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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파 Note

[청파 Note / 새벽] 두려워도 견디며 걷는 길

20190504 청파교회 새벽설교

두려워도 견디며 걷는 길

<여호수아 2장 1-7절>

1. 눈의 아들 여호수아가 싯딤에서 정탐꾼 두 사람을 보내며 일렀다. "가서, 몰래 그 땅을 정탐하여라. 특히 여리고 성을 잘 살펴라." 그들은 그 곳을 떠나, 어느 창녀의 집에 들어가 거기에서 묵었다. 그 집에는 이름이 라합이라고 하는 창녀가 살고 있었다.
2. 그 때에 여리고 왕은 이런 보고를 받았다. "아룁니다. 이스라엘 자손 가운데서 몇 사람이 오늘 밤에 이 모든 땅을 정탐하려고 이 곳으로 왔습니다."
3. 여리고 왕이 라합에게 전갈을 보냈다. "너에게 온 사람들 곧 네 집에 온 사람들을 데려오너라. 그들은 이 온 땅을 정탐하려고 왔다."
4. 그러나 그 여인은 두 사람을 데려다가 숨겨 놓고, 이렇게 말하였다. "그 사람들이 저에게로 오기는 했습니다만,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5. 그리고 그들은 날이 어두워 성문을 닫을 때쯤 떠났는데,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빨리 사람을 풀어 그들을 뒤쫓게 하시면, 따라잡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6. 그러나 그 때는, 그 여인이 그들을 지붕으로 데리고 올라가, 자기네 지붕 위에 널어 놓은 삼대 속에 숨겨 놓은 뒤였다.
7. 뒤쫓는 사람들이 요단 길을 따라 나루터까지 그들을 뒤쫓았고, 뒤쫓는 사람들이 나가자마자 성문이 닫혔다.

신중한 여호수아

좋으신 주님의 평화가 이곳에 함께 하길 빕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살펴볼 말씀은 여호수아 2장입니다. 여호수아 2장부터는 이제 구체적인 가나안 정복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여호수아가 가장 먼저 착수한 일은 ‘두 명의 정탐꾼’을 여리고 성으로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여호수아는 꼼꼼하고 신중한 사람이었습니다. 사실 지난 시간에도 이야기 나눴듯이, 여호수아를 향한 ‘하나님의 응원’과 ‘백성들의 응원’이 더해졌기에, 그는 바로 가나안으로 진군했어도 됐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는 섣불리 행동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하나님을 신뢰했지만, 하나님이 주신 ‘지혜’도 적극, 활용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두 명의 정탐꾼을 뽑았고, 앞으로 자신들이 맞이할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그 두 명의 정탐꾼을 앞서 보냈습니다. 

라합과 두 정탐꾼

그렇게 두 명의 정탐꾼은 여리고로 무사히 들어갔고, 그리고 그곳에서 하루 묵을 집을 찾게 됩니다. 모든 것이 낯선 그곳에서 그들은 한 창녀의 집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유대 역사가 요세푸스는 그 ‘창녀’를 ‘여관주인’이라 칭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주위 사람들로부터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두 정탐꾼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않는 곳에 머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본문에서도 보았듯이, 이 숙소의 주인이 바로 ‘라합’입니다. 

그러나 세상엔 역시 완벽한 비밀이란 없는 모양입니다. 비밀스레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두 정탐꾼을 누군가 본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라합’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보았던 모양입니다. 이를 목격한 사람은 바로 이 소식을 여리고 왕에게 전합니다. 

그러자 왕은 지체하지 않고 ‘라합’에게 전갈을 보내, 그들을 자신에게 데려오라고 명합니다. 그녀는 가슴이 덜컹했을 것입니다. 두려웠을 겁니다. 왕이 자신이 한 행동 모두를 알고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아직 일이 많이 진행되지 않았기에, 거짓말을 하지 않고 바로 왕에게 사실 그대로만 전한다면, 자신이 받을 피해는 없어 보입니다. 

 

라합의 거짓말

그런데 이 라합은 어떻게 행동했습니까? 그녀는 두 정탐꾼을 숨겨 놓은 뒤, 왕에게 이렇게 보고했습니다. 

"그 사람들이 저에게로 오기는 했습니다만,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날이 어두워 성문을 닫을 때쯤 떠났는데,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빨리 사람을 풀어 그들을 뒤쫓게 하시면, 따라잡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4-5)

그녀는 왕 앞에서 대범하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라합은 이미 두 정탐꾼을 자기네 집 지붕 위에 널어놓은 삼대(삼의 줄기) 속에 숨겨 놓은 뒤였습니다. 다행히 그녀의 말에 속아 넘어간 여리고왕과 그 일행은, 두 정탐꾼이 갔을 법한 곳으로 뒤쫓아 갔으나, 그들을 발견하지 못합니다. 

