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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에세이] 진품 같은 사람 어디 없는가 운동 때문에 자주 지나치게 되는 포르쉐 매장. 신호 대기를 하는데 갑자기 사진이 찍고 싶었다. 가짜 벤츠 엠블럼이 박힌 짝퉁 아디다스 축구복을 입고 나에게 단 한 대도 없는 포르쉐 차량 판매소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데, 왠지 투명인간이 된 것만 같았다. 진품 하나 없고, 제대로 된 소유 하나 없는 게 마치, 우리가 사는 세상을 축소해 놓은 것만 같았다. ᄇ.. 더보기
[에세이] 포기해야 할 것과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 포기해야 할 것과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 어떻게 구분 가능할까. 포기와 포기하지 않음 사이 공간은 또 없는 걸까. 가수 이효리는 MBC TV 프로그램 에서 제주 해녀분들에 관한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가수 비는 유재석과 함께 어떤 곡을 만들지 고민하던 중 '포기하지 마'라는 다소 엉뚱한 아이디어를 내놓자 이효리는 요새 바이브는 그런 게 아니라며 '포기'에 관한 다른 생각을 내놓았다. 그녀는 SNS에서 보았는데 해녀분들은 전복을 잡다가 한 번 놓치면 다시 잡지 않는다고 했다. 한 번 잡힐 뻔했던 전복은 이전보다 바위에 더 강하게 달라붙는다며 말이다. 오히려 놓쳤던 전복을 다시 잡으려는 욕심에 사고가 날 수 있기에 포기에 관한 원칙은 해녀분들에게 있어서 반드시 지켜야 할 규율 같은 거라고 말했다. 포기하지 .. 더보기
[에세이] 같은 비, 다른 느낌 퇴근길 우산 없이 맞는 비는 피하고 싶은 비다. 늦은 저녁, 굼뜬 몸을 이끌고 한강에 나갔는데 작은 빗방울들이 마스크 위로 떨어졌다. 오늘 밤 비가 온다 했구나. 집으로 돌아갈까 생각했지만 가던 길을 계속 가기로 했다. 다행히 비는 더 오지 않았다. 한강대교까지 뛸 때는 습한 기온만이 체온을 높일 뿐이었다. 잠시 숨을 고르는데 소나기처럼 비가 내렸다. 더 쏟아지기 전에 집으로 가야 할 분위기다. 다시 원효대교로 달리기 시작했다. 비가 마스크 위로 눈을 뜨기 힘들 만큼 쏟아진다. 소나기 같았다. 비가 내리자 한강에서 운동하던 사람들이 깔깔대며 비를 피하기 위해 여기저기로 달아난다. 나는 돌아가야 할 곳으로 계속해서 뛰었다. 기분이 좋아졌다. 다시 힘이 났다. 뜨거웠던 체온이 조금씩 내려감을 느꼈다. 초여름.. 더보기
[에세이] 자기라는 감옥 단 한 사람이라도 나를 바라봐주기를 바랐다 단 한 사람이라도 내게 말을 건네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내가 먼저 손 내밀기 전에는 누군가 나를 먼저 바라봐주기는 쉽지가 않다 상대는 내 상태를 모르기 때문이다 혹은 그렇게까지 관심이 있지 않거나 표현하지 않으면 내게 말을 건네 달라 손 내밀지 않으면 한 명의 사람이든 여러 명의 사람이든 내 속내를 알 수 없는 법 짐작은 할 수 있지만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이 사실을 이제는 앎에도 불구하고 난 어찌하여 지금 고립된 거 같다고 그래서 내 마음에 귀 기울여주고 손 내밀어달라 선뜻 말하지 못하는가 자존심 문제인가 아님, 아이같은 마음이 문제인가 사내의 심보라 그러한가 내가 내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잘 표현하지 않는 순간 나는 또다시 고립에 빠져들게 된다 반복되는 패.. 더보기
[에세이] 손길 아이들 졸업할 때 주려고 준비한 다육이들. 코로나로 만날 수 없게 되었고 그렇게 두 달이 흘렀다. 주인 잃은 다육이들은 그렇게 선물 꾸러미 안에 잠자고 있었다. 어느 날, 밖에 나와보니 이렇게 분갈이마저 되어 있는 우리 다육이들을 보았다. 한 살림꾼께서 잘 관리하여 분갈이까지 해놓은 것이다. 방치되어 사라질 수밖에 없던 녀석들이 한 사람의 관심과 애정, 정성스런 손길로 더 큰 곳으로 옮겨졌다. 그래, 나는 지금 무엇에 관심을 두며 하루하룰 보내고 있는가. 햇살이 참 좋으다. 이작가야의 이중생활 문학과 여행 그리고 신앙 www.youtube.com JH(@ss_im_hoon)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팔로워 189명, 팔로잉 168명, 게시물 428개 - JH(@ss_im_hoon)님의 Ins.. 더보기
