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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에세이] 신영복 선생님을 생각하며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걸 다시 느낀 일이었다. 신영복 선생님의 별세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난 선생님께서 '죽음'에 관해 쓴 글이 기사화 된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읽어 보니 돌아가신 것이다. 순간, 믿기지 않았다. 그동안 희귀 피부암을 겪고 계셨다니. 전혀 알지 못했다. 개인적인 친분은 없다. 하지만 신영복 선생님은 내 삶에 깊이 관여해 계셨다. 그분의 글을 언제 처음 접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그분의 글과 말과 삶은 나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선생님의 글은 방황하고 불안해하는 내 생각과 마음을 붙잡아 주셨고 또한 나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방향을 가리켜보여 주셨다. 꼭 한번이라도 뵙고 싶었기에 몇 해 전, 서강대에서 열렸던 선생님 특강에 찾아갔었는데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 더보기
[쓰임 Note] 가다듬고 기다리며 20151206 쓰임교회 주일설교 가다듬고 기다리며 1. "내가 나의 특사를 보내겠다. 그가 나의 갈 길을 닦을 것이다. 너희가 오랫동안 기다린 주가, 문득 자기의 궁궐에 이를 것이다. 너희가 오랫동안 기다린, 그 언약의 특사가 이를 것이다. 나 만군의 주가 말한다. 2. 그러나 그가 이르는 날에, 누가 견디어 내며, 그가 나타나는 때에, 누가 살아남겠느냐? 그는 금과 은을 연단하는 불과 같을 것이며, 표백하는 잿물과 같을 것이다. 3. 그는, 은을 정련하여 깨끗하게 하는 정련공처럼, 자리를 잡고 앉아서 레위 자손을 깨끗하게 될 것이다. 금속 정련공이 은과 금을 정련하듯이, 그가 그들을 깨끗하게 하면, 그 레위 자손이 나 주에게 올바른 제물을 드리게 될 것이다. 4. 유다와 예루살렘의 제물이 옛날처럼, .. 더보기
[에세이] 본다는 것은 '만남'입니다 곡속장에 '이양역지'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동물) 양과 소를 바꾼다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맹자가 인자하기로 소문난 제나라 선왕을 찾아가 자기가 들은 소문을 확인한다는 내용입니다. 어느 날, 선왕이 길을 걷다 제물로 끌려가는 소가 벌벌 떨며 눈물을 흘린 것을 보고 신하에게 그 소를 놓아주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소를 제물로 드리는 '흔종'이라는 제도가 있었는데, 신하가 이를 폐지하냐고 묻자 선왕은 제물을 소대신 양으로 바꾸라고 했습니다. 정말 이렇게 지시한 게 맞는지 맹자는 선왕을 찾아가는 중이었습니다. 선왕에게 이게 사실이냐고 묻자 그는 그런 일이 있었다고 말했고, 왜 그랬냐고 묻자 선왕은 죄 없이 사지로 끌려가는 소가 불쌍해서 바꾸라고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양은 불쌍하지 않은 것일까요? 맹자는.. 더보기
[쓰임 Note] 하나님을 알아가는 길 20151101 쓰임교회 주일설교 하나님을 알아가는 길 1. 할렐루야. 내 영혼아, 주님을 찬양하여라. 2. 내가 평생토록 주님을 찬양하며 내가 살아 있는 한, 내 하나님을 찬양하겠다. 3. 너희는 힘 있는 고관을 의지하지 말며, 구원할 능력이 없는 사람을 의지하지 말아라. 4. 사람은 숨 한 번 끊어지면 흙으로 돌아가니, 그가 세운 모든 계획이 바로 그 날로 다 사라지고 만다. 5. 야곱의 하나님을 자기의 도움으로 삼고 자기의 하나님이신 주님께 희망을 거는 사람은, 복이 있다. 6. 주님은, 하늘과 땅과 바다 속에 있는 모든 것을 지으시며, 영원히 신의를 지키시며, 7. 억눌린 사람을 위해 공의로 재판하시며, 굶주린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시며, 감옥에 갇힌 죄수를 석방시켜 주시며 8. 눈먼 사람에게 눈.. 더보기
[청파 Note / 1부] 비틀거리며 하나님께 가는 길 20140727 청파교회 1부 예배 설교 비틀거리며 하나님께 가는 길 11. 그러나 나는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없습니다. 분하고 괴로워서, 말을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습니다. 12. 내가 바다 괴물이라도 됩니까? 내가 깊은 곳에 사는 괴물이라도 됩니까? 어찌하여 주님께서는 나를 감시하십니까? 13. 잠자리에라도 들면 편해지겠지, 깊이 잠이라도 들면 고통이 덜하겠지 하고 생각합니다만, 14. 주님께서는 악몽으로 나를 놀라게 하시고, 무서운 환상으로 저를 떨게 하십니다. 15. 차라리 숨이라도 막혀 버리면 좋겠습니다. 뼈만 앙상하게 살아 있기보다는,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습니다. 흔들리는 바늘의 나침반 2010년에 나왔던 드라마 중에 아주 재밌게 봤던 드라마가 있습니다. 아마 보신 분들도 계실 텐데요, 제.. 더보기
