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작가야의 BibleSalon

Essay 317

[에세이] 책과 사람

오늘 이 책을 펼쳤지만 내일 같은 책을 펼치지 않을 수도 있다. 책과 저자는 항상 그 자리에 있다. 달라진 건 나일 테다. 그러나 좋은 책은 언제든 다시 찾게 된다. 삶의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와 세대를 묶고 푸는데 유연하여 품이 넓은 책, 뻔한 답을 내려 주지 않고 독자의 판단을 유보할 줄 아는 그런 책. 사람이 내 곁에 남을 수도 있고 떠날 수도 있다. 오늘 옆에 있던 이가 내일 없을 수 있다. 나라는 사람은 그대로다. 달라진 건 곁에 있던 사람일 테다. 그러나 좋은 사람은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다시 찾게 된다. 진정성 있게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성 있는 삶은 모호함에 자신을 던지며 답 없는 생의 불안을 껴안는 삶일 것이다. 그래서 좋은 사람은 착한 사람은 아니다. 오늘 보기 싫던..

Essay 2016.10.14

젊음

여든이 넘은 할머니께서 흐뭇한 미소로 티비를 보고 계신다. 뭔가해서 들여다 봤더니 을 보며 미소를 머금고 계신 거였다. 박보검, 김유정의 케미는 세대를 초월 하는 구나. 남은 여생 연애 좀 하시라고 말씀 드렸더니, 이젠 관심이 없다 하신다. 사실일까? 뭐, 내가 누굴 걱정할 처지는 아니지만. 아무튼 들뢰즈는 젊음에 대해 그랬다지. "젊음이란 20대 청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연령에 걸맞는 청춘을 매번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다." 할머님께서는 드라마를 통해 뭔가를 창조하고 계셨다.

Essay 2016.10.14

[에세이] 삶이란 배움터이다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사람은 앎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물론 그 욕구의 동기는 다양할 테지만 말이다. 하지만 존재를 뒤흔드는 일의 발생 이후가 가장 강렬히 앎을 원하는 순간 아닐까. 토대를 흔드는 어떤 일을 겪게 되고 점차 시간이 흘러 마음의 흥분이 가라앉고 나면 사람은 자신에게 발생한 사건을 두고 이리저리 생각해 보게 된다. 어릴 적부터 개신교에서 성장해 온 터라 천주교와 불교는 늘 적대의 대상이었다. 지금에 와 생각해보면 얼굴이 너무나 붉어진다. 이웃 종교에게 죄송하고 미안할 따름이다. 하지만 어떤 배경과 분위기 속에서 성장하다보면 내가 보고 느낀 세상만이 전부라고 여기게 된다. 정서가 그렇게 자리 잡혔기 때문이다. 아무리 정신이 위대한 사람도 정서가 뒤죽박죽인 곳에서 사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Essay 2016.09.29

[에세이] 몸이 말할 때

몸에 난 상처는 마음의 상처와 함께 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몸에 새겨진 기쁨도 마음의 기쁨과 함께 오는 듯 합니다. 몸은 우리를 잘 속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몸의 존재를 절대 무시해선 안 됩니다. 잘 품어주고 보듬고 안아줘야 해요. 몸은 자신에게 많은 걸 이야기하고 있거든요. 수백년 동안 마을을 지키던 오래된 나무처럼 말입니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안녕하세요. 이작가야의 말씀살롱(BibleSalon)입니다. 다양한 감수성과 인문학 관점을 통해 말씀을 묵상합니다. 신앙이라는 순례길에 좋은 벗이 되면 좋겠습니다! www.youtube.com

Essay 2016.09.17

[에세이] 진짜 사랑은

나는 너의 무엇을 사랑했던 걸까, 또 나는 신의 무엇을 사랑했던 걸까. 단면 밖에 볼 줄 모르는 우리는, 아직 제대로 된 사랑을 알지 못한다. 사랑이 손에 잡혀 '이것'이라 부르게 될 때, 어쩌면 진짜 사랑은 '그것' 빼고 다른 전부일 지 모른다. 그녀(그)도, 신도.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안녕하세요. 이작가야의 말씀살롱(BibleSalon)입니다. 다양한 감수성과 인문학 관점을 통해 말씀을 묵상합니다. 신앙이라는 순례길에 좋은 벗이 되면 좋겠습니다! www.youtube.com

