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작가야의 BibleSalon

Salon 206

사소함

2024년 7월 30일 화요일  어제와 다를 바 없는 하루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늘 같은 장소, 같은 시간을 맴돕니다. 오늘이 어제였는지 어제가 오늘이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아무리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도 매일 다른 환경을 마주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사람은 같은 패턴을 지속함으로 안정을 취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반복은 지루함을, 지루함은 권태를, 권태는 무기력으로 귀결된다는 사실입니다.  모험과 안정 사이에서 늘 고민하는 게 인간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늘 모험만을 추구할 수 없습니다.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면서도 그 안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움은 반드시 큰 시도를 통해서만 오진 않습니다. 아주 사소한 것들로 일상의 변화는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필요한..

Salon 2024.07.30

주선2

2024년 7월 29일 월요일  드디어 두 사람이 만났습니다. 둘을 이어주기 위해 먼저 셋이 만났습니다. 어떤 이를 처음 만난 장소에서 벗어나서 만난다는 것은 꽤 어색하고 낯선 경험입니다. 미용실에서만 만나던 사람을 그 공간을 벗어나서 만나니 낯섦과 편한 마음이 가리산지리산했습니다.  셋이 만나서 밥을 먹습니다. 평소에 낯선 사람이 껴 있는 모임에서 말을 많이 하거나 이끄는 스타일은 아닌데, 이 모임은 나의 이익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생각이 들자, 수다뿐만 아니라 실없는 소리가 엄청나게 흘러나왔습니다. 그렇게 1시간이 지났습니다. 한쪽은 나의 친한 동료였기에 순간 이 모임이 두 사람을 이어주려고 만든 모임임을 잊고 있었습니다. 몸으로 전하는 두 사람의 시선에 정신이 번쩍 들어서 속히 그 자리에서 일어섰..

Salon 2024.07.30

뒷모습

2024년 7월 28일 일요일 슈트의 단점 가운데 하나는 체형이 변하면 입기가 불가능하다는 데 있습니다. 물론 기장이나 허리를 늘일 수도 있고 또 요새 가성비 슈트 브랜드도 많아져서 큰 부담 없이 옷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잘 아시다시피 슈트를 새로 구매하는 일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작아진 슈트가 몇 개 있습니다. 옷의 컨디션은 나쁘지 않아서 보관 중인데, 슬슬 떠나보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오늘 오래 방치된 친구 한 벌을 입고 외출했습니다. 타이트한 슈트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닙니다. 더워서 블레이저를 벗자니 작아진 셔츠가 너무 쉽게 허리에서 빠져나오고 그리고 타이를 한 목은 점점 더 조여만 옵니다. 특히 나는 볼 수 없는 뒷모습이 그리 신경 쓰일 수가 없습니다.  미셸 투르니..

Salon 2024.07.30

스웨이드

2024년 7월 27일 토요일 우기가 생겼습니다. 이젠 한국의 여름을 우기라고 불러도 좋을 듯합니다. 요즘 스콜(Squall)과 같은 비가 자주 내립니다. 출퇴근길이나 점심시간에 소나기가 빗겨나가기를 바라게 됩니다. 한번 오면 무섭게 오기 때문입니다.  퇴근 시간입니다. 지인의 추천을 받아서 기상청에 들어가서 실시간 구름의 이동을 확인합니다. 다행히 큰 구름이 동네를 지나갔습니다. 이때다 싶어서 곧장 집으로 향합니다. 습하고 깨끗한 날씨입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합니다. 아직은 날씨가 좋습니다. 그런데 목적지에 다다르자 엄청난 소나기가 내립니다. 망했습니다. 저는 오늘 생각 없이 스웨이드 신발을 신었기 때문입니다. 한여름에 스웨이드를 신은 것 자체가 문제지만 아침에 그런 결정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정류..

Salon 2024.07.28

이해

2024년 7월 25일 목요일 오래전, 중고 서점에서 산 신형철 작가의 책을 이제 읽고 있습니다. 슬픔에 관한 이야기들로 채워진 산문인데, 작가님 특유에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운 음성이 담겨 있습니다. 말이 많은 사람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사람은 살다 보면 말을 많이 해야 할 때가 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자신을 변호해야 하는 그런 상황 말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누군가의 긴 이야기를 잘 들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특히 들어줘야 하는 순간에 들어주지 못합니다. 이미 다 안다는 가정하에 그리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 등의 이유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 그저 노력할 뿐입니다. 작가님은 '어떤 사건/사람의 진실에 최대한 섬세해지려는..

