즘 같이 추운 날에는 잠에서 깨도 이불 밖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하는 노동이란 이불속에서 세상 소식을 살피는 정도입니다 그러다 이젠 정말 일어나야겠다, 싶으면 이불을 온몸에 싸매고 책상다리를 하고 20분 침묵을 합니다 해는 이미 중천에 뜬 그 시간 주섬주섬 점심을 챙겨 먹고 설거지와 집 바닥 청소를 하고 씻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하루의 일과를 시작합니다 이것이 아무 일정이 없는 날의 하루입니다 근데 이런 날이 대부분이라는 것이지요 기분이 괜찮은 날도 있습니다 어제 빡빡한 스케줄이 있었거나 어제 보람된 일이 있었거나 그날 저녁에 약속이 있으면 스스로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못할 날.. 더보기
[에세이] 위로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다갑자기 불쑥 또는 잔잔히 당신과 만났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혼자가 되었다고 했을 때 '잘 헤어졌다' '시간이 해결해 줄 거다' '사랑, 이별이 다 그런거다' 이게 무슨 말들인가 이게 당신들이 말하는 '위로'라는 것인가 그래, 내가 빨리 잊지 않으면 나만 힘들거라는, 너만 더 힘들어질거라는 나를 위해서 하는 말이었겠지 그런데 정말 나를 위했던 말들이었나 그대들 스스로를 위한 말은 아니었나 파커 파머가 에서 그러더라 "가장 어려운 일은 남의 고통을 ‘고치겠다고’ 덤벼들지 않는 일, 그냥 그 사람의 신비와 고통의 가장자리에서 공손하게 가만히 서 있는 일이다. 그렇게 서 있다 보면 자신이 쓸모없고 무력하다는 느낌이 든다. 바로 우울증에 빠진 사람이 이런 느낌을 갖고 있는 것이다(p115.. 더보기
[에세이] 일상 #. 삶은 일상의 점철이다. 작은 일상들이 차곡차곡 쌓여 하루를 만들고 인생을 만든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렇다. 오늘을 살고 내일은 살지 못한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오늘과 조금 더 나아간 며칠뿐이다. 그래서 난 오늘도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움직여야 했다. 그것이 신에 대한 응답인지 신과의 대화인지 잘은 모르겠다.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이 믿음일터. #. 교회 문은 단순하고 소박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무심코 그 앞을 지나간다. 난 큰 돈을 들여 일하는 법을 잘 모른다. 그저 소심한 몇 가지의 시도들만 이루어질 뿐. 늦여름까지 교회 문을 열어두고 지냈는데, 가을이 오고 겨울이 다가올수록 찬 공기가 마구마구 올라오는 바람에 교회에 있는 날엔 문을 닫아 놓고 지낸다. 그럼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