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작가야의 BibleSalon

Salon 206

슬픈 소리

2024. 6. 29.  오늘 나스메 소세키의 소설 를 다 읽었습니다. 풍자와 해학이 일관되게 이어지던 소설은 마지막에 이르러서 작가는 고양이의 입을 빌어 한마디의 말을 전합니다. "무사태평해 보이는 이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 살라는 명령은 받았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는 우리 인간들의 애환이 묻어나는 한 문장이었습니다.  아무리 사람이 어리석고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라고 해도 불확실한 삶의 기준에서 보자면 저마다 불쌍한 존재입니다.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 소세키의 말처럼 누구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슬픈 소리를 납니다. 열정 가득한 조르바도 누구나 사람은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두려워한다. 이자 속에도 하느님과 악마가 있고, 때가 되면 뻗어 땅 밑에..

Salon 2024.06.30

뱃살

2024. 6. 28.  좋아하는 음식이 있습니다. 계절에 따라서 좋아하는 음식이 생기기도 합니다. 언제부턴가 여름이 되면, 꼭 아이스크림을 찾습니다. 저녁 식사를 하고 나면, 꼭 아이스크림 생각이 납니다.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하지 않으면 허전할 뿐만 아니라 뭔가를 제대로 마친 것 같지 않습니다. 오히려 낮에는 아이스크림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꼭 저녁에 그렇게 먹고 싶습니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게 무슨 잘못이겠습니까. 문제는 횟수와 양입니다. 매일 빠짐없이 먹고 또 자기 전에 먹다 보니 늘 살이 문제입니다. 먹는 양도 점점 늘어갑니다. 이전에는 전혀 흥미가 없던 배스킨라빈스를 단골처럼 시켜 먹고, 너무 자주 배스킨라빈스를 먹어서 죄책감이 들면 대신 하드를 먹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문제가 되는 것은 ..

Salon 2024.06.29

영감

2024.6.27.  글을 쓰는 것은 노동입니다. 물론 노동이 아닌 글도 있습니다. 그런 글을 설사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한참 인문학 공부를 할 때, 뼛속 깊이까지 내려가서 쓴 글을 (거칠게 표현하여) 된똥에 비유했고, 고민 없이 그제 발설하기 위한 목적의 글을 설사에 비유했습니다. 제대로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은 힘겨운 운동을 하는 것과 비슷한 수고를 합니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가장 두렵고 막막한 순간은 백지를 마주한 순간입니다. 맑디맑은 하얀 화면을 응시하는 것은 설렘보다는 막막한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내 안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말을 붙잡아 글을 쓰는 것은 매우 복 받은 순간입니다. 그러한 경우가 흔치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꾸준히 글을 써야 하고 또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은 늘 이러한 순간과 ..

Salon 2024.06.28

책임감

2024.6.26.  자유를 꿈꿨습니다. 조르바를 꿈꿨고 네루다를 꿈꿨습니다. 자유는 곧 가벼움이었습니다. 자유는 중력의 반대말이었습니다.  자유에 대해 깊이 고민할 때 만난 개념은 책임감이었습니다. 자유는 책임과 떨어질 수 없는 개념이었습니다. 파울로 코엘료는 "자유란 책임으로부터의 해방이 아니라 책임을 선택할 줄 아는 능력"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유는 무책임하고 무분별하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숱한 책임들 가운데 어떤 책임들을 선별적으로 선택하며 살아가는 능력이라는 말일 것입니다.  가족이 생기고 나이를 먹고 후배들이 생기다 보면 책임의 무게도 그만큼 늘어갑니다. 긍정적인 의미로 본다면, 책임질 일이 많아진다는 것은 곧 내가 성숙한 사람이 되어간다는 말과 같을 것입니다. 그러나 반대의 의미..

Salon 2024.06.27

우연

2024.6.25.  지방 출신이 서울에서 길을 걷다가 우연히 고향 사람을 만나는 건 가능한 일일까요? 불가능에 가깝지만 그렇다고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몇 해 전, 20년 만에 우연히 사당역에서 고향 동창을 만났고, 아주 잠시 들른 고향의 어느 식당에서 옆 테이블에 앉은 동창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회사에 손 볼 곳이 있어서 외부 업체 사람들이 왔었고 사무실 곳곳을 살피며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직원 중의 한 명이 제가 있는 사무실로 왔고 저는 당연히 모르는 사람이겠거니 하며 편히 일을 보시라고 자리를 비켜주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분께서 "00 형 아니세요?"라고 하시길래 화들짝 놀라서 그 직원분의 얼굴을 뚫어지게 살폈습니다. 거..

