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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에세이] 사람은 떠나봐야 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유쾌하지 않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자신을 소개하고 상대를 알아가는 것이 에너지 소모를 일으킨다는 걸 경험한다. 열정이 식어간다는 증거다. 하지만 흘러가는 대로 나를 내맡길 수 없어 낯선 곳에 스스로를 두어본다. 어떻게 반응하는지 지켜보자. 작년부터 시작된 제주 올레길 순례는 낯선 이들과 만나는 파티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어제도 그런 하루를 보냈는데, 혼자 여행 온 사람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먼저 다가감에 기분 좋은 미소로 자신을 내보인다. 번잡한 도심에서는 발생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 돌풍과 폭우를 선물로 준 5코스의 끝에 두 번째 숙소에 도착한다. 그곳은 남원읍! 잠시 잊었던 건 도심지를 벗어난 제주는 해가 지고 나면 금세 암흑으로 바뀌고 숙소를 활용하지.. 더보기
[에세이] 우연의 일치 중학교 때로 기억한다. MP3가 활성화 되지 않았던 그 시절, 내 삶의 좋은 동반자는 라디오였다. 그 시절의 나는 좋아하는 가수들의 모든 노래 테이프를 살 형편이 아니었기에 라디오 방송에서 나오는 애청곡의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잡아 녹음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시절은 그렇게라도 매순간 집중하며 살았다. 잠들기 전, 라디오 DJ의 마지막 신청곡 소개 멘트인 "마지막으로 들려 드릴 노래는~"이란 말을 따라하며 그 뒤에 내가 듣고 싶은 노래 가수와 제목을 혼잣말로 되뇌이곤 했다. 당시 얼굴 없는 가수였던 이수영의 노래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나는 그녀의 1집 타이틀 곡인 'ibelieve'를 주구장창 DJ멘트 뒤에 덧붙이곤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녀의 노래를 공테이프에 녹음 시키고자 애쓰기를 수 일. 드디.. 더보기
[에세이] 슬픔과 눈물 ​ ​슬픔과 눈물. 에코백 같은 존재들이다. 내 옆을 떠날 줄을 모른다. 희망을 나누고 싶어 단상을 남기다 보면 갑자기 슬픔의 기운이 얼굴을 내민다. 빼꼼히. 사람을 만나면 항상 웃음부터 지어지지만 어찌 글은 이 모양인지 모른다. 조민아 선생님은 글 속에 진짜 내 모습이 드러난다고 하시던데. 영화를 보다가 노래를 듣다가 글을 읽다가 눈물샘은 반갑지도 않은 눈물을 자꾸 끌어올린다. 여기저기 기웃대다 을 쓰신 권정생 선생님의 인터뷰 글을 보았다. 왜 선생님은 평생 슬픈 글만 쓰냐는 질문에 "세상에서 가장 맑은 것이 있다면 눈물이야. 울고 나면 용서를 할 수 있어."라고 하셨단다. 그리고 "나의 동화는 슬프다. 그러나 절대 절망적인 것은 없다. 서러운 사람에겐 남이 들려주는 서러운 이야기를 들으면 한결 위안이.. 더보기
[책 모퉁이] 성서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성서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는, 하나님의 사랑이 변했다는 것이다. 성서는 생활 지침서가 아니기 때문에, 성서가 쓰여 지던 시기와 문화, 지리적 위치, 저자가 놓인 상황 등을 이해해야 한다. 사실 구약성서는 인류 보편적인 하나님의 사랑을 담고 있지 않다. 유대 전통에서 기록되었기에 그 안에 담긴 하나님 사랑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한 사랑이다. 그것이 신약성서에 넘어오면서(예: 복음서, 사도행전 10-15장) 확장된다. 즉, 성서에서 하나님의 사랑은 확장하는 변화를 보여준다. 유대인만을 위한 사랑이 이방인을 모두 포함한 사랑으로. 다만, 이스라엘 백성이 선택된 이유는 '하나님의 실험 프로젝트로써, 만일 한 민족조차 정의를 구현할 수 없다면 모든 민족이 그렇게 될 가능성이 .. 더보기
