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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에세이] 진품 같은 사람 어디 없는가 운동 때문에 자주 지나치게 되는 포르쉐 매장. 신호 대기를 하는데 갑자기 사진이 찍고 싶었다. 가짜 벤츠 엠블럼이 박힌 짝퉁 아디다스 축구복을 입고 나에게 단 한 대도 없는 포르쉐 차량 판매소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데, 왠지 투명인간이 된 것만 같았다. 진품 하나 없고, 제대로 된 소유 하나 없는 게 마치, 우리가 사는 세상을 축소해 놓은 것만 같았다. ᄇ.. 더보기
[청파 Note / 새벽] 주님과 연결되는 통로 20200625 청파교회 새벽설교 주님과 연결되는 통로 1. 주님의 천사가 길갈에서 보김으로 올라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너희를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었고, 또 너희 조상에게 맹세한 이 땅으로 너희를 들어오게 하였다. 내가 너희에게 말하기를 '나는 너희와 맺은 언약을 영원히 깨뜨리지 않을 것이니, 2. 너희는 이 땅의 주민과 언약을 맺지 말고, 그들의 단을 헐어야 한다' 하였다. 그러나 너희는 나의 말에 순종하지 않았다. 너희가 어찌하여 이런 일을 하였느냐? 3. 내가 다시 말하여 둔다. 나는 그들을 너희 앞에서 몰아내지 않겠다. 그들은 결국 너희를 찌르는 가시가 되고, 그들의 신들은 너희에게, 우상을 숭배할 수밖에 없도록 옭아매는 올무가 될 것이다." 4. 주님의 천사가 온 이스라엘 자손에게 이 말.. 더보기
[에세이] 돌보지 못한 감정 잠들기 전, 조금은 지친 몸을 이끌고 강변을 뛰었다. 숙면을 위해서였다. 돌아와 샤워를 하는데, 갑자기 빨주노초파남보의 다채로운 감정이 솟구쳐 올랐다. 가장 도드라진 감정은 분노였다. 가라앉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그랬다. 돌보지 못한 감정은 이내 돌아왔다. 방심하고 있는 어느 순간에.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잇는 다리를 파괴하는 가자.. 더보기
[에세이] 실수가 필요한 삶 땀이 조금 배인 옷을 뒤집어 놓았다. 늦은 밤, 바람 잘 드는 창가에 걸어둔 옷을 잠시 뛰기 위해 걸치고 나왔다.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니 뒤집힌 상태 그대로 입고 나온 모양이다. 뭐가 그리도 급했는지. 훌렁 옷을 벗어 윈위치 시키고 싶었으나 여기가 에덴이 아닌 지상임을 깨달았다. 그렇게 하얀 Tag은 뛰는 내내 밖으로 삐져나와 팔랑이고 있었다. 작은 실수 하나가 반복되는 밤을 다른 밤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준비와 경험은 중요하지만 필요한 경우 고정관념과 익숙한 행동에서 떨어져 나올 수 있는 사람에게만 도움이 된다. 그리하여 러시아 출신의 유명 첼리스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는 제자들에게 곡을 연습할 때는 의식적으로 실수를 저지르고 그런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창조적으로 대처하라고 당부했.. 더보기
[에세이] 같은 비, 다른 느낌 퇴근길 우산 없이 맞는 비는 피하고 싶은 비다. 늦은 저녁, 굼뜬 몸을 이끌고 한강에 나갔는데 작은 빗방울들이 마스크 위로 떨어졌다. 오늘 밤 비가 온다 했구나. 집으로 돌아갈까 생각했지만 가던 길을 계속 가기로 했다. 다행히 비는 더 오지 않았다. 한강대교까지 뛸 때는 습한 기온만이 체온을 높일 뿐이었다. 잠시 숨을 고르는데 소나기처럼 비가 내렸다. 더 쏟아지기 전에 집으로 가야 할 분위기다. 다시 원효대교로 달리기 시작했다. 비가 마스크 위로 눈을 뜨기 힘들 만큼 쏟아진다. 소나기 같았다. 비가 내리자 한강에서 운동하던 사람들이 깔깔대며 비를 피하기 위해 여기저기로 달아난다. 나는 돌아가야 할 곳으로 계속해서 뛰었다. 기분이 좋아졌다. 다시 힘이 났다. 뜨거웠던 체온이 조금씩 내려감을 느꼈다. 초여름.. 더보기
