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작가야의 BibleSalon

Salon 206

여유

2024.6.9.  여유가 있어 보이는 사람은 안정적입니다. 그래서 신뢰가 갑니다. 물론 무엇으로부터 온 여유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말입니다. 여유가 있다는 것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타인을 너그럽게 대할 줄 아는 거리감을 가졌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여유가 있는 사람이 어떤 무리를 이끄는 자가 되는 게 좋습니다.  여유가 있는 사람은 자신이 장점으로만 이뤄지지 않은 존재임을 자각하는 자입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단점이 있음을 알지만, 그 단점 때문에 조바심 내지 않고 장점을 더 크게 바라볼 줄 압니다. 그래서 여유가 있는 사람은 타인의 반응에 쉽게 동요되거나 화를 내지 않습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능력이 있기에 타인의 반응도 객관적으로 판단이 가능합니다.  여유를 가진 사람을 만..

Salon 2024.06.10

기념일

2024.6.8.  사람은 오래 살다 보면, 기념해야 할 날들이 많아집니다. 물론 어떤 날들을 기념할지 안 할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릅니다. 그러니까 어떤 날을 기념하기로 정하고 나면, 그날이 다가오는 것이 기다림이자 부담이 됩니다. 나눌 것이 있는 사람에게는 기념일이 기다림의 시간일 테고,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날이 부담일 것입니다. 기념일이 가진 양면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인가를 기념한다는 것을 리추얼(ritual)이라고 합니다. 이 용어는 종교의식 절차를 뜻할 때 자주 사용되지만, 일반적인 의례를 말할 때도 사용됩니다. 기념일의 전통은 오래됐습니다. 그리고 기념일을 지켜 온 무게와 깊이는 무겁고 깊습니다. 하지만 리추얼의 의미에는 꼭 그렇게 엄숙하고 틀에 짜인 기념일만 있는..

Salon 2024.06.08

갈등

2024.6.7.  오래전, 류시화 작가가 자신의 SNS에 남긴 글을 보고 메모장에 옮겨 놓았던 기억이 납니다.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는 이유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한 제자가 스승에게 묻습니다. 그는 서로에게 화를 내는 남녀를 발견했습니다. 왜 사람들은 화가 나면 서로에게 소리를 지르는 겁니까? 그는 묻습니다. 스승은 답합니다. 화가 나면 서로의 가슴이 멀어졌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의 가슴이 멀어졌다고 느끼는 만큼 더 크게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그래야 자기의 진심이 전해질 거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두 사람의 가슴은 더 멀어질 뿐이다. 사랑에 빠진 연인을 보아라. 사랑을 하면 부드럽게 속삭인다. 두 사람의 가슴이 서로 가깝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니 큰소리로 외칠 필요도 ..

Salon 2024.06.08

축구

2024.6.6.  축구를 언제부터 좋아했을까요? 초등학교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필자는 축구가 주는 역동성, 리듬감, 필드 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전술이 좋았습니다. 물론 소극적이었던 필자가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이기도 했습니다.  축구를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춤 생각이 납니다. 상대를 속이는 멋진 몸동작을 보자면 근사하고 화려한 춤 생각이 납니다. 필자는 축구와 춤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춤처럼 느껴지는 축구가 그래서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축구는 보는 축구와 하는 축구가 있습니다. 저는 둘 다 좋아하지만, 하는 축구를 훨씬 더 좋아했습니다. 푸른 잔디 구장을 보면 그렇게 심장이 뛸 수가 없습니다. 좋아한다는 건 바로 이런 ..

Salon 2024.06.06

오해

2024.6.5. 살다 보면 그런 날이 있기 마련입니다. 진심이 왜곡되는 날 말입니다. 그런 날은 오히려 하지 말 걸, 생각해도 이미 늦은 날입니다. 서로의 떨어진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삼계탕을 만들 계획을 갖습니다. 처음 하는 요리라 서툴 것이 분명했습니다. 조금이라도 간단히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찾아보다가 밥솥에 짓기로 결심합니다. 밥솥에 닭과 찹쌀을 넣고 1시간 30분을 기다립니다. 거의 다 완성되었습니다. 김이 빠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밥솥 근처로 갔더니 김과 함께 밥솥에 가득 찬 찹쌀 국물이 흘러넘치고 있었습니다. 본인 자신도 어이가 없어서 그저 지켜만 보고 있었습니다. 일이 좀 커졌지만 김이 다 빠지고 청소하고자 일단은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요리를 대접받는 사람이 다..