Salon 2024.06.26

친구

2024.6.24.  친구라는 말은 너무 중요해서 뭐라고 말하기 조심스러운 단어입니다. 친구라는 말은 너무 흔해서 식상해지기 쉬운 단어입니다. 친구라는 말의 정의는 여러 개일 수 있으나 가까운 친구를 말할 때는 늘 한두 명의 적은 인원만 포함시키는 게 친구라는 단어입니다.  다 지난 유행이지만 누군가 T와 F중에 선호하는 성향의 친구가 있냐고 물으면 쉽게 답하기 어렵습니다. 공감과 위로를 잘하는 F의 친구를 바랄 때도 있고, 공감과 위로에서만 머물지 않고 날카로운 지침을 주는 T의 친구를 바랄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F로 시작해서 T로 마무리하는 친구가 가장 좋은 친구인가. 그렇게 말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TF와 FT. 문득 TF팀이라는 말과 FT Island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밤이 깊었습니다...

Salon 2024.06.25

타이밍

2024.6.23.  영화 를 보면, 남자 주인공인 견우는 이런 말을 합니다. "​우연이란 노력한 사람에게 운명이 놓아주는 다리입니다." 무언가를 얻거나 쟁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에게 운명이 우연이라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는 말일 것입니다. 물론 가만히 있어야 할 때도 분명히 있습니다. 무엇인가를 찾아 헤매기보다는 가만히 앉아서 자신을 돌아보거나 때를 기다려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원하는 바가 있을 때 그것을 얻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에게 운명은 단 한 번의 기회라도 더 마련해 주기 마련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빈번하진 않아도 종종 삶에 변화를 가져다줄 기회들이 찾아왔음을 경험합니다. 그것이 기회인지 알아채지 못해서 어떤 기회는 그냥 흘려보내기도 했고 또 어떤 기회는 예상..

Salon 2024.06.24

더위

2024. 6. 22.  사람을 못 견디게 만드는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수면 부족이고, 다른 하나는 더위입니다. 당연한 말일 수 있습니다. 잠의 양이 부족하면 사람은 예민해지기 마련이고, 예민해지면 이성보다는 본능의 지배를 받게 됩니다. 그래서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되고, 평상시보다 더 잦은 실수를 하게 됩니다. 수면의 양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잘 지키지 못하는 것이 또한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더위에 취약합니다. 포동포동 살이 오르고, 점점 나이가 들다 보니 더 더위에 취약해져 갑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출근할 경우, 도보로 걷는 시간 동안 땀을 흠뻑 흘립니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에어컨 바람이 맞아줬으면 좋으련만 우리 사무실 사람들은 쉽게 에어컨을 켜지 않습니다..

Salon 2024.06.23

선풍기

2024.6.21.  여름철만 되면 가장 먼저 찾게 되는 친구가 있습니다. 바로 선풍기입니다. 더 큰 더위가 오기 전에 에어컨보다 먼저 찾는 것이 바로 선풍기입니다. 선풍기는 부채보다 훌륭한 친구입니다. 물론 전기를 필요로 하지만 전력만 주어진다면 바람을 있는 힘껏 만들어주는 친구가 바로 선풍기입니다.  선풍기는 비가시적인 실체를 가시화시켜 주는 존재입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를 바람화하여 우리에게 전해주기 때문입니다. 어릴 적, 선풍기 한 대를 두고 서로 차지하겠다고 싸우기도 했습니다. 선풍기의 날개가 낼 수 있는 바람의 양과 방향은 한정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에어컨은 공평한 맛이 있습니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선풍기는 무슨 뜻일까요? 선한 바람을 내뿜는 기구가 선풍기일까요..

Salon 2024.06.22

피로

2024.6.20.  만성피로입니다. 눈을 뜨고 있지만 눈을 감고 있는 듯하고, 읽고 있지만 읽지 않고 있는 듯합니다. 기침과 함께 찾아온 만성피로가 떠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피로가 쌓인 날에 또 다른 피로가 더해지는 법입니다. 평소의 아침 루틴이 깨지면서 피로에 가산점 1점을 더하게 됩니다.  바로 최근의 일이긴 합니다만 피곤하고 몸이 아픈 일이 있어도 직장 동료들과 가족들에게 말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 어느 정도 앓는 소리를 하며 지냈습니다. 그런데 정말 심한 일이 아니고서야 피곤하거나 아파도 내색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위로와 도움의 요청을 바라는 마음에 내비친 속내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은 그 일에 큰 관심을 두지 않음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서운하고 섭섭하기도 하지만 지금은 아주..

Salon 2024.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