[청파 Note / 새벽] 새로운 존재로 서라 20190713 청파교회 새벽설교 새로운 존재로 서라 13. 여호수아가 여리고에 가까이 갔을 때에 눈을 들어서 보니, 어떤 사람이 손에 칼을 빼 들고 자기 앞에 서 있었다. 여호수아가 그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너는 우리 편이냐? 우리의 원수 편이냐?" 14. 그가 대답하였다. "아니다. 나는 주님의 군사령관으로 여기에 왔다." 그러자 여호수아는 얼굴을 땅에 대고 절을 한 다음에 그에게 물었다. "사령관님께서 이 부하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렵니까?" 15. 주님의 군대 사령관이 여호수아에게 말하였다.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곳이니, 너의 발에서 신을 벗어라." 여호수아가 그대로 하였다. 궁금증 주님의 평화가 함께 하시길 빕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말씀을 준비하는데, 고린도후서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 더보기
[청파 Note / 새벽] 떠나라 말씀하시는 주님 20190525 청파교회 새벽설교 떠나라 말씀하시는 주님 22. 그들은 그 곳을 떠나 산에 다다라서, 사흘 동안 거기에 머물러 있었다. 뒤쫓는 사람들은 모든 길을 수색하였으나, 정탐꾼들을 찾지 못하고 되돌아갔다. 23. 두 사람은 산에서 다시 내려와 강을 건넜고, 눈의 아들 여호수아에게 이르러서, 그들이 겪은 모든 일을 보고하였다. 24. 그들이 여호수아에게 말하였다. "주님께서 그 땅을 모두 우리 손에 넘겨 주셨으므로 그 땅의 모든 주민이 우리를 무서워하고 있습니다." 1. 여호수아는 아침 일찍 일어나, 모든 이스라엘 자손과 함께 싯딤을 떠나 요단 강까지 왔다. 그들은 강을 건너기 전에 그 곳에 진을 쳤다. 2. 사흘 뒤에 지휘관들이 진을 두루 다니며, 3. 백성에게 명령하였다. "당신들은, 레위 사람.. 더보기
[에세이] 인생은 외로운 것 ​안개 속을 걸어 다니는 것은 신기하다. 나무도 돌도 모두 쓸쓸하다. 어떤 나무도 다른 나무를 보지 못하니 모두가 혼자다. 나의 인생이 빛났던 날에는 세상의 친구도 많았었다. 지​​금 안개가 내리니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이 어둠의 의미를 모르는 자는 지혜롭다 말할 수 없으리라. 피할 수 없이 조용하게 만물로부터 떠나게 만드는 이 어둠, 안개 속을 걸어 다니는 것은 신기하다. 인생은 외로운 것! 아무도 남을 모르니 모두가 혼자다. 헤르만 헤세, 넋 놓고 방심했더니 그 틈을 비집고 찬 바람이 가슴에 드리워졌다. 적적한 마음을 달래고자 이야기 나눌 육신의 벗들을 찾았지만 오늘 따라 모든 것이 허사로다. 며칠 전, 중고서점을 기웃대다 헤세의 책 한 권과 만났고 손에 들린 그 때의 그 책이 지금 이 마음에 새로.. 더보기
[에세이] 광기와 죽음 "미쳤다는 건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해. 마치 네가 낯선 나라에 와 있는 것처럼 말이지. 너는 모든 것을 보고, 네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인식하지만 너 자신을 설명할 수도 구할 수도 없어. 그 나라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니까." "그건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느껴본 거예요." "우린 모두 미친 사람들이야, 이런 식으로든 저런 식으로든." 파울로 코엘료, , 문학동네, p.92 우리는 누구나 타인에게 설명하기 힘든, 설명할 수 없는 내 속의 무엇을 간직하며 산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중요한 것은 옳은 답이 아니라 남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한다. 반어법일 테다. 그런데 남들이 옳다고 여기는 것 중 대부분은 어떤 대단한 .. 더보기
[에세이] 아직도 그때 그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가? 우리의 생각이 잘 바뀌지 않는 이유는 주변 사람들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의식이 바뀌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가 어울리는 사람들이 바뀌었는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다. 아직도 그때 그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면, 그의 생각은 아직 그대로인 거다. (지리적 편중과 의식의 편중 中) 이런 거창한 담론 때문에 시작된 여정은 아니었다. 돌아보니 ‘그랬구나’라고 느꼈을 뿐이다. 서서히 가까워진 한 무리와 갑작스레 가까워진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떠오른다. 지금도 그들과 허덕거리지만 유쾌한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와 장소가 줄어들고 있다. 물론 솔직히 말하면 그런 기회와 장소를 마련하는 게 귀찮다. 새로움에 쓸 에너지가 없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꼬장꼬장..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