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 부산을 등진 역방향 좌석에 앉아 '부산으로 가는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다시 돌아오는 길이다.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 이번에도 서울을 등진 역방향 좌석에 앉아 '서울로 가는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그 때 같은 역방향에 앉아 있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멀어지는 부산을 바라보며 '부산을 떠나고 있구나.'라고 이야기 한다. 멍해졌다. 정작 눈에 보이는 건 멀어지는 서울, 멀어지는 부산이었는데 가야할 곳만 생각하고 있었다. 다가올 것에 대한 기대만 있었을 뿐 떠나가는 것들에 관해 생각해볼 여유가 없었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가 떠나간 과거보다 중요한 것일까? 앞만 보고 산 인생이었구나. 이런 생각이 든다. 아님 그런 사회 속에서 살았다고 말해야 할까. 김재연의 책 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