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작가야의 BibleSalon

Salon 206

배움

2024년 9월 8일 일요일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사람이 상급이고, 배워서 아는 사람이 그다음이며, 곤란을 겪고 나서야 배우는 사람이 또 그다음이다. 곤란을 겪고 나서도 배우지 않는 것은, 백성들이 바로 그러한데, 이는 하급이다." 배움에 정도(正道)는 없다. 하지만 정도(程度)의 차이는 있다. 누군가는 배움에 능해서 지름길로 간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평범한 길로 간다. 그런데 잘 배우면 무엇에 좋다는 말인가. 단순히 실수를 덜 하기 위함인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덜 끼치고 즐겁게 살기 위함이 아닐까. 나는 2번이 되고 싶으나 3번 유형의 사람이다. 그런데 정말 그러한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결국 4번이라는 뜻이 아닌가.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나누는 말씀 사색www.yo..

Salon 2024.09.10

신뢰

2024년 9월 7일 토요일  "이를테면 좋은 '멘토'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멘토르'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지혜와 명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신뢰라는 것. 나를 잘 아는, 내 편인, 그런 사람만이 나를 진정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  멘토라는 말의 출처는 다. 트로이 전쟁 길에 오른 오디세우스가 자신의 오랜 친구 멘토르에게 어린 아들 텔레마코스의 장래를 맡긴다. 그리고 20년 만에 귀향한 오디세우스는 의젓하게 성장한 그의 아들과 마주한다. 현재 멘토르는 고유명사가 되어 주로 '아버지 같은 스승'을 뜻하는 말로 사용된다. 영어권에서는 도움을 주는 사람을 멘토, 도움을 받는 사람을 멘티라고 칭한다.  책을 읽다가 알게 된 사실은 결정적인 순간에 이 멘토르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버지 ..

Salon 2024.09.07

감정

2024년 9월 6일 금요일 "그래서 그림에 대한 나의 반응은 새 한 마리가 가슴속에서 퍼덕이듯 내 안에 갇혀 있었다. 그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 하지만 누군가는 표현해-내기도 하는 것. 하지만 표현에 성공한 이의 표현은 에둘러 표현했기에 성공했던 것. 감정은 그러한 것. 붙잡을 수 없어 우회하며 도달해야 하는 목적지. '새 한 마리가 가슴속에서 퍼덕'이는 감정은 어떤 감정일까. 가슴이 쿵쾅거리는 것을 말할까. 어떤 대상을 보고 내 안에 새 한 마리가 퍼덕이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나는 아직 살아 있다는 것.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나누는 말씀 사색www.youtube.com

Salon 2024.09.06

상투어

2024년 9월 5일 목요일 "상대방이 자신에게 클리셰(상투어)를 남발한다는 것은 그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움찔했다. 허에 찔린 듯 시큼했다. 오늘은 어제와 같은 날인가. 분명히 다른 날이다. 그대는 어제 내가 만난 그 사람이 맞는가. 분명 다른 당신이다. 탓할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이 없는 자신을 탓해야 한다. 새로움을 보아낼 줄 모르는 자신을 탓함이 마땅하다. 릴케는 이런 함정에 빠진 이들을 보며 자신을 탓하라고 말한다. 일상의 풍요로움을 불러낼 만큼 아직 당신이 충분히 시인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말이다. 직업으로서의 시인을 말하는 게 아니다. 감각을 가진 누구나 시인이다. 당신은 여전히 같은 말을 반복하며 지내는가.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나누..

Salon 2024.09.05

서명

2024년 9월 4일 수요일  "소소하지만 황송한 인연이 있어 선생(황현산)께서 서명한 책을 받을 수 있었는데, 선생은 책의 속지에다 서명을 하지 않고, 따로 작은 메모지에 서명을 해서 그것을 테이프로 붙여 보내셨다. 이 특이한 조치의 속뜻이 짐작되지 않아서 알만한 이에게 물어보니, 당신의 '졸저'를 다 읽으면 서명 쪽지를 떼어 버리고 중고서점에 팔라는 뜻으로 한 배려라는 것이었다." 최근에 지인에게 책 선물할 기회가 있었다. 근사한 공연의 초대에 감사한 마음에 책 한 권을 사서 드릴 예정이었는데, 그래도 흔적이라도 남겨 드리고자 메시지를 써서 드렸다. 볼펜이 없어서 공연 안내 부스에서 펜을 빌렸고 열악한 환경에서 글을 쓰다 보니 글씨가 가리산 지리산이었다. 원래 글씨가 예쁘지 않은데 더 악필에 가까워졌..