[에세이] 한계를 넘어서는 정신 달리기를 하다 보면 한계에 다다를 것 같은 순간이 온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한강대교에서 원효대교로 쉼 없이 달려오는 순간, 가슴이 답답해옴을 느꼈다. 뛰기로 약속한 구간에서 걷는다는 건 스스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어떻게든 끝까지 뛰어야 했다. 가슴이 답답해왔다. 멈추기는 싫고(멈추고 싶고) 끝까지 뛰고 싶었다(당장 걷고 싶었다). 한계의 순간이 다가오려 하자, 산티아고 순례 중에 고통을 잊을 수 있었던 몇몇의 순간이 떠올랐다. 그때 그 경험은 지금도 이러한 방식으로 떠오르고는 한다. 육체의 고통을 벗어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어떤 생각에 깊이 몰두하는 것이다. 생각에 빠져들면 장소에 대한 기억마저 잊혔다. 어디를 지나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고통을 벗어나는 다른 한 방식은 목.. 더보기
[에세이] 두 갈래의 길, 추상력-상상력 두 갈래의 길. 사람에게는 두 갈래의 길이 있다. 한 길은 성실과 근면의 길이다. 이 길을 걷는 이들은 힘이 있다. 정해진 길을 걷되 크게 벗어나는 일이 없다. 도덕은 주로 이들의 편이다. 다른 한 길은 게으름과 망설임의 길이다. 이 길을 걷는 자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경쟁에서 주로 뒤처지는 것처럼 보이고 잠잠히 있다가 크게 사고를 치기도 한다. 예술은 주로 이들의 편이다. 가까이 있는 벗들을 떠올려본다. 그들은 성실하며 근면하다. 힘 있게 자신의 길을 간다. 시간은 그들의 편이다. 그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빈 틈 없이 메운다. 그래서 삶이 탄탄한 편이다. 자신을 타자화시켜 본다. 그는 자주 게으르고 판단이 더디다. 많은 것을 고려한다. 주저함이 많다. 시간이 많다 하여 알차게 채우지 않는다. 삶은 .. 더보기
[청파 Note / 새벽] 관계의 축소판, 열두 지파 20200528 청파교회 새벽설교 관계의 축소판, 열두 지파 1. 그 때에 여호수아가 르우벤 사람과 갓 사람과 므낫세의 반쪽 지파 사람들을 불러 놓고, 2. 그들에게 일렀다. "당신들은 주님의 종 모세가 당신들에게 명령한 것을 모두 지켰고, 또 나에게 순종하여, 내가 명령한 모든 것을 다 지켰습니다. 3. 당신들은 오늘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당신들의 겨레를 저버리지 않고, 주 당신들의 하나님이 명하신 것을 성심껏 다 지켰습니다. 4. 이제는 주 당신들의 하나님이 약속하신 대로 당신들 겨레에게 안식을 주셨으니, 당신들은 이제 주님의 종 모세가 요단 강 동쪽에서 당신들에게 준, 당신들 소유의 땅 당신들의 거처로 돌아가십시오. 5. 당신들은 오직 주님의 종 모세가 당신들에게 명령한 계명과 율법을 열심히 좇아서 .. 더보기
[청파 Note / 아동부] 시험 기간 중인 욥 20200105 청파교회 아동부 설교 시험 기간 중인 욥 8. 주님께서 사탄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내 종 욥을 잘 살펴보았느냐? 이 세상에는 그 사람만큼 흠이 없고 정직한 사람, 그렇게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을 멀리하는 사람은 없다." 9. 그러자 사탄이 주님께 아뢰었다. "욥이,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이 하나님을 경외하겠습니까? 10. 주님께서, 그와 그의 집과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울타리로 감싸 주시고, 그가 하는 일이면 무엇에나 복을 주셔서, 그의 소유를 온 땅에 넘치게 하지 않으셨습니까? 11. 이제라도 주님께서 손을 드셔서,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치시면, 그는 주님 앞에서 주님을 저주할 것입니다." 12. 주님께서 사탄에게 말씀하셨다. "그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네게 맡겨 보겠다. 다만, 그의.. 더보기
[청파 Note / 새벽] 하나님께 받고 싶은 축복 20200104 청파교회 새벽설교 하나님께 받고 싶은 축복 13. 주님께서 여호수아에게 명하신 대로, 여호수아가 여분네의 아들 갈렙에게 유다 자손의 분깃 가운데서, 아르바에 가지고 있던 성읍 헤브론을 주었는데, 아르바라는 사람은 아낙 사람의 조상이다. 14. 갈렙은 거기에서 아낙의 세 아들 곧 아낙이 낳은 세새와 아히만과 달매를 쫓아내었다. 15. 거기에서 그들은 드빌 주민을 치러 올라갔다. 드빌은 일찍이 기럇세벨이라고 불리던 곳이다. 16. 그 때에 갈렙이, 기럇세벨을 쳐서 점령하는 사람은 그의 딸 악사와 결혼시키겠다고 말하였다. 17. 갈렙의 형제 그나스의 아들인 옷니엘이 그 곳을 점령하였으므로, 갈렙은 그를 자기의 딸 악사와 결혼시켰다. 18. 결혼을 하고 나서, 악사는 자기의 남편 옷니엘에게 아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