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작가야의 BibleSalon

Essay 317

[에세이] 고독에서 솟아난 사랑 애가(哀歌)

설렘으로 시작해 걱정으로 변한 마음. 이번 휴가는 그랬다. 여전히 그 계획 위에 서 있지만, 아직도 염려가 앞선다. 태풍은 아직 진행 중이다. 만남을 기대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같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정한 패턴의 생활에서 벗어나 낯선 사람을 만나 보고 싶었다. 하지만 늘 기대에 벗어나는 게 삶인 것을. 바다에서 가까운 숙소. 어둔 밤, 창가에는 거친 파도 소리와 거센 바람 소리가 반복해 들려온다. 끊임없이. 내일이면 잠잠해지려나. 이젠 기대하지 않으련다. 정말 괜찮았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혼자 지내는 생활이 나쁘지 않았다. 그렇다. 을 보는 게 아니었다. 사실 뭐 이렇게 될 줄 알고 봤나. 후유증은 명확했다. 사랑의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어 졌다. 이 몸을 태워 누군가를 밝혀주고 싶은 마음이 어..

Essay 2020.08.26

[에세이] 조제를 통해 온, 사랑이라는 '결여'

일본 영화를 보다 보면 빠져들게 되는 배우들이 있다. 그것도 흠뻑. 기억을 더듬어 보니, 세 명의 배우가 떠오른다. 의 나카야마 미호와 의 히로세 스즈 그리고 의 이케와키 치즈루. 그리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의 이케와키 치즈루는 의 헤일리 루 리차드슨과 닮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외모도 외모지만 그녀들이 맡은 역할이, 그녀들이 풍기는 분위기가 서로 닮아 있었다.  세 명의 배우를 가만히 놓고 공통점을 생각하다 보니, 이내 연애의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서서히 끌리게 되고 감정이 살아나게 했던 그녀들. 그녀들에게 마음이 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지금 한번 생각해보고 싶은 부분은 내 안의 어떤 '결핍'과 관련된 것이다. 사랑에 관한 결여 혹은 결핍에 관한 이야기는 평론가 신형철이 쓴 책 을 참..

Essay 2020.08.23

[에세이] 모르는 사람들

아버지를 원망한다. 시간이 흘러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 그러다 원망하던 아버지를 닮아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어떤 식의 순환이 일어난다. 일어나고 있다. 그러니 일어났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단편 소설들로 채워진 이승우 작가의 을 읽다 마음이 뒤숭숭해졌다. 입버릇처럼 말하던 ‘인생은 모호하고, 질문은 가득하며, 사람은 알 수가 없다’는 이 이야기가 책 속에 실재화되어 나타났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았으면 보지 않았을, 그러나 보였으므로 보지 않을 수 없는, 지금-여기의 나를 만든 과거의 진실” 그리고 “안다고 믿었던 관계들에 물음표가 붙으며 타인을 향한 전혀 다른 첫걸음이 시작된다.”는 책 뒤표지 문구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판단은 그치고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기를, 부디, 서로가 이작가야의 이중..

Essay 2020.08.20

[사진 에세이] 침묵이 잡아먹게 만들지 마세요

살다 보면 말이 없어져요. 한 사람과 오래될수록 더 그렇죠. 서로를 다 안다고 생각하니까 굳이 할 말이 없어지는 거예요. 근데 거기서부터 오해가 생겨요. 사람 속은 모르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계속 말을 시키세요. 말하기 힘들 땐 믹서기를 돌리는 거예요. 청소기도 괜찮고 세탁기도 괜찮아요. 그냥 내 주변 공간을 침묵이 잡아먹게 만들지 마세요. 살아있는 집에서는 어떻게든 소리가 나요. 에너지라고들 하죠. 침묵에 길들여지는 건 정말 무서운 일이에요. ​ 영화, , 정인(임수정)의 독백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말씀살롱(BibleSalon)입니다. 살롱에서 나누는 말씀 한잔! www.youtube.com

Essay 2020.08.17

[사진 에세이] 함께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

불현듯 깨달았습니다. 내가 완전히 혼자라는 사실을. ​ 물론 그해의 다른 때에도 저는 자주 혼자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자친구는 비행기로 두 시간만 가면 되는 곳에 있었고요. 어쨌든 그날처럼 들뜬 오후를 보낸 다음, 누군가와 말을 해야 하는 의무감도 느끼지 않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움을 관조하며 오래된 도시의 거리와 골목들을 산책하는 것만큼 값진 일도 없겠지요. ​ 그런데도 나는 외로움에 마음이 짓눌리는 듯한 기분이 되었습니다. 도시의 풍광을 함께 나눌 사람, 함께 산책하고 이런저런 일들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 말입니다. ​ 파울로 코엘료, , 문학동네, p.326 이작가야의 이중생활 문학과 여행 그리고 신앙 www.youtube.com JH(@ss_im_hoon) • I..