Salon 2024.09.04

일면적

2024년 9월 3일 화요일  "늘 어떤 주장의 일면성을 지적하면서 이면을 가리켜 보여주되, 자신의 지적 자체도 일면적인 것일 수 있음을 동시에 의식하는 의식. 이것이 바로 '문학적 의식'의 한 본질일 것이다."  자신 있게 말하는 것이 어렵다. 성격상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알면 알수록, 들으면 들을수록, 배우면 배울수록 더 확신 있게 말하기 어려워진다. 그 반대가 돼야 맞을 텐데 확신이 점점 줄어간다. 가장 큰 이유는 내가 한 말의 오류 가능성 때문이다. 보지 못하는 면이 점점 더 많아진다고 생각되는 요즘이다. 하지만 사람은 상황에 따라 어떤 것을 확신 있게 말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땐 확신 있게 말은 하면서도 자기 확신이 그저 일면적인 것일 수도 있음을 의식하는 것이 중요하리라.   이작가야..

Salon 2024.09.03

진화

2024년 9월 2일 월요일  "얼굴에서 음성으로, 음성에서 글자로, 우리는 축소돼왔다. 이것은 진화일까? (...) 우리가 글자보다 더 축소될 수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우리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그것은 진화일까 아닐까." 친한 사람이 아닌 이상 대면 보다 전화가, 전화보다 문자가 편하다. 친한 사람도 시간이 없거나 귀찮을 때는 문자가 더 편할 때가 있다. i 성향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도 전화보다 문자가 더 편하다고 말한다. 단순히 편리함 때문만이 아니라 이렇게 변화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이다음이 문득 궁금해진다. 얼굴에서 음성으로, 음성에서 글자로, 글자에서 무엇으로?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나누는 말씀 사색www.youtube.com

Salon 2024.09.03

2024년 9월 1일 일요일 "한 작가에 대해 신속·정확하게 알고 싶으면 일단 세 권의 책을 읽으면 된다. 데뷔작, 대표작, 히트작. 데뷔작에는 한 작가의 문학적 유전자가 고스란히 들어 있기 때문에, 대표작에서는 그 작가의 역량의 최대치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히트작은 그가 독자들과 형성한 공감대의 종류를 알려주기 때문에 읽을 가치가 있다." 한 명의 작가를 빠르게 알고 싶다면 세 권의 책을 읽으라고 한다. 데뷔작, 대표작, 히트작. 사람은 어떠한가? 한 사람을 빠르게 알고자 한다면, 다음의 세 가지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를 알게 된 첫 만남(데뷔작), 그가 자신을 가장 잘 뽐낼 수 있는 곳에서의 만남(히트작), 그리고 그가 사람들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는지를 볼 수 있는 곳에서 만남을 갖는다면(데뷔..

Salon 2024.09.02

시니컬

2024년 8월 31일 토요일 "소크라테스 이후 그를 추종하는 무리가 생겨나 이른바 '소크라테스학파'를 형성했는데 그중 하나가 시닉스(Cynics), 즉 견유학파다. '개처럼 살고 싶은 선비들의 모임' 정도 되겠다. 극단적인 무욕을 추구하고 세속적 가치를 냉소하는 급진주의자들이었다. '시니컬'(cynical, 냉소적인)이라는 형용사가 그래서 생겨났다." 종종 성격이 까칠하거나 까탈스러운 사람을 보면 '시니컬하다'라고 불렀다. 그런데 더 세심히 살핀 후 불러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시니컬이 시닉스(Cynics), 즉 견유학파에서 온 말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까칠한데 그가 무욕을 추구하고 세속적 가치를 냉소한다면, 오케이, 그래, 시니컬하다고 불러 드리리다. 이제 시니컬한 사람의 리스트가 매우 축소되..

Salon 2024.09.02

입장

2024년 8월 30일 금요일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점을 기억해두는 게 좋을 거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는 않다는 것을." 저마다의 손에 마이크가 들려 있다면, 사는 것이 그리 답답하지만은 않으리라. 내 이야기를 털어놓을 시간과 장소, 대상이 있다면 사는 게 조금은 숨통이 트이리라. 물론 세상에는 귀 기울여 듣지 않아도 될 말이 있다. 대표적으로 남을 판단하는 말이 그 말이다. 사람은 자기중심적이다. 그러나 본인이 자기중심적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떠들어대는 사람을 보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남을 비판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유리한 위치에 놓여 있는지를 모른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나누는 말씀 사색www.youtube.com

Salon 2024.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