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작가야의 BibleSalon

Essay 317

[에세이] 실수가 필요한 삶

땀이 조금 배인 옷을 뒤집어 놓았다. 늦은 밤, 바람 잘 드는 창가에 걸어둔 옷을 잠시 뛰기 위해 걸치고 나왔다.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니 뒤집힌 상태 그대로 입고 나온 모양이다. 뭐가 그리도 급했는지. 훌렁 옷을 벗어 윈위치 시키고 싶었으나 여기가 에덴이 아닌 지상임을 깨달았다. 그렇게 하얀 Tag은 뛰는 내내 밖으로 삐져나와 팔랑이고 있었다. 작은 실수 하나가 반복되는 밤을 다른 밤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준비와 경험은 중요하지만 필요한 경우 고정관념과 익숙한 행동에서 떨어져 나올 수 있는 사람에게만 도움이 된다. 그리하여 러시아 출신의 유명 첼리스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는 제자들에게 곡을 연습할 때는 의식적으로 실수를 저지르고 그런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창조적으로 대처하라고 당부했..

Essay 2020.06.20

[에세이] 포기해야 할 것과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

포기해야 할 것과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 어떻게 구분 가능할까. 포기와 포기하지 않음 사이 공간은 또 없는 걸까. 가수 이효리는 MBC TV 프로그램 에서 제주 해녀분들에 관한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가수 비는 유재석과 함께 어떤 곡을 만들지 고민하던 중 '포기하지 마'라는 다소 엉뚱한 아이디어를 내놓자 이효리는 요새 바이브는 그런 게 아니라며 '포기'에 관한 다른 생각을 내놓았다. 그녀는 SNS에서 보았는데 해녀분들은 전복을 잡다가 한 번 놓치면 다시 잡지 않는다고 했다. 한 번 잡힐 뻔했던 전복은 이전보다 바위에 더 강하게 달라붙는다며 말이다. 오히려 놓쳤던 전복을 다시 잡으려는 욕심에 사고가 날 수 있기에 포기에 관한 원칙은 해녀분들에게 있어서 반드시 지켜야 할 규율 같은 거라고 말했다. 포기하지 ..

Essay 2020.06.17

[에세이] 같은 비, 다른 느낌

퇴근길 우산 없이 맞는 비는 피하고 싶은 비다. 늦은 저녁, 굼뜬 몸을 이끌고 한강에 나갔는데 작은 빗방울들이 마스크 위로 떨어졌다. 오늘 밤 비가 온다 했구나. 집으로 돌아갈까 생각했지만 가던 길을 계속 가기로 했다. 다행히 비는 더 오지 않았다. 한강대교까지 뛸 때는 습한 기온만이 체온을 높일 뿐이었다. 잠시 숨을 고르는데 소나기처럼 비가 내렸다. 더 쏟아지기 전에 집으로 가야 할 분위기다. 다시 원효대교로 달리기 시작했다. 비가 마스크 위로 눈을 뜨기 힘들 만큼 쏟아진다. 소나기 같았다. 비가 내리자 한강에서 운동하던 사람들이 깔깔대며 비를 피하기 위해 여기저기로 달아난다. 나는 돌아가야 할 곳으로 계속해서 뛰었다. 기분이 좋아졌다. 다시 힘이 났다. 뜨거웠던 체온이 조금씩 내려감을 느꼈다. 초여름..

Essay 2020.06.13

[에세이] 한계를 넘어서는 정신

달리기를 하다 보면 한계에 다다를 것 같은 순간이 온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한강대교에서 원효대교로 쉼 없이 달려오는 순간, 가슴이 답답해옴을 느꼈다. 뛰기로 약속한 구간에서 걷는다는 건 스스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어떻게든 끝까지 뛰어야 했다. 가슴이 답답해왔다. 멈추기는 싫고(멈추고 싶고) 끝까지 뛰고 싶었다(당장 걷고 싶었다). 한계의 순간이 다가오려 하자, 산티아고 순례 중에 고통을 잊을 수 있었던 몇몇의 순간이 떠올랐다. 그때 그 경험은 지금도 이러한 방식으로 떠오르고는 한다. 육체의 고통을 벗어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어떤 생각에 깊이 몰두하는 것이다. 생각에 빠져들면 장소에 대한 기억마저 잊혔다. 어디를 지나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고통을 벗어나는 다른 한 방식은 목..

Essay 2020.06.11

[에세이] 두 갈래의 길, 추상력-상상력

두 갈래의 길. 사람에게는 두 갈래의 길이 있다. 한 길은 성실과 근면의 길이다. 이 길을 걷는 이들은 힘이 있다. 정해진 길을 걷되 크게 벗어나는 일이 없다. 도덕은 주로 이들의 편이다. 다른 한 길은 게으름과 망설임의 길이다. 이 길을 걷는 자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경쟁에서 주로 뒤처지는 것처럼 보이고 잠잠히 있다가 크게 사고를 치기도 한다. 예술은 주로 이들의 편이다. 가까이 있는 벗들을 떠올려본다. 그들은 성실하며 근면하다. 힘 있게 자신의 길을 간다. 시간은 그들의 편이다. 그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빈 틈 없이 메운다. 그래서 삶이 탄탄한 편이다. 자신을 타자화시켜 본다. 그는 자주 게으르고 판단이 더디다. 많은 것을 고려한다. 주저함이 많다. 시간이 많다 하여 알차게 채우지 않는다. 삶은 ..

