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작가야의 BibleSalon

Salon 206

바보

2024년 8월 19일 월요일 "이젠 좀 재밌게 즐기며 살지 그래. 나는 그저 말없이 웃었다. 놀이에 몰입한 아이는 재미마저 잊는다고. 정말 재밌게 사는 사람은 재미를 찾지 않는다고. 즐거움은 그 자체로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을 살아내는 길에 뒤따르는 부산물이라고. 꽃씨를 아무리 파 보아도 꽃이 없듯 즐거움은 자신을 살아가는 순간 속에 돌아보면 절로 피어있는 것이라고." 바보의 대답이다. 시인은 행복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누군가 바보에게 지금 행복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행복에 관해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대신, 그저 제대로 울고 제대로 웃고 하루하루 더 나아진 내가 되길 바랄 뿐이라고, 진정 행복했는가는 마지막 순간에만 답할 수 있는 거라고 시인은 바보의 입에 말풍선을 달아주었다...

Salon 2024.08.19

아저씨

2024년 8월 18일 일요일  "올해의 이른바 못 나온 사진이 내년에는 잘 나온 사진이 된다. 자연의 친절한 속임수는 모든 일을 천천히 진행시켜 우리를 상대적으로 덜 놀라게 하는 것이다. 어렸을 때 알았던 나이 많은 아저씨들처럼 언젠가는 그의 손에도 검버섯이 생길 것이다."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갔다. 고향이 주는 편안함에 그야말로 원시적인 편안함으로 2박3일을 보냈다. 태어날 때부터 돌봤던 아기가 있다. 이제는 세월이 흘러 그 녀석도 20대 중반이 다 되어간다. 고향을 다녀오고 나서 어머님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재민이가 형 사진을 보고 "형 이제 아저씨가 다 됐다."라고 말했다며 친절히 그 녀석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그래. 너는 안 늙나 어디 지켜볼 것이다. 원시적인 편안함 뒤에 숨어서 그렇지 꾸미면..

Salon 2024.08.19

노력

2024년 8월 17일 토요일  "내가 아는 훌륭한 시인들은 타고난 사람들이라기보다는 그저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필사적인 노력에 신비로운 것이라고는 없다. 노력이란,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고 다시 실패하는 처절한 세속의 일이다. 조금도 신비롭지 않은 그 노동이 멈추면 시인도 함께 소멸된다." 대가가 되는 길이 어찌 쉬운 길이겠는가. 어떤 위치에 오른 사람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그 위치에 오른 것이리라.  파블로 네루다의 작품 의 첫대목은 영감은 선택된 자에게 찾아오는 식으로 표현된다. "그래 그 무렵이었다... 시가 날 찾아왔다" 물론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신형철 작가나 움베르토 에코는 이러한 신비주의적 영감론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초자연적인 현상에 의해..

Salon 2024.08.17

독화살

2024년 8월 16일 금요일  "부처님은 어디선가 독 묻은 화살이 날아와 허벅지에 박혔을 때 먼저 그 화살부터 빼라고 하셨다. 화살이 꽂혀 있는데도 화살을 빼지 않고 화살을 쏜 사람이 누구인지, 왜 쏘았는지 알고 싶어 한다면 그것을 알기도 전에 온몸에 독이 퍼져 죽고 말 것이다." 살다 보면, 원하지 않아도 화살을 맞을 때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화살은 '원치 않음'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래서 나는 맞은 화살 때문에 화가 나고 억울하며 복수를 다짐한다. 대부분의 화살에는 독이 묻어 있다. 그렇기에 화살을 빼고 치료부터 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온몸에 독이 퍼지고 말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우리는 그 사실을 잊어버린다. 분노와 복수만 남아 있는 나는 분노를 표출하고 복수에 성공한다고 해도 남는 것은 함께 ..

