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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파 Note

[청파 Note / 시편 (8)] 삶의 근본을 돌아보라

20231116 청파교회 새벽설교

 

삶의 근본을 돌아보라

 

<시편 39편 12-13절>

 

12. 주님, 내 기도를 들어 주십시오. 내 부르짖음에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내 눈물을 보시고, 잠잠히 계시지 말아 주십시오. 나 또한 나의 모든 조상처럼 떠돌면서 주님과 더불어 살아가는 길손과 나그네이기 때문입니다.

13. 내가 떠나 없어지기 전에 다시 미소지을 수 있도록 나에게서 눈길을 단 한 번만이라도 돌려주십시오.

 

 

 

시인에게 닥친 위기

 

오늘 함께 나눌 말씀은 시편 39편입니다. 시편 39편에는 질병으로 고통받는 한 시인의 기도가 담겨 있습니다.

 

먼저 1절을 보면, 시인의 인내심에 바닥이 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그는 바른 길이 무엇인지 아는 자입니다. 주님이 원하시는 바를 잘 아는 자임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시인은 말하길, 자신은 혀로 죄를 짓지 않을 거라고 또 악한 자와는 한 마디의 말도 섞지 않을 거라고 다짐합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다짐대로 지금까지 말한 바를 잘 지켜왔습니다. 그러나 그런 그의 믿음에 위기가 닥친 것입니다.

 

2절 후반부터 시인은 더 이상 자신의 속마음을 감추지 않고, 주님께 진짜 속내를 토로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가장 솔직한 모습으로 주님 앞에 섭니다. 그리고 그는 말합니다. "가슴 속 깊은 데서 뜨거운 열기가 치솟고 생각하면 할수록 울화가 치밀어 올라서 주님께 아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3) 그의 인내심에 한계가 왔습니다. 그리고 그의 괴로움과 고통의 수치가 견디고자 하는 마음을 넘어선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 주님 앞에

 

우리는 살다 보면, 내게 닥친 문제를 얼마나 참고 견뎌야 하는지 또 어느 정도로 고통스러워야 하나님 앞에 힘들다고 말해도 되는지 참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저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에 함부로 말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러나 다음에 들려드릴 이야기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조금 길지만 읽어드리겠습니다.

 

한 스승이 있었습니다. 그는 고통 가운데 있는 제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너희가 무척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면, 마음에 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너희 자신을 가능한 한 정직하게 대하도록 노력하라. (...) 그래도 삶이 너희를 호되게 몰아붙이면, 결국 불평하게 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 순간이 오면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하듯 불평해라. 약간의 도움과 관심을 청하는 것도 잊지 마라. 신은 아버지인 동시에 어머니이다. ​

 

부모는 자식에게 늘 최선을 기대하고, 때로는 혹독하게 훈육한다. 그리고 자식이 부모에게 쉼과 애정을 요구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 하지만 절대 과장하지 마라. 욥은 적절한 때에 항의했고, 잃었던 재산을 되찾았다. 반면 어떤 이(알 아피드)는 매사에 불평이 많았다. 그러자 신은 더 이상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으셨다." (파울로 코엘료, <마크툽>, 최정수 옮김, 자음과모음, 2016, p.212)

 

하나님과 좋은 관계를 맺은 사람은 참 인간미 넘치는 모습으로 그분께 다가갑니다. 그렇기에 기쁨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픔과 고통의 마음도 그분과 나눌 줄 압니다. 주님은 항상 엄하기만 한 그런 아버지 같은 분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주님은 늘 불평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의 말에는 머지않아 귀를 닫는다는 사실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는 있는 그대로 주님께 마음을 전하돼, 과장하는 않는 것입니다.

 

육신이 나약해지면

 

하나님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던 시인은 유한한 자기 인생 못마땅하여 주님 앞에 속마음을 토로합니다. 그는 자신에게 닥친 질병 때문에 인생의 덧없음을 느꼈던 것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말합니다. "주님 알려 주십시오. 내 인생의 끝이 언제입니까? 내가 얼마나 더 살 수 있습니까? 나의 일생이 얼마나 덧없이 지나가는 것인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4) 시인은 자기 인생의 끝이 언제인지를 알려달라고 주님께 요청합니다. 이 말은 임종이 언제인지 정말 알고 싶어서 묻는다기 보다는 그만큼 자신이 힘든 상황에 처해 있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는 몸이 아프자, 그동안 중요하게 여겨왔던 모든 것이 다 무가치하게 느껴졌습니다. 자기 인생의 전성기도 한낱 입김에 지나지 않고 또 재산을 늘리는 것조차도 다 부질없는 일로 다가왔습니다. 정말 그러합니다. 건강할 때는 잘 모르나 큰 질병에 걸렸거나 몸의 한 구석이 불편하게 되면, 그동안 중요하게 여겨왔던 많은 것들이 관심 밖의 일들로 바뀌는 걸 경험합니다. 시인은 바로 그러한 처지에 놓여 있던 것입니다.

 

간절한 시인의 마음

 

그러나 시인은 삶을 쉽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목숨을 잃을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을지라도 그는 희망을 내려놓지 않습니다. 시인은 그 희망을 바로 주님 안에서 발견했습니다. 그는 주님께 기도합니다. 자신의 처지를 보며 조롱하는 자들로부터 지켜주시고 무엇보다 죄악에서 건져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사실 여기서 '죄악에서 건져달라'는 시인의 요청은 곧 몸의 회복, 치유를 뜻할 것입니다.

 

그는 오늘 시의 마지막 절까지 와서도 주님께서 자신의 기도에 응답해 주실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말하기 위해 자기 조상들의 이야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시인은 주님께 1. 자기 조상들이 정착할 곳을 찾지 못하는 나그네 혹은 떠돌이 처지였음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그는 조상들의 처지와 자신의 처지를 동일시함으로 주님께 긍휼의 마음, 자비의 마음을 구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이 자신의 기도와 부르짖음 그리고 눈물에 응답해 주셔서, 근심이 가득한 얼굴에 다시 미소가 꽃필 수 있기를 간절히 소원했습니다.

 

삶의 근본

 

오늘 시편 39편의 시인은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그의 질병이 얼마나 깊은지 다 알 순 없으나, 그는 죽음의 문턱 가까이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고통이 극에 달하고 죽음이 코 앞으로 다가오자 삶의 허무를 느꼈고 그러자 시인은 자신의 마음을 가감 없이 주님께 전했습니다.

 

누군가를 위로하는 일은 참 어렵습니다. 왜냐면, 고통에 처한 사람의 고통을 우리는 온전히 다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가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를 위로한다고 해도, 결국 그 고통을 감내하고 겪어내야 하는 것은 당사자 본인입니다. 사람은 외로운 존재이지만, 특히 고통을 당하는 사람의 외로움은 훨씬 깊고, 짙을 것입니다.

 

어떤 일을 겪었든 간에 삶의 극단에 처한 사람들은 삶의 근본을 돌아보기 마련입니다. 시인은 질병으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었습니다. 이렇게 극한의 상황에 처하자 시인은 지금까지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던 것들이 모두 부질없는 것들임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도 종종 삶에 위기를 겪고 나면, 삶의 근본을 돌아보게 됩니다. 하지만 이전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탄성 때문에 곧 다시 비본질적인 것에 집중하며 살아갑니다. 바라기는 우리의 지난 경험과 오늘 시인의 경험을 통해, 우리가 삶에서 끝까지 붙잡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고 그리고 또 과감히 떨쳐내야 할 것은 또 무엇인지 돌아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살롱(salon)에서 성경에 담긴 생명과 평화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with 청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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