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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에세이] 그리워하는 마음 좋아하던 무더위와 열대야가 단숨에 사라졌다. 하루 아침에 여름은 갔고 가을도 아닌 겨울을 느꼈다. 여름이 그토록 지나가길 바라도 지나고 나면 그립기 마련이고, 더위가 싫어 겨울을 기다려도 막상 그것이 다가오면 이전 것을 그리워하기 마련이다. 사람이 이렇다. 붙잡으려 해도 결국 놓아주어야 할 것들이 있다. 힘써 그것을 잡으려해도 결국은 마디 사이로 흘러가 버린다. 삶이란 그것을 배우는 지난한 과정인지도 모른다. 사물도, 감정도, 사랑도, 결국엔 나 자신도. 어제 만난 기혼의 내 친구들은 이제 이런 게 뭔지 모르겠다고 한다. 늘 응원한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안녕하세요. 이작가야의 말씀살롱(BibleSalon)입니다. 다양한 감수성과 인문학 관점을 통해 말씀을 묵상합니다. 신앙이라는 순례길에 좋은 벗이 되면.. 더보기
마음의 가방 ​ ​일주일에 한 번,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지방에 내려 갈 때가 있었다. 한 주도 빠짐없이. 때론 당일치기로, 때론 하루를 묵으며. 평소 짐을 가볍게 하는 걸 좋아했던 나였지만, 보여 주고 싶은 게 뭐 그리도 많았는지 항상 가방을 가득 채워 넣고 내려갔다. 가방의 두께는 내 가슴의 두 배가 될 정도로. 가방의 재봉선이 조금씩 훼손 되는 걸 보며, 뭐 그리 많은 걸 넣고 다니냐고 타박했던 사람이 있었다. 정말, 뭘 그리도 많이 넣고 다녔을까. 무엇을. 삶이란 늘 기대에 못 미치기 마련인 것을 그 때도 알았지만, 그 순간에는 몰랐을까. 이제는 좀 가볍게 살아볼까 하면 그렇게 살아질 순 있는 걸까. 내가 맨 건 가방이 아니라 또 하나의 나를 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가방에는 책 한 두 권 외에 노트나 필기.. 더보기
[에세이] 나 자신과의 이별 이별에도 때가 있다고 한다. 중국의 항풍이라는 곳을 떠나기 전에 그 이별이 그녀에게 때를 많이 지나왔다고 말해주고 있다. 그러니 돌아가기 전에 그녀는 자신과 이별하고 가리라, 다짐한다. 끝까지 헤어지지 말고 매달려야 하는 것과 결국은 떠나보내야 할 것이 있다. 붙잡으려 애를 써도 결국은 이별했던 게 좋았던 시절. 세월이 겹겹이 쌓일수록 때를 잘 분별하는 사람이 될 줄 알았다. 붙잡고 붙잡아도 내 것이 아닌 것이 있었고, 놓으려 해도 놓아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조금만 더 일찍 이별했더라면 그렇게 누군가의 삶을 부러워하고만 살진 않았을 텐데. 시간에 비례해 존재의 알맹이들만 채워가고 싶다. 껍데기는 날려버리고. 커피가 식어 갈수록 그 향만큼은 더 짙어질 수 있기를 바라본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살롱(sal.. 더보기
[에세이] 기억의 온도 뜨거운 지면의 온도와 텁텁한 바람의 짙음이 스며들지 못하는 가슴 시린 기억들이 있다. 문득, 그 기억을 살다보면 이땅의 계절을 잠시나마 잊게 된다. 과연 우리는 이땅의 계절들을 사는 것일까, 아님 언제든 꺼내 읽을 수 있는 가슴의 기억들을 사는 것일까.*instagram: http://www.instagram.com/ss_im_hoon 더보기
[에세이] 죽음이 점층법처럼 다가온다 죽음이 마치 점층법처럼 다가온다. 해를 거듭하면 할수록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이 나와 가깝게 지냈던 사람들임을 깨닫게 된다. 죽음을 두고 봤을 때, 세월 가는 게 참 슬프기도 하다. 몇 해 전 본 게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 병으로 인한 죽음도 이토록 슬프고 먹먹한 것을, 억울한 죽음을 당한 이들은 더 말해 무엇하랴.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살롱(salon)에서 성경에 담긴 생명과 평화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with 청파교회 www.youtube.com 더보기