[에세이] 어떻게, 살까 안수를 받고 개척교회 담임자가 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목회란 무엇이며 목사는 또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이 질문 앞에 나의 마음은 어둠뿐이다 답이 내려지지 않는 이 골치 아픈 질문을 잠시 내려놓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뭘까? 누군가를 흉내내거나 따라 사는 삶이 아니라 내가 행복해 질 수 있는 삶의 방식은 뭘까? 라는 질문을 해본다 목회의 길보다 사람의 길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가끔 동네 목사님들을 만나거나 목회에 열심히 전념(?)하는 이들을 만나면 다시 내 마음은 불편해진다 왜 불편할까? 무엇이 나를 답답하게 할까? 내가 그릴 수 있는 내 미래의 밑그림을 그려본다 지금 우리 교회에는 성도들이 없다 그럼 성도를 모으기 위해 전도를 해야한다 (전도는 물품을 나누는 개념이 아니겠다) 성도가 모였다고 치.. 더보기
[추억] 영화 '나쁜 나라'와 유시민 작가 세월호 다큐멘터리 영화 '나쁜 나라'와 '유시민'이 만났습니다 얼마 전, JTBC '밤샘토론'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유시민 前 보건복지부 장관의 생각과 그의 발언 논리에 깊은 인상을 받았던 터에 아주 좋은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세월호를 다시 기억할 수 있는 기회와 유시민 작가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동시에 생긴 겁니다 이런 황금 기회를 놓칠 수 없었습니다 대학 동기와 함께 유작가의 책, 와 를 구입하여 현장으로 갔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은 영화 상영이 있던 그날을 떠올리며 몇 가지의 '단상'을 남긴 것입니다 그렇기에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그럼에도 누군가와 함께 호흡하길 바라는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이 블로그에 글을 끄적거리는 이는 원래부터 눈물이 많은 남자였기에 거의 영화를 보는.. 더보기
[에세이] 가을 교회 앞에도 가을이 왔다엇그제부터 내리던 비 때문인지 노란 낙엽이 인도를 가득 덮었다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과 처지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정신을 가지면 좋으련만 불과 몇 달전까지만 해도 주중엔 카페 일을 했고 주말에는 교회에서 아이들과 만났다그리고 매주 하루이상 사랑하는 이와 만났다 맡은 일이 여러 가지였기에 돈이 유입되는 경로도 다양했다일주일은 꽉 찬 시간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카페 일도 그만두고 사람이 가득하던 교회도 나왔다그리고 사랑하던 이도 내 옆에 없다단독을 나오고 나니 돈이 유입되는 경로도 끊겼다일주일에 빈공간이 가득하다 누군가 지금의 나에게 행복하냐고 물어본다면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텅빈 교회의 공간을 고독과 가을냄새로 채우는 중이라고 하면 답이 되.. 더보기
[쓰임 Note]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20150621 쓰임교회 예배 설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35. 그 날 저녁이 되었을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바다 저쪽으로 건너가자." 36. 그래서 그들은 무리를 남겨 두고, 예수를 배에 계신 그대로 모시고 갔는데, 다른 배들도 함께 따라갔다. 37. 그런데 거센 바람이 일어나서, 파도가 배 안으로 덮쳐 들어오므로, 물이 배에 벌써 가득 찼다. 38. 예수께서는 고물에서 베개를 베고 주무시고 계셨다. 제자들이 예수를 깨우며 말하였다. "선생님, 우리가 죽게 되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으십니까?" 39. 예수께서 일어나 바람을 꾸짖으시고, 바다더러 "고요하고, 잠잠하여라" 하고 말씀하시니, 바람이 그치고, 아주 고요해졌다. 40.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왜들 무서워하느냐? 아직도.. 더보기
[에세이] 입장의 동일함 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한 법입니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 연대가, 실천적 연대보다는 입장의 동일함이 더욱 중요합니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이 관계의 최고형태 입니다. 신영복, 이작가야의 이중생활 문학과 여행 그리고 신앙 www.youtube.com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