Essay 2020.06.10

[에세이] 시월애(時越愛)

넷플릭스를 뒤적이다 2000년에 개봉한 영화 를 보게 됐다. 정확히 20년 전에 개봉한 이 영화는 시대 감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는 80년대생을 00년 그날의 감성으로 손쉽게 데려갔다. 사실 이 영화는 전지현, 이정재라는 두 배우가 다 했다고 볼 수 있다. 영화의 스토리는 그저 2000년대 감성이 나타낼 수 있는 낭만적 사랑의 모습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장르 분류에 SF도 들어가 있는 걸 보면, 분명 지나친 소재를 넣긴 넣은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모든 대상이 그러하듯, 보아내고자 하면 보이는 것은 반드시 있는 법이다.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 쨌든. 줄거리를 온전히 풀어낼 자신은 없고, 영화가 늘 그러하듯 가슴에 남은 대사 한 가지를 남겨볼까 한다. 물론 허세를 위해 가슴..

Essay 2020.06.08

[에세이] 사람의 정신력

사람의 정신력은 난관에 부딪혔을 때 발현됩니다. 즐겁고 행복한 상태에서는 특별히 정신력을 발휘할 일이 없으니까요. 더군다나 실없이 웃음을 흘리며 시시덕거리면서 고결한 정신력을 나타낼 수는 없습니다. 슬픔을 알지 못하면 경박해지기 쉬운 게 인간이니까요. 괴테가 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자는 인생의 참뜻을 알 수 없다”고..

Essay 2020.06.05

[에세이] 계속 추구할 뿐

몇 가지 이야기가 하나의 맥락으로 읽혔다. 1. 사람은 노력(추구)하는 한 방황하게 마련이다. 괴테,  2. 그 순간 토마스 제퍼슨이 쓴 독립 선언문이 생각났어요. 삶, 자유, 행복 추구권 부분이요. 그리곤 생각했죠. 행복을 '추구'한다고 적어놓은 건 행복을 성취하려고 아무리 애써도 결코 가질 수 없다는 걸 그도 알았단 뜻이겠죠. 영화, , 윌 스미스 주연 3.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우울한 날에는 참아라 기쁜 날은 반드시 올 터이니 마음은 미래에 사니 현재는 항상 어두운 법 모든 것 한순간에 사라지나 지나간 것 모두 소중하리니 알렉산드로 푸시킨,  결국 삶이란, 계속해서 무언가 추구할 뿐 조금 달콤함을 맛보다가 모두 잃기도 하는 것   이작가야의 말씀살롱살롱(salon)에서 ..

Essay 2020.05.27

[에세이] 생각이 운명이 되기에

너의 생각을 조심하라.생각이 곧 말이 되기 때문이다.너의 말을 조심하라.말이 곧 행동이 되기 때문이다.너의 행동을 조심하라.행동이 곧 습관이 되기 때문이다.너의 습관을 조심하라.습관이 곧 너의 성격이 되기 때문이다.너의 성격을 조심하라.성격이 곧 너의 운명이 되기 때문이다작자 미상, “조심하라" 🌳자신을 갉아먹는 생각이샘솟는 날이 있다.그럴 땐,삶에 단 하나의 희망도 없어 보인다.그래도 한숨 잠이 부정적인 생각을 조금 무디게 해 준다.시인은 하나의 생각이한 사람의 운명이 될 수 있다고 한다.생각이 운명이 되는 여정을시로 보니 실감이 난다.그래서 릴케는 말했지.“명칭을 다룸에 있어서극히 조심해야 한다.”라고 말이다.나쁜 행동을 표현하는 명칭이종종 한 인생을 망쳐놓는 경우를보았다며 말이다 🐾  이작가야의..

Essay 2020.04.29

[에세이] 자기라는 감옥

단 한 사람이라도 나를 바라봐주기를 바랐다 단 한 사람이라도 내게 말을 건네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내가 먼저 손 내밀기 전에는 누군가 나를 먼저 바라봐주기는 쉽지가 않다 상대는 내 상태를 모르기 때문이다 혹은 그렇게까지 관심이 있지 않거나 표현하지 않으면 내게 말을 건네 달라 손 내밀지 않으면 한 명의 사람이든 여러 명의 사람이든 내 속내를 알 수 없는 법 짐작은 할 수 있지만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이 사실을 이제는 앎에도 불구하고 난 어찌하여 지금 고립된 거 같다고 그래서 내 마음에 귀 기울여주고 손 내밀어달라 선뜻 말하지 못하는가 자존심 문제인가 아님, 아이같은 마음이 문제인가 사내의 심보라 그러한가 내가 내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잘 표현하지 않는 순간 나는 또다시 고립에 빠져들게 된다 반복되는 패..

Essay 2020.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