Essay 2016.09.17

[에세이] 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시인 동주. 이종사촌인 송몽규와 윤동주는 아픈 시대를 살았다. 일제강점기.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했던 두 사람은 국가가 국가를 억압하고, 사람이 사람을 짓밟는 세상을 바라보며 가슴 아파한다. 그들은 시대의 고민과 갈등, 번민을 받아들이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갔다. 두 사람은 만 27세의 젊은 나이, 광복을 몇 달 남기지 않은 상황에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눈을 감는다. 현재의 연세대인 연희전문학교 문과 재학 시절, 시인 정지용과의 대화에서도 볼 수 있듯이 동주를 계속해서 따라다니는 것은 '부끄럼'이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과 세상과 타협하고 굴복하는 일 사이에서 오는 끊임없는 내적 갈등. 그의 이러한 마음을 잘 드러내는 것이 일 것이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

Essay 2016.09.02

[에세이] 그리워하는 마음

좋아하던 무더위와 열대야가 단숨에 사라졌다. 하루 아침에 여름은 갔고 가을도 아닌 겨울을 느꼈다. 여름이 그토록 지나가길 바라도 지나고 나면 그립기 마련이고, 더위가 싫어 겨울을 기다려도 막상 그것이 다가오면 이전 것을 그리워하기 마련이다. 사람이 이렇다. 붙잡으려 해도 결국 놓아주어야 할 것들이 있다. 힘써 그것을 잡으려해도 결국은 마디 사이로 흘러가 버린다. 삶이란 그것을 배우는 지난한 과정인지도 모른다. 사물도, 감정도, 사랑도, 결국엔 나 자신도. 어제 만난 기혼의 내 친구들은 이제 이런 게 뭔지 모르겠다고 한다. 늘 응원한다.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안녕하세요. 이작가야의 말씀살롱(BibleSalon)입니다. 다양한 감수성과 인문학 관점을 통해 말씀을 묵상합니다. 신앙이라는 순례길에 좋은 벗이 되면..

Essay 2016.08.31

[에세이] 우리의 마음이 안녕하기를

삶이 참 고달프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왜 인생이라는 것이 늘 과녁에서 빗나가기만 하는 걸까, 그렇게 느껴지는 응축의 시간이 있다. 누군가 인생이란 폭풍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빗속에서도 춤을 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했는데, 폭풍 속에 오래 있다보면 춤 추는 법을 잊어 버리곤 한다. 어쩌면 고달픈 삶이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고달프게 여기는 내가 있을 뿐. 우리의 삶보다 우리의 마음이 모두 안녕하기를 바라본다. *instagram: http://www.instagram.com/ss_im_hoon

Essay 2016.08.31

[에세이] 존재로 서는 삶

오랜 책에는 떠나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유목민과 같은 삶, 방황하는 삶 등이 떠나라는 말이 내포하는 삶의 다른 표현일 테다. 왜 오랜 책은 자꾸 떠나라 할까? 정착하지 말고 왜 계속해서 떠나라고 그랬던 걸까? 그 함의를 짐작해 보건대, 거기엔 소유의 유혹을 극복하고 끊임없이 존재로 서라는 뜻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사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정처 없이 떠나는 삶을 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내가 아는 분들 중 몇몇은 실제로 그런 삶을 살아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그렇게 살기 너무 힘겹다는 것을 말이다. 좋아하는 선생님의 글을 읽다가 헨리 나우엔이 했던 말과 마주했다. 그는 드러나게 살진 못해도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하늘의 음성을 듣고 공감하며 하늘 뜻에 반응하며 사는 삶을 돕..

Essay 2016.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