[에세이] 4호선, 그리고 길음역 4호선과 길음역, 4호선인 길음역이 아니다. 4호선과 길음역이다. 당신과 만난 이후로 모든 4호선은 그대를 향하는 통로가 되었어. 여전히 4호선은 그대를 향해 있고. 오늘 길음역에 내렸어. 다시, 또 얼마 만에 와 본 길음역이었을까? 역은 전과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그 자리에 함께 했던 당신과 나는 없더라. 추억만 남겨 놓았을뿐. 길음역 가마로 강정, 국대 떡볶이, 이디야... 당신과 함께 했던 추억은 그대로인데, 이젠 그 자리를 나홀로 마주하고 있네. 잘 지내고 있지? 잊어가는 줄 알고 마음을 놓고 있으면 '나 잊을꺼야?' 말을 건내 듯 다시 찾아오는 그대. 요즘 꿈 속에 다시 찾아오는 그대를 생각하자니 떠오르는 노래가 있어, 당신이 좋아해서 나도 좋아하게 된 그 가수. ​ 제목이 였지... 더보기
[에세이] 신은 죽고 없었다 ​ 무엇이 나를 이토록, 지독하게 아프게 할까 당신을 간절히 원하며 기다렸건만 그 기다림의 끝이 이토록 비참한 것이어야 했나? 난 어제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을 했다. '신은 죽고 없었다'고. 안다, 잘 알고 있으니 이제 그만해라. 다 내가 초래한 일이고 내가 만든 일이다. 너무 잘 알고 있으니 제발 이제 그만해라. 신께 당신을 달라고 기도했더니 그 신이 당신을 가져갔다. 내 눈 앞에서 마치 나를 조롱하듯이. 그래요, 이제 어떻게 하면 되죠? 어떻게 살면 되죠? 말씀 좀 해보시죠. 제 마음이 제 뜻대로 안 됩니다. 근데 당신이 내 마음을 더 비참하게 해 놨어요. 어떻게 하라는 말씀인가요? 당신은 참 냉정합니다. 여전히 침묵 중입니다. 시간이 지나 뒤를 돌아보면 모든 것이 당신의 은혜였다라는 말로 나를 .. 더보기
[에세이] 당신을 만나러 갑니다 ​ 내일 당신을 만나러 갑니다. 뛰는 심장이 멈추지 않습니다. 단지 기쁘고 설레여서가 아닙니다. 갑자기 찾아간 그곳에서 당신과의 만남이 마지막이 될까 두려워서 입니다. 당혹스러워하며 차갑게 반응할 당신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자꾸 가슴이 작아집니다.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웠습니다. 얼굴 마주보며 따뜻한 밥 한끼 하고 싶었습니다. 지나친 욕심인 것도 잘 압니다. 근데, 이렇게 혼자 가슴앓이 하느니 차라리 부딪쳐보고 싶었습니다. 용기를 냈습니다. 지나친 용기를 냈습니다. 그대는 요지부동일 겁니다. 나를 피하는 당신이 어쩌면 헤어진 연인들이 취해야 할 당연한 태도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3-4달을 보냈습니다. 어떤 연락도 하지 못했고 당신을 그저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괜찮은 줄 알았습니다.. 더보기
[에세이] 그대를 기억하며 회상합니다 홍수 속 마실 물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과되지 않은 SNS 홍수 속에 급수가 높은 물도 여럿 있나 봅니다. 지금, 제 상황을 돌아보게 만드는 맑은 물을 만났습니다. 몇 개의 문장과 제 상황을 엮어 볼까 합니다. 기사의 전문은 주소로 남겨 놓겠습니다. 상실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애도의 기술’ 애도는 고통스런 노동이다. 잊으려는 노력이 아니라 기억하고 회상하려는 치열한 노동을 통해 우리는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남편과 사별한 젊은 엄마 A씨는 ‘철의 여인’ 같 www.hankookilbo.com 지난번 짧게 라는 글을 쓰긴 했습니다만, 오늘 이 글은 그때의 글의 연장이라고 보면 좋겠네요. 우리는 이별을 맞이한 이들에게 아주 심플하고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예를 들면 '시간이 지나.. 더보기
[추억] 문정동 '타이피카' 커피 아카데미 (사)한국커피협회에서 실시하는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필기시험은 붙었고 오늘 실기시험을 보았습니다. '커피'와의 인연이 길고 길어 여기까지 왔네요. 문정동에 있는 에서 교육을 받고 시험을 봤습니다. 결과는 아직이지만, 얼마 전부터 고립된 관계망 속에서 살다가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일과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유익했습니다. 학원을 다니며 연습한 두 개의 커피 머신입니다. 저는 두 개 중, 로 실기시험을 봤고요. 짧았던 여행이 끝났습니다. 커피에 관심을 갖게 해 준 시간들과 커피의 매력을 알게 해준 당신께 참 고마움을 느낍니다. 다음 주 합격 소식을 듣게 된다면, 나도 당신을 따라 커피 자격증 하나 가진 사람이 되겠네요. 이작가야의 BibleSalon 말씀살롱(BibleSalon)입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