[청파 Note / 1부] 그래도 함께 살아가자 20130825 청파교회 1부 예배 설교 그래도 함께 살아가자 20. 바리새파 사람들이 하나님의 나라가 언제 오느냐고 물으니, 예수께서 그들에게 대답을 하셨다. “하나님의 나라는 눈으로 볼 수 있는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21. 또 ‘보아라, 여기에 있다’ 또는 ‘저기에 있다’하고 말할 수도 없다. 보아라,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 여름과 겨울의 이중성 저는 여름과 겨울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여름과 겨울이 빨리 지나가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교회학교나 청년부를 담당하는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여름과 겨울에 가장 바쁩니다. 성경학교와 수련회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교회에서 유초등부를 담당할 때에는 집에 못 들어갈 때도 여럿 있었습니다. 만약 제가 결혼을.. 더보기
[에세이] 입장의 동일함 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한 법입니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 연대가, 실천적 연대보다는 입장의 동일함이 더욱 중요합니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이 관계의 최고형태 입니다. 신영복, 이작가야의 이중생활 문학과 여행 그리고 신앙 www.youtube.com 더보기
[에세이] 깨달음이란 깨달음이란 우선 이처럼 자신이 깨뜨려지는 충격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옳다. 진정한 깨달음이란 근본에 있어서 시대와의 불화(不和)이어야 하리라. 사건과 같은 충격 그리고 충격 이후에 비로소 돌출하는 후사건(後事件)이 깨달음의 본 모습이 아닐까. "깨달음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가 반성해야 하는 것은 깨달음마저도 소유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끊임없는 불화와 긴장 그 자체가 지혜인지도 모른다. 신영복, , 돌베개, p.100-105 자신이 깨뜨려져야 얻어진다는 '깨달음.' 나는 지금까지 얼마나 깨어지고 또 깨어졌는가. 우리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능동적이어야 하겠지만, 수동적이지 않은 깨달음을 맞이한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틀을 깬다는 것이 꽤나 고통스럽기 때문이.. 더보기
[에세이] 변방(邊方)을 찾아서 평상시 주일과는 다르게 청년들이 이른 저녁 집으로 향한다. 나 또한 익숙치 않은 밝음에 등떠밀려 집으로 향하려 한다. 지하철 역을 내려 발걸음을 옮기다 문득 가방 속에 고이 넣어둔 책이 생각나 잠시 발끝을 돌려 커피숍으로 향한다. 조금은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주변 사람들의 미미한 소음을 끌어안고 책을 펼친다. 글이 이렇게 위로가 되고 따스할 수 있을까. 오래전 사뒀지만 읽지 못했던 신영복 선생님의 글을 찬찬히 읽어본다. 그러다 마주친 '변방(邊方)을 찾아서.' 아직 배워야 할 것이 산더미다. "중요한 것은 변방이 공간적 개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변방은 변방성, 변방 의식의 의미로 이해되어야 한다. 비록 어떤 장세(場勢)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모름지기 변방 의식을 내면.. 더보기
[청파 Note / 1부] 작기에 큰 믿음 20130428 청파교회 1부 예배 설교 작기의 큰 믿음 2. 여호수아가 여리고에서 베델 동쪽 벳아웬 곁에 있는 아이 성으로 사람들을 보내면서, 그들에게 올라가서 그 땅을 정탐하라고 지시하니, 그 사람들이 올라가서 아이 성을 정탐하였다. 3. 그들이 여호수아에게 돌아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모든 백성을 다 올라가게 할 필요가 없을 것 같 습니다. 이천 명이나 삼천 명만 올라가도 아이 성을 칠 수 있습니다. 모든 백성이 그 성을 치느라고 다 수고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성 안에 있는 사람들의 수가 얼마 되지 않습니다." 4. 백성 가운데서 약 삼천 명이 그리로 올라갔다. 그러나 그들은 도리어 아이 성 사람에게 패하여 도망쳐 왔다. 5. 아이 성 사람은 이스라엘 사람을 서른여섯 명쯤 죽이고, 성문 앞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