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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그 누구에게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을까(그것도 대답을 얻으리라는 희망을 품으면서)? 우리가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을 잃고 그 사람 없이도 잘 살아간다면, 그건 우리가 그 사람을, 자기가 믿었던 것과는 달리, 그렇게 많이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까...?" (롤랑 바르트, , 김진영 옮김, 걷는나무, 2018, p.78)  슬픔은 참 지독하다. 그리고 끈질기다. 조용히 숨어 지내다가 갑자기 자기 존재를 드러낸다. 하지만 시간은 힘이 있다. 시간 속에서 슬픔은 힘을 잃기 마련이고 그러다가 서서히 아물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 수 있다.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을 잃고 그 사람 없이도 잘 살아간다면 (...) 그렇게 많이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까...?' 어머니를 잃고 큰 슬픔에 빠진 롤랑 바..

Salon 2025.03.11

애도

2025년 3월 6일 목요일 / 갑작스러운 업무 토스로 살짝 멘붕 "사랑은 바르트에게 관계, 즉 '맺어져 있음'이다. 사랑의 상실은 그래서 이 맺어짐의 끊어짐이다. 맺어졌던 것이 끊어지고 나면 끊어진 자리가 남는다." (김진영)  (롤랑 바르트, , 김진영 옮김, 걷는나무, 2018, p.269)  웃긴다. 누군가의 장례를 정성스레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가족 장례의 참석자가 되어야 한다니. 인생 참 알 수 없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서울살이를 하며 10년 동안 함께 살던 할머니가 떠나가셨다. 마지막 가시는 길을 함께하지 못했다. 산다는 게 다 서로를 속속들이 챙기지 못하며 산다는 건 줄 알면서도 후회가 남는다. 어른들은 후회 없는 인생을 살라고 말하지만 인생에는 어쩔 수 없이 후회할 일을 만..

Salon 2025.03.06

[청파 Note / 다니엘서 (1)] 다니엘이 들려주는 하나님 나라

20250306 청파교회 새벽설교 다니엘이 들려주는 하나님 나라   44. 이 왕들의 시대에, 하늘의 하나님이 한 나라를 세우실 터인데, 그 나라는 영원히 망하지 않을 것이며, 다른 백성에게 넘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 나라가 도리어 다른 모든 나라를 쳐서 멸망시키고, 영원히 설 것입니다. 45. 아무도 돌을 떠내지 않았는데, 돌 하나가 난데없이 날아들어 와서 쇠와 놋쇠와 진흙과 은과 금을 으깨는 것을 임금님이 보신 것은, 위대하신 하나님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임금님께 알려 주신 것입니다. 이 꿈은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고, 이 해몽도 틀림없습니다."  묵시문학  오늘 함께 나눌 말씀은 다니엘서 2장입니다. 1장을 다룰 때 이미 이야기 나눴겠습니다만, 다니엘서는 요한계시록과 함께 묵시문학에 속합니다. 묵시..

Note 2025.03.06

인간의 사랑

2025년 3월 2일 일요일 / 내가 누군가에게 어른의 형상을 보였다니  "지독한 악취에 기절하려고 하는 애인에게 시인은 종부성사를 끝내고 무성한 풀꽃들 아래 백골들 사이에 누우면 우아한 그대도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말한다. 이쯤에서 그친다면 이 시는 시간이 모든 것을 파괴한다는, 너무도 흔한 개념을 전달하는 교훈시가 될 것이다. 그러나 보들레르는 이 시의 가장 중요한 이미지를 마지막 연에 담아놓았다. 시인은 아름다운 애인에게 그대의 몸에 곰팡이가 슬고 구더기들이 키스를 퍼부을 때 그대의 품이 해체되더라도 그대를 사랑하는 나는 내 사랑의 형상과 거룩한 본질을 간직해두었노라고 그 구더기들에게 말해달라고 부탁한다." (김인환, , 난다, 2020, p.183)  인간의 사랑은 불완전하다. 그래서..

Salon 2025.03.02

있지 않음의 기쁨

2025년 2월 28일 금요일 / 봄이 오는가  "황현산은 '있음과 있지 않음의 기쁨'을 '우리가 희망하는 대상은 언제까지나 거기에 확실히 존재하나 아직 여기에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 260쪽)이라고 해석한다. 시인은 하나의 욕망과 그것에 결부된 희망을 관념으로 떨어지기 직전에 감각으로 포착하여 이미지를 구성해야 한다." (김인환, , 난다, 2020, p.180)  소풍은 소풍을 가기 전이 가장 행복하다. 여행은 늘 여행을 가기 전에 가장 큰 설렘을 준다. 소풍 당일과 여행 가는 당일은 늘 기대에 못 미칠 때가 많다. 내가 기대했던 기대감의 끝을 보지 못한다. 사람의 욕망이 그런 식이다. 사람에게 가장 큰 기대와 설렘을 주는 것은 바로 이 '있지 않음'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것을 희망할 ..