Salon 2024.08.17

신(神)

2024년 8월 15일 목요일 "나는 인간이 더 인간다워지기 위해 신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보지만, 신이 더 신다워지기 위해 인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그래도 신이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어도 신은 인간과 관계를 맺는다고 하여 더 나은 존재가 될 가능성은 없다는 말이리라. 가능성이라기보다는 더 나은 존재가 될 이유를 발견하지 못하리라. 신은 참 많(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신은 인간이 기쁨과 평화를 누리기를 바란다. 그래서 신을 믿는 사람은 그 신의 가르침을 살아내려고 애쓴다. 그러나 신의 관점에서 인간은 어떠한가. 특별한 이로움은 없고 인간의 연약함 때문에 인간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일만 남게 되리라.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

Salon 2024.08.17

2024년 8월 14일 수요일  "내가 이야기의 끝에 자꾸 '나'를 주어로 삼은 문장을 써보고는 하는 것은 의례적인 반성적 제스처를 집어넣어서 스스로 면죄부를 발송·수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기 위해서다." 담백하고 간결하며 의도가 분명한 문장을 쓰고 싶다. 그러나, 언제나 나의 글 속에는 글을 부자연스럽게 만드는 '나'라는 주체가 등장한다. 지금도 이 한 문장에 '나'가 등장하지 않았는가. 좋은 '나'와 나쁜 '나'가 있는진 모르겠으나 글 속에 '나'의 등장을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반성적 차원의 '나', 스스로 경계하기 위한 '나'를 출현시키고 싶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나누는 성경 이야기www.youtube.com

Salon 2024.08.14

슬픔

2024년 8월 13일 화요일  "이 작가는 어째서 'post coitum'을 지우고 'animal triste'만 남겨놓았나. 우리가 특정한 순간에만 슬픈 것이 아니라 사실은 대체로 슬프기 때문이 아닌가. 인간은 본래 슬픈 짐승이고 우리는 모두 슬픔의 식민지가 아닌가."  을 보고 사람들과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다. 다섯 명의 감정 주인공 중에 누가 가장 중요한 주인공이라고 생각되느냐, 는 질문을 받았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결론적으로 나온 이야기는 '슬픔이'의 중요성이었다. 나무위키에서 '슬픔이'를 검색하면 이런 문장이 나온다. "담당하는 영역은 당연히 슬픔, 무기력, 비관, 우울. 부정적인 영역만 담당하는 것처럼 보여도 공감이라는,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영역을 유일하게 담당하는 감정"..

Salon 2024.08.13

욕망

2024년 8월 12일 월요일  "돌아보지 말라고 하면 결국 돌아보게 된다. 이 모티프가 구약의 창세기에서 한국의 만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발견되는 것은 이 설정이 욕망의 본질(금지가 있는 곳에 위반이 있다)을 드러내는 효과적인 장치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은 참 특이하다. 금지된 것을 위반할 때 왜 즐거움을 느끼는가. 본성을 잃고 억압의 산물이 되어서 그럴까. 학창 시절, 담을 타 넘고 야간자율학습을 빼먹는 일이나 몰래 숨어서 피우는 담배에는 단순한 일탈 이상의 것이 담겨 있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나누는 성경 이야기www.youtube.com

Salon 2024.08.13

문학

2024년 8월 11일 일요일 "문학이 귀한 것은 가장 끝까지 듣고 가장 나중에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설이 좋고 그래서 소설이 힘들다. 끝까지 읽지 못하고 중간에 덮는 소설도 있다. 그런 책의 제목은 생각나지도 않는다. 마지막이 뻔하다고 느껴져서이기도 하고 또 소설 속 화자들의 이야기가 더 이상 궁금하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그러나 좋은 소설은 의심과 확신 사이를 걸어가게 만들고 마지막에 이르러서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한 사람을 다 이해한다는 게 절대 쉽지 않고 때로는 불가능하구나, 라는 생각!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의 말에도 문학을 대하는 태도로 귀를 기울일 수 있다면 좋으련만.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나누는 성경 이야기www.youtube.com

Salon 2024.08.13

인식

2024년 8월 10일 토요일  "중요한 것은 '인식'을 생산해 내는 데 성공했느냐 아니냐에 걸려 있다. '인식의 생산'이 없는 아포리즘의 수명이 짧다는 것을 이 작가는 잘 안다." 새로운 인식이 필요한 분야가 어디 문학만이겠는가. 해 아래 새것이 없다고는 하나 우리는 잊힌 소중한 정신의 유산들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 그것은 주로 보이지 않는 부분 다시 말해 인간의 깊은 내면 그리고 사건과 사건 사이에 존재하는 어떤 빈틈에 관한 것이리라.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나누는 성경 이야기www.youtube.com

Salon 2024.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