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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작가야의 일상 에세이

[에세이] 기품은 몸에서 나온다

 

“여유는 마음에서 나온다. 가끔 불안에 시달릴 때도 있지만, 우리의 마음은 바른 자세를 통해 평정을 되찾을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지금 내가 말하려는 육체적인 기품은 겉모습이 아니라 몸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중략) 단순하고 절제된 동작일수록 아름다운 법이다.” 

 

파울로 코엘료, <흐르는 강물처럼>, 문학동네, p.148 

 

 

먼 길을 돌아왔다. 중학교 CA 이후 멈췄던 시간이 다시 눈앞에 도래했다. 볼링(bowling)을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제대로 말이다. 물론 그 시작은 깃털처럼 가벼웠고 깊이는 느긋했다. 볼링을 향한 지인의 열정이 솟아오르더니 이내 내 몸에 옮겨 붙는다. 그 양반 덕에 그간 잠재되어 있던 열정을 분출할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게 됐고 구성원은 강요가 아닌 자율과 적절한 긴장 속에 탄력을 받게 된다.   

 

어떤 스포츠든 꾸준히 하다 보면 기본이 중요함을 깨닫는다. 다시 볼링을 시작하며 느낀 건 무조건 많이 친다고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알고 싶다는 욕구가 솟구친다. 그래서 멤버들과 함께 레슨을 받기 시작했고 현재 레슨은 ING다.    

 

레슨을 받으며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반응하지 않는 ‘몸뚱이’다. 이 몸은 어찌 된 영문인지 주인의 통제를 벗어난다. 화가 난다. 몸을 분해해 다시 조립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래도 실패를 거듭하며 계속해 본다. 꾸중을 들으면서도 될 거란 생각에 계속 반복한다. 그러면 기초체력의 부족함과 볼링에 자주 사용되는 몸 특정 부위의 근육이 부족함을 느낀다. 인생에서 다 준비된 채 시작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일단 시작해 보는 거다. 부족하면 채우고 넘치면 비우며 다시 시작해 본다.   

 

거의 모든 스포츠가 그렇겠지만 특히 볼링은 단순하고 절제된 동작이 필요하다. 스폿을 정확히 보기 위한 시선, 걸음의 일정한 리듬, 흔들리지 않는 몸의 발란스와 팔의 힘을 빼는 모든 행위가 중요하다. 볼링의 목적은 볼링핀을 많이 넘어뜨리는 것에 있기에 그 외의 모든 동작은 불필요하다.   

 

물론 맥락은 다르지만, 볼링장에 가면 <흐르는 강물처럼>에 나온 저 말이 정확히 들어맞음을 알 수 있다. 볼러(bowler)들을 보며 육체적인 기품은 겉모습이 아니라 ‘몸’에서 나온다는 걸 깨닫는다. 볼러들의 행색이 어떠하든 남녀구분 없이 정확한 동작으로 볼을 굴리는 그 모습은 정말 기품 있다. 남성의 몸으로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여성의 아름다움은 볼을 굴리는 그 장면에서 극대화된다.   

 

파울로 코엘료는 다음의 이야기로 끝맺음을 한다. “기품은 우리가 땅 위에 두 발을 딛고 서는 방식을 존중하는 데서 온다. 바른 자세가 불편하더라도 가식적이거나 인위적인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어려우니까 진짜다. 품위는 순례자의 길을 영예롭게 한다(p.148).”   

 

어려운 게 진짜인 시대다. 볼링의 기품을 전수받기 참 어렵다. 어렵다고 느끼기에 잘하고 있다고 느낀다. 기품은 불필요한 것들을 떼어내고, 단순함과 집중력을 발견해야만 성취될 수 있다고 했나? 심호흡 크게 한 번 하고 유쾌하게 달려 들어보자.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살롱(salon)에서 성경에 담긴 생명과 평화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with 청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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