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작가야의 BibleSalon

Essay 317

[에세이] 사진이 건넨 인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최근 생애 첫 카메라를 장만했는데, 구매 과정은 매우 충동적이며 즉흥적이었다. 하지만 잘 나가는 대표 브랜드를 마다하고 조금은 변방의 카메라를 장만하게 된 것은 다분히 때문이었다. 1편에서 이효리가 찍고 그녀가 찍힌 사진들이 내가 원하는 사진의 결과물들이었다. 사진을 무작정 잘 찍고 싶은 욕망보다 내가 원하는 느낌의 사진을 찍고 싶었고 이 마음이 곧 루믹스Lumix gx9과 20mm 단렌즈 조합을 사게 만들었다. 일상을 필름 감성의 느낌으로 담고 싶었다. 물론 카메라 구매기를 쓰려는 것은 아니다. 요즘, 출근을 하거나 지인을 만날 일이 생기면 무조건 카메라를 챙겨 나간다. 실력이 없다면 연습만이 답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어디든 가리지 않고 사소한 순간이라도 담고자 카메라를 들고 다..

Essay 2020.07.02

[에세이] 사랑했던 기억

사랑했던 기억은 불현듯 찾아온다. 그리고 그 기억은 평온했던 일상을 뒤흔들어 놓는다. 지난 사랑에 관한 기억은 많이 잊혔지만,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그날의 기억들은 나를 두렵게 만든다. 영화 의 두 주인공은 서로 사랑했지만 헤어져야 했던 이별의 고통을 잊고자 사랑했던 기억을 지운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기억은 이미 지워졌어도 사랑했던 순간의 감각들로 인해 다시 만나게 된다. 몸에 새겨진 흔적들은 기억을 넘어 그들의 몸에 아로새겨져 있었다. 일본 문학가 엔도 슈사쿠도 이 같은 맥락에서 심리와 기억에 관해 설명했다. 인간은 심리만이 아닙니다. 심리의 깊숙한 곳이나 배후에 뒤엉키고 질척질척한 무의식이 있고, 거기에 다양한 심리나 기억이 경계도 없이 뒤얽혀 있습니다. 게다가 인간에게는 어쩌면 무의식 밑에..

Essay 2020.07.01

[에세이] 진품 같은 사람 어디 없는가

운동 때문에 자주 지나치게 되는 포르쉐 매장. 신호 대기를 하는데 갑자기 사진이 찍고 싶었다. 가짜 벤츠 엠블럼이 박힌 짝퉁 아디다스 축구복을 입고 나에게 단 한 대도 없는 포르쉐 차량 판매소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데, 왠지 투명인간이 된 것만 같았다. 진품 하나 없고, 제대로 된 소유 하나 없는 게 마치, 우리가 사는 세상을 축소해 놓은 것만 같았다. ᄇ..

Essay 2020.06.27

[에세이] 소리 내 울었던 적 있었던가

을 보다 정승환이 부른 아이유의 LovePoem을 듣게 됐다. 애절한 정승환식 음색에 선명하게 들려오는 가사가 있었으니, 그건 “소리 내 우는 법을 잊은 널 위해”라는 부분이었다. 소리 내 우는 법을 잊은 사람들. 어른이 되어서 단 한 번이라도 크게 소리 내어 울어본 적이 있었던가? 이작가야의 BibleSalon 말씀살롱(BibleSalon)입니다. 살롱에서 나누는 말씀 한잔! www.youtube.com

Essay 2020.06.24

[에세이] 누군가 내려준 커피

묵혀둔 영화 을 봤다. 카모메. 일본어로 갈매기를 뜻했다. 이 영화를 모티브로 한 국내 식당 을 몇 번 가 본 적은 있으나 상호명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주먹밥 만드는 음식점 정도로만 생각했었으니. 영화를 보고서야 알게 됐다. 주인공 사치에가 키운 뚱뚱한 고양이가 핀란드의 뚱뚱한 갈매기를 통해 식당 이름이 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잔잔한 서사와 파스텔톤의 영상이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영화는 차분함 가운데 몇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그 가운데 한 가지를 붙잡아 끄적여 본다. 자리에서 일했던 전 식당 주인이 을 찾아왔다. 조용히 커피 한 잔을 시켜 먹더니, 사치에에게 더 맛있게 커피를 내리는 법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명량한 성격의 사치에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렇게 ..

Essay 2020.06.22

[에세이] 돌보지 못한 감정

잠들기 전, 조금은 지친 몸을 이끌고 강변을 뛰었다. 숙면을 위해서였다. 돌아와 샤워를 하는데, 갑자기 빨주노초파남보의 다채로운 감정이 솟구쳐 올랐다. 가장 도드라진 감정은 분노였다. 가라앉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그랬다. 돌보지 못한 감정은 이내 돌아왔다. 방심하고 있는 어느 순간에.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잇는 다리를 파괴하는 가ᄌ..

Essay 2020.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