Salon 2025.02.28

[청파 Note / 에스겔서 (9)] 평화의 세상을 여는 일

20250227 청파교회 새벽설교 평화의 세상을 여는 일    1. "너희가 제비를 뽑아 땅을 나누어 유산을 삼을 때에, 한 구역을 거룩한 땅으로 삼아 주께 예물로 바쳐야 한다. 그 땅의 길이는 이만 오천 자요, 너비는 이만 자가 되어야 한다. 이 구역 전체는 사방으로 어디나 거룩하다. 2. 그 한가운데 성소로 배정된 땅은, 길이가 오백 자요 너비도 오백 자로서, 사방으로 네모 반듯 하여야 하고, 그 둘레에는 사방으로 너비가 쉰 자인 빈 터를 두어야 한다. 3. 재어 놓은 전체 구역의 한가운데, 너희는 길이가 이만 오천 자요 너비가 만 자 되는 땅을 재어 놓고, 그 한가운데는 성소 곧 가장 거룩한 곳이 되게 하여라.   새롭게 세워질 이스라엘  오늘 함께 나눌 말씀은 에스겔서 45장입니다. 에스겔 45장..

Note 2025.02.27

2025년 2월 26일 수요일 / 어깨가 찌뿌둥한 날  "시의 유일한 목적은 새로운 이미지이다. 구원이나 해방이 시와 연관될 수도 있겠으나 그런 것들은 구태여 말하자면 목적 건너편의 목적이 될 수 있을 뿐이다. 새로운 이미지가 아니라면 구원이나 해방은 시를 수사적인 장식으로 타락시키게 될 것이다. 시는 이미지들의 융해이지 개념의 교환이 아니다. 생각에 빠져드는 것은 시쓰기와 무관하다. 시쓰기는 감각 활동이지 사유 활동이 아니다." (김인환, , 난다, 2020, p.176)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부럽다. 그 어려운 것을 좋아하다니 말이다. 내 수준에 맞는 시집을 사서 기웃거려봤지만 아직 내 내공으로는 시라는 장르의 근처만 맴돌았을 뿐이다. 김인환 선생은 황현산 선생의 이야기를 인용하여 시의 유일한 목적..

Salon 2025.02.26

향락

2025년 2월 25일 화요일 / 노년의 삶에 대해 생각했던 오전  "아셴바흐는 향락을 좋아하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고 마음껏 놀거나, 느긋하게 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하면 - 특히 젊은 시절에 그랬는데 - 불안감과 거부감 때문에 곧 다시 아주 힘든 일, 정신을 바짝 차리고 엄숙하게 마주해야 하는 일상의 소임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만 같았다." (토마스 만, , 박동자 옮김, 민음사, 2023, p.74)  잘 놀지 못하는 사람은 시간이 주어져도 잘 놀지 못한다. 잘 노는 사람들이 볼 때, 이들은 바보, 멍청이다. 내가 그렇다. 향락을 좋아해 봐야 얼마나 대단한 향락이겠냐마는 향락의 언저리에 갈 기회가 생겨도 정신을 부여잡고 나를 놓지 못한다. 혹은 그런 향락의 언저리에 갔다고 생각되는 날의 다음 날..

Salon 2025.02.25

표현

2025년 2월 23일 일요일 / 주일 아침은 늘 그렇듯 긴장 "나는 군사독제 시절의 습관에다 인간의 심장은 조금 왼쪽에 있다는 생각에서 민주화 이후에도 선거마다 중도 좌파라고 보이는 정당을 선택했지만 어느 쪽이 여가 되건 내가 얻은 것은 쓸한 실망감뿐이었다." (김인환, , 난다, 2020, p.140) 정치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이 문장에서 좋은 표현을 발견했기 때문이고, 좋은 표현이 지닌 긍정적인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잘 고른 표현은 사람들 사이의 긴장을 낮추는 윤활제가 된다. 김인환 선생은 자신을 중도 좌파로 명명했다. 그런데 이 중도 좌파의 근거를 인간의 몸에서 찾았는데, 그 근거는 '인간의 심장이 조금 왼쪽에 있다는 생각'으로부터 왔다. 나는 이래, 나는 저래, 나는 이게 중요해, ..

Salon 2025.02.23

영감의 원천

2025년 2월 22일 토요일 / 괜히 마음이 어수선한  "세상 사람들이 작품의 원천이나 집필 배경을 모른 채, 단지 아름다운 작품만을 접한다는 것은 확실히 다행스러운 일이다. 왜냐하면 예술가의 영감의 원천을 알게 되면, 그들은 자주 혼란에 빠지거나 깜짝 놀라서 훌륭한 작품의 효과를 없애 버리려 하기 때문이다." (토마스 만, , 박동자 옮김, 민음사, 2023, p.82)  예술가와 작품을 따로 떼어놓을 수 있는가. 당연한 얘기지만 이 둘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부모 없이 태어난 자식이 어디 있겠는가. 모든 생명은 부모에게서 왔다. 그런데 예술가 개인의 삶에 대한 불만족 때문에 그의 작품이 욕먹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는 어쩌면 예술가의 위대한 작품이 누군가 불만족한 그 예술가의 개인적인 삶 때..

Salon 2025.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