Salon 2024.07.26

습도 100%

2024년 7월 24일 수요일 아침에 샤워하고 나오면 금세 땀이 납니다. 출근 준비를 하다 보면 더 땀이 납니다. 오늘은 땀의 끝을 보았습니다.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뛰었습니다. 뛰어서 정류장에 도착했는데 다행히도 아직 버스가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버스를 기다리는 그 순간, 엄청난 땀이 쏟아졌습니다. 처음 겪은 땀샘의 폭발이었습니다. 얼굴과 목은 비에 맞은 것처럼 땀이 가득 채웠고 속옷은 가슴과 등에 달라붙은 지 오래입니다. 바지 속은 상상하기 싫었습니다. 오늘따라 검정 피케셔츠와 검정 슬랙스를 입었습니다. 난리였습니다. 그렇게 물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처럼 온몸이 젖은 채 출근했습니다. 땀에 젖은 옷들은 점심이 돼서야 티를 감출 수 있었습니다.  저녁 뉴스를 봤습니다. 오늘 전국 대부분의 날씨..

Salon 2024.07.25

자리 배치

2024년 7월 23일 화요일  저도 어쩔 수 없는 옛날 사람인가 봅니다. 사무실 이전을 마쳤습니다. 흩어진 직원들이 이제 서로 책상을 마주하며 일하게 되었습니다. 효율과 편의, 불편함이 공존하게 됐습니다. 어찌 되었든 자리를 정해야 했습니다. 6년 차 직원 하나, 5년 차 직원 하나, 6개월 직원 하나, 3개월 직원 하나가 있습니다. 물론 이 회사에서의 일한 경력과 연급이 잘 들어맞진 않지만 그래도 상황상 자리 배치의 우선권이 주어질 사람이 있는 듯합니다.  요즘 사람이 되고자 재촉하지 않고 기다렸습니다. 자리의 우선권을 선점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리가 정해지길 기다렸습니다. 오늘은 반드시 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온 직원들이 별말을 하지 않다가 사다리 타기를 하자고 합니다. 순간 응? 했습니..

Salon 2024.07.24

주선

2024년 7월 22일 월요일 평생에 안 해 본 일을 하려고 합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려고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아준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그 일을 한번 해 보려고 합니다. 한 사람은 제 친구이고 다른 한 사람은 헤어디자이너입니다. 일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일이 여기까지 왔습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두 사람이 잘 맞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현재 처한 고독(해 보이는 모습)으로부터 나오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 하나로 두 사람을 연결해 주려고 합니다. 결과는 전혀 모릅니다. 오히려 일회성 만남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소개팅은 고비용 저효율의 대표적 만남입니다. 돈은 돈대로 쓰고 아무런 결과도 못 얻는다는 말입니다.  우연에..

Salon 2024.07.22

택시

2024년 7월 21일 일요일 택시를 탔습니다. 택시는 제게 사치의 영역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택시를 탑니다.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택시를 탑니다. 날씨 핑계로, 시간 핑계로, 한여름에 슈트를 입고 이동해야 한다는 핑계로 택시를 탑니다. 머릿속으로 합당한 이유를 만듭니다. 그래, 돈을 써야 서울시 경제가 순환하지! 그래, 그동안 택시를 잘 안 탔으니 이 정도 사치는 부릴 만해! 버스 요금의 몇 배를 쓴 건지 머리는 자꾸 회전하지만, 그 속도를 감속하려고 부단히 애를 씁니다.  그래서 가계부를 더 착실히 쓰기 시작했습니다. 택시비가 한 달에 얼마나 지출되는지 보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웃긴 사실은 이렇게 작은 돈에 쩔쩔매면서도 큰돈을 지출하는 것은 왜 그렇게 쉽게 결정할까..

Salon 2024.07.21

가면

2024년 7월 20일 토요일 가면을 쓰고 사람을 만납니다. 내가 원해서 쓴 가면도 있지만 쓸 수밖에 없었던 가면이 더 많습니다. 그 가면 뒤에 숨어서 사람을 만납니다. 그런데 내가 자발적으로 썼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가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 가면을 벗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랜 시간 쓰고 살았기 때문에 나와 한 몸을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또 어떤 가면은 상대와의 관계를 아주 좋게 만듭니다. 그런 가면은 그리 나쁘게 여겨지지 않습니다. 아군을 만들어서 손해 볼 게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가면 뒤에 숨은 나를 좋게 여겨주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좋아할 일이지만 돌아서니 씁쓸함이 몰려왔습니다. 가면 뒤에 진짜 내 모습은 무엇일까요?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나누는 성..

Salon 2024.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