Essay 2020.08.17

[에세이] 휴가는, 사람에게

휴가. 사람은 왜 1년에 한 번은 떠나야 하는가. 아님 긴 휴식에 들어가야 하는가. 일 년에 두 번 쉬는 건 무슨 문제가 있는 일인가. 학창 시절 우리는 여름과 겨울. 이렇게 두 번 쉬었다. 물론 요즘은 좀 달라지긴 했지만. 휴가 때, 제주를 걸으며 땀을 흠뻑 흘릴 생각을 하다가 심장이 뛰었고, 그 시간 또한 끝날 것을 생각하다 아쉬움이 몰려왔다. 휴가 또..

Essay 2020.08.16

[에세이] 습기로 가득찬 인간

집 안이 습기로 가득하다. 그 집에 사는 이도 습기를 먹어 습도가 높아졌다. 밖으로 나가본다. 바깥은 장마. 바깥은 습기였다. 습기로 가득하지 않은, 습기 그 자체였다. 우산을 들고, 습도가 낮은 곳을 향해본다. 버스, 책방, 카페, 이야기 그리고 다시 집. 다들, 건조하게 지내나 궁금해졌다. 이작가야의 이중생활 문학과 여행 그리고 신앙 www.youtube.com JH(@ss_im_hoon)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팔로워 189명, 팔로잉 168명, 게시물 428개 - JH(@ss_im_hoon)님의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보기 www.instagram.com 기억의 저장소 : 네이버 블로그 개인적이지만 개인적이지 않은 공간

Essay 2020.08.11

[사진 에세이] 그치지 않는 비와 '인바이티드(cafe invited)'

"관상이란 낯익은 것들을 낯선 눈으로 다시 보는 데서 발생한다. 이를 위해 때때로 우린 일상을 벗어나 있을 필요가 있는데,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기 위해서다. 도시에 살 때 특별하지 않았던 사소한 사물마저도 시골에 와서 살다보면 아련한 그리움의 대상으로 남기도 한다." 한상봉, 이작가야의 이중생활 문학과 여행 그리고 신앙 www.youtube.com JH(@ss_im_hoon)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팔로워 189명, 팔로잉 168명, 게시물 428개 - JH(@ss_im_hoon)님의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보기 www.instagram.com 기억의 저장소 : 네이버 블로그 개인적이지만 개인적이지 않은 공간

Essay 2020.08.10

[에세이] 미련하고 창조적인 인간

친구가 물었다. 앞으로 어떤 기대를 갖고 살면 좋겠냐고 물어왔다. 한숨 섞인 친구의 그 물음에 잠시 위로의 마음을 전하다, 이야기 말미에 생각지 못한 답변이 튀어나왔다. 1. 미련한 일을 찾을 것과 2. 창조적인 일을 시작해보자는 말이었다. 뜬금없는 소리였다. 무슨 말인지 친구가 이해할리 없었다. 왜냐면, 그 말은 내가 나에게 했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그날의 대화가 되살아났고 한 권의 책에 담긴 몇 개의 문장이 부유하다 생각을 정돈하게 해 주었다. 미련하게 사는 것과 창조적이 되는 것은 다른 일이 아니었다. 그물처럼 얽혀있는 일이었다. 오종우 교수님은 말한다. 1. “우리는 때로 아무 실리도 없고 아무 의미도 없는 일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기중심주의의 이기심이 발동하는 이성적 합목적성..

Essay 2020.08.07

[에세이] 주어진 길을 찾을 수 있도록

괜찮은 날들을 보내다, 갑자기 공허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간 마음의 소리를 외면했기 때문일까. 그래서 알아주지 못한 마음이 나 여기 있다고, 돌봐야 할 당신의 마음이 바로 여기 있었다고 말을 건네었던건 아닐까. 최근, Paris의 여러 예술가들 생각에 설레던 마음이 차분해지더니, 이내 공허함이 몰려왔다. 설렘도 익숙해질 수가 있나. 퇴근 후,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해 애꿎은 유튜브만 뒤적인다. 이것저것 관심 가는 것들을 찾다가, 에서 크러쉬가 부른 유재하의 노래 을 듣게 됐다. 오랜만에 듣게 된 이 노래의 가사가 갑자기 기도문처럼 들려왔다. 간절함. 열망. 노래에는 한 시인의 갈망이 담겨 있었다. 크러쉬의 버전을 반복해서 듣다, 아이유가 부른 버전으로 넘어와 다시 반복해서 듣는다. 무엇을..

Essay 2020.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