Salon 2024.06.06

편견

2024.6.4. 꼬장꼬장해 보이는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늘 중절모를 쓰고 목에는 스카프를 하고 다니는 어르신입니다. 그분은 우리 회사 실무자들에게 관심이 많으셔서 선물도 자주 주십니다. 특히 손수 모은 넥타이를 선물하시는데, 근사한 넥타이지만 대부분 오래되고 한 번쯤은 사용한 넥타이입니다. 하지만 아내분이 도와주셨는지 늘 깔끔하게 포장된 채 저희에게 전달됩니다. 오늘은 그 어르신이 저희에게 음식 대접을 해 주셨습니다. 물론 약속이 잡혔을 때부터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고집이 세고 상대방의 말을 잘 들으려고 하지도 않으며 80세가 된 어르신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 막막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직접 만남을 갖고 나자 지금까지의 생각이 모두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편견이었습니다. 물론 어르신..

Salon 2024.06.05

두통

2024.6.3. 종종 두통이 찾아옵니다. 두통이 오면, 머리 스스로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임을 주장합니다. 두통이 생기면 아무런 일도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생각하는 일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통증이라서 사람들이 알아주지도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두통은 마치 꾀병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두통은 참 신기합니다. 외부의 충격으로 온 증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두통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여러 근심과 걱정들, 불안, 과도한 업무, 굳어버린 육체 등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두통은 외상이 아닌 우리 몸 안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주로 발생합니다. 인간의 몸은 신비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복잡하기도 합니다.  사는 것도 비슷합니다. 인생의 무게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것이 많고..

Salon 2024.06.04

2024.6.2. 꿈에 관한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하나는 예능을 보다가 떠올랐고, 다른 하나는 책을 읽다가 떠올랐습니다. 먼저 을 보다가 꿈에 관한 상상을 해 보았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보거나 듣지 못한 것 이상을 꿈꿀 수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유명한 화가나 조각가들을 머릿속에 그려봤습니다. 그들의 창작 세계는 없던 것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들이 살아오면서 듣고 본 것들을 '자신'은 그저 도구가 되어서 세상에 내놓은 것인지를 생각해 봤습니다. 만약 사람이 실제로 보았거나 혹은 책이나 그림에서 접했거나 혹은 누군가로부터 전해 듣지 않았던 이미지들을 상상해 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것 이상을 꿈꿀 수 없는 것 아닐까요? 이번에는 책을 읽다..

Salon 2024.06.03

커피

2024.6.1. 커피를 마십니다. 카페인을 마시고 분위기를 마시고 이야기를 마십니다. 달콤한 커피만을 좋아했지만, 이제는 시고 고소한 커피를 더 좋아합니다. 술보다 커피를 더 좋아합니다. 술이 가진 도취적인 매력도 알지만, 커피보다 접근이 어렵기에 커피를 더 선호합니다. 밥값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는 주객전도의 상황도 펼쳐지지만, 좋은 사람과의 만남에는 비싼 커피 값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커피는 서로를 연결하는 매개이지만 그 이상의 역할도 하기 때문입니다. 좋은 맛과 좋은 분위기는 좋은 만남을 더 좋게 만듭니다.  커피 한잔할래요? 이 제안은 제안을 받은 사람의 경계를 허뭅니다. 동성, 이성 가릴 것 없이 이 프러포즈는 마음의 긴장을 낮춥니다. 당신과 이야기 나누고 싶다, 당신이 궁금하다, 당신에 대..

Salon 2024.06.02

사진

2024.05.31.  내가 나를 찍은 사진과 남이 나를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내가 나를 찍은 사진은 사실에 가깝지만, 진실을 드러내진 못합니다. 누군가가 나를 찍은 사진은 사실과 진실을 동시에 드러냅니다. 특히 의식하지 못한 채 찍힌 사진은 더욱 그러합니다. 그래서 저는 우연히 찍힌 사진을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렌즈로 삼곤 합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객관적 시선은 겉으로 드러난 모습을 말합니다. 어정쩡한 자세, 구부정한 몸, 무심한 표정, 흐트러진 머리. 스스로에게 낯선 이 모습은 늘 누군가 바라보던 나의 모습입니다.  사진은 진실을 드러냅니다. 포르투갈의 작가 페르난두 페소아는 사진에 찍힌 자기 모습을 대면하는 것을 무척 고통스러워했습니다. 그는 자기의 책 에서 카메라가 냉정한 시선으로 ..

Salon 2024.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