라합의 믿음: 믿음의 초석

여러분께서는 이 ‘라합’의 모습을 보며 무엇을 느끼십니까? 그녀는 유대 민족이 아닌 이방 민족이었기에, 이방의 신을 믿는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녀는 이미 이스라엘의 하나님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고, 그분이 하신 일에 큰 감동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라합은 11절에 이스라엘 백성들의 출애굽한 소식을 듣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간담이 서늘했고, 당신들 때문에 정신을 잃고 말았다.”라고 말입니다. 그녀는 하나님이 하신 일에 큰 두려움과 동시에 기대감 또한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하나님에 관한 크고 위대한 이적 이야기를 들었어도, 당장 자신이 사는 집 문 앞까지 찾아와 두 정탐꾼을 내놓으라는 왕의 명령을 거절하긴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녀도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었을 테고, 그렇기에 왕이라는 존재의 권력 앞에 두려워 떨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라합은 어떻게 했습니까? 두려움을 극복하고 왕을 속임으로, 두 정탐꾼을 끝까지 숨기게 됩니다. 저는 이 라합의 태도 속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나아가야 할 믿음의 초석을 보게 됩니다. 

가톨릭 수사의 극복 이야기

며칠 전,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억울한 일로 옥에 갇힌 몇 명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차례로 조사를 받기 위해 대기실에 앉아 있었습니다. 계절은 초여름이었는데, 그 고요하고 적막한 자리에 커다란 ‘나비 한 마리’가 들어왔다고 했습니다. 그 나비가 밖으로 나가기 위해 계속해서 유리창에 몸을 부딪치는 걸,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누명을 입긴 했으나 당시 그 사람들은 범법을 한 사람들로 여겨졌기에, 조사를 받는 그 현장은 ‘군인들’과 ‘경찰들’로 가득했습니다. 그렇기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두려움 혹은 공포심에 떨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저 뒤에서 누군가 아주 천천히 걸어 나와, 포박된 두 손으로 커다란 나비를 잡아 현관문에 날려 보내주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고 했습니다. 누구도 이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가 어려워, 수감자들이나 군인과 경찰들 모두 그저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 중 하나가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기에 공포와 두려움을 극복하고 저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물어봤더니, 그는 ‘가톨릭 수사’였습니다. ‘수사’는 기독교 교리에 따라 신앙 공동체에서 평생 살기로 서원한 사람을 일컫습니다. 이 일을 지켜본 사람은 신앙이 없던 사람인데, 그 수사의 용기 있는 행동을 보며 ‘종교를 가지면 두려움을 이길 수 있나 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은 나중에 그분을 만나고자 찾아갔고, 시간이 어긋나 만나지는 못했으나 그의 친형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됐다고 했습니다. 

수사를 찾아간 이 사람은 “왜 왔냐?”는 수사의 형 질문에 “두려움을 이기고 싶어서 왔다”라고 했습니다. 종교를 가지고 신을 믿으면 두려움이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돼서 왔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 수사의 형은 “그것 때문에 신앙을 가지려는 거면 교회 나오지 말라”고 했다고 했습니다. 두려움을 없애겠다는 것은 자신이 신이 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하며, 인간은 두려움이 없을 수 없고, 그저 두려움을 참고 견뎌내는 거라 했다고 했습니다. 

두려워도 그것을 견디고 해야 할 몫을 하는 것!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선함을 실천하려는 그 의지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신앙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는 것입니다. 

 

두려움을 견디며 걷는 길

라합도 몹시 두렵고 떨렸을 것입니다. 자신의 거짓말이 들통나면 죽음을 면치 못할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하나님을 믿었고, 그 하나님의 일을 하는 두 정탐꾼을 돌봤던 것입니다. 

여러분! 저는 여러분께 큰 어려움을 감당하자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나를 향해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그 세밀한 음성을 듣고, 느리고 더디더라도 그분이 원하는 삶, 그분이 원하는 세상을 조금씩 만들어 나가길 바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먼저 하나님이 우릴 향해 건네시는 말씀을 잘 분별하되, 아주 작은 삶의 실천부터 해나가면 되는 것입니다. 그 길을 함께 걸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기도하겠습니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안녕하세요. 말씀살롱(BibleSalon)입니다. 다양한 감수성과 인문학 관점을 통해 말씀을 묵상합니다. 신앙이라는 순례길에 좋은 벗이 되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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