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작가야의 BibleSalon

Essay 317

[에세이] 영화 ‘Youth’ 그리고 젊음

​“저 산을 봐봐. 젊었을 때는 이렇게 모든 게 가까워 보여, 미래니까. 반대로 이렇게 봐봐. 늙으면 모든 게 이렇게 멀게 보여, 과거니까” 영화, ​​ 영화는 젊음을 이렇게 비유한다. 망원경을 정방향에서 보면 멀리 있는 것이 가까워 보이지만, 거꾸로 잡고 볼 때는 가까이 있는 것마저 멀리 보인다. 영화는 젊음이란 무엇인지, 젊음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상황을 여럿 연출한다. 그곳에서 발견한 젊음의 흔적 몇 가지를 기록해본다. 1. 용기, 감정, 체면: 한 테이블에 앉아 식사는 하지만 며칠 째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는 부부. 결국 먼저 ‘용기’를 낸 부인이 아무 말 없이 식사 중인 남편의 뺨을 때리고 두 사람은 묵혀왔던 ‘감정’을 터뜨리게 된다. 인생 후반부에 접어들고 있던 두 부부는 ‘체면’을 버리고..

Essay 2018.08.20

[에세이] 무엇에 끌리던 시작하라

​사랑의 동기 중 덧없는 것을 다 뺐을 때, 무엇이 남았을까? 육체와 지성과 가진 것들을 제하니, 어떤 사랑할 이유가 남았을까? 그에게는 순수한 의식, 순수한 자신, 존재한다는 단순한 사실 때문에 사랑받고 싶은 욕망이 남았다. 알랭 드 보통,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했고, 있는 그대로 사랑받지 못했다. 그래서 사랑은 늘 미지의 무엇이자 영원한 희구였다. 누군가를 향해 사랑할만하다 말할 때, 대체 그 ‘사랑할 만한 것’은 무엇이었나? 우리가 누군가의 재산이나 연봉, 똑똑함이나 유쾌함, 탄력 있는 몸매나 큰 키에 끌린다고 하면 혹자들에게 아직 사랑을 모른다, 라는 말을 듣거나 혹은 사람 볼 줄 모른다, 라는 말을 듣는다. 그리곤 덧붙여말하길 정말 중요한 건 사람의 성격이라고 말한다. 성격은 마법과 같다. 이..

Essay 2018.08.14

[시] 지독한 고독

​​​​​ 사랑은 지독한 고독인 것을​​​​ 사랑의 명패가 달린 감옥으로 안내받아 갇혀버린 그는 자신의 의지로 탈출을 할 수 없다 사랑이란 이름 하에 사랑하는 이를 옥죄고 벽에 밀어붙여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일 그가 원했던 일이 아니었기에 자신을 탓할 수 없다지만 그렇다면 어느 누가 이 일의 책임자인가 끊어내야 하나 끊어져야 하나 상대를 갖고 싶다는 간절한 열망 하에 하는 모든 행위가 결국 스스로를 지치게 하고 또 그것이 유일한 길이라면 그곳에 있는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외로운 이 고독에서, 설명해 낼 수 없는 이 답답함 속에서, 꺼내줄 이 누구겠는가 구원의 손 길은 어디서부터 향해 와 어디로 향해 가는 것일까 이작가야의 말씀살롱 살롱(salon)에서 성경에 담긴 생명과 평화..

Essay 2018.07.19

[에세이] 이방인이 될 용기

케이가 고백을 한다. "좋아합니다. 제가 당신을 아주, 많이 좋아합니다. " 그리고 더듬거리며 용기를 내 사귀자고 말한다. 수화기 너머 크림의 답이 들려온다. "아직, 누굴 만날 생각이 없어요." 케이는 거절을 당했다. 돌아선 그는 목석처럼 굳어버린 듯하다. 더 나아가야 할까 아니면 물러서야 할까. 애매한 거절에 애매한 상황이 펼쳐졌다. 솔직함! 그게 뭐지? 솔직함은 좋은 걸까 아니면 나쁜 걸까? 나쁘다면 왜 나쁜 거지? 예의를 갖춘 '적절한' 거절이나 호응은 훌륭한 인간관계의 처세술이 맞나? 케이는 우연히 길을 걷다 카뮈의 책 을 줍는다. 집으로 향하는 길목과 지하철에서 무심히 읽다 보니 '뭐 이런 인물이 다 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난해하다. 난해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책 우연이 곧 표지임을 안 ..

Essay 2018.07.13

<삐딱하게 사랑보기> 2. 사랑은 하는 것일까, 하게 되는 것일까?

2. 사랑은 하는 것일까, 하게 되는 것일까? 즐겨듣는 팟캐스트(Potcast)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존경하는 선생님이 담임하고 계시는 ‘교회’의 팟캐스트고 다른 하나는 ‘이동진의 빨간책방’이다. 사랑에 관해 논해야 할 이곳에 웬 팟캐스트 소개인가 싶겠지만 그 이유는 ‘이동진의 빨간책방’에 소개된 책 한권이 오늘 이야기의 중요한 흐름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승우 작가가 쓴 가 바로 그 것이다. 물론 책 홍보를 하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은 ‘왜 지금, 하필 너를 사랑하게 됐을까?’의 물음을 시작으로 기독교 신앙의 한 단면까지 다루고 있기에 꽤 중요한 책이라 느껴진다. 인문과 교양, 신앙을 다루는 이 매거진에 잘 어울리기로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작용’을 심리나 정신의학..

Essay 2018.04.29

[에세이] 같은 세상을 꿈꾸고 있었어요.

"그녀는 선생의 책들을 제게 주며 한번 읽어보라고 했어요. 선생의 책을 읽고, 선생 역시 무의식적으로 우리 둘과 같은 세상을 꿈꾸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전 제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파울로 코엘료, , 문학동네, p.197) 글을 잘 쓰는 사람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잘-쓴다는 건 또 무어냐) 그래서 스스로 그 부러움을 인정하지 못해 대상을 시기하고 질투하기 바빴다. 그 결과는 무시로 나타났다. 넋 놓고 글을 읽다 뒤통수 한 대를 얻어맞았다. 항상 글쟁이들을 경쟁상대로만 여겼지 그들과 내가 같은 세상을 꿈꾸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이다. 시기심이 시야를 가려버린 결과다. 물론 본받고 싶은 대상이나 배우고 싶은 솜씨가 있다는 건 참 좋은 자극제다. 적절한 자극..

Essay 2018.04.25

[에세이] 순간의 사랑아, 머물 수 있는 만큼 머물러주기를

우리는 '봄이 좀더 일찍 찾아온다면 더 오래 봄을 즐길 수 있을 텐데' 라고 말할 순 없어요. 단지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뿐이오. '어서 와서 날 희망으로 축복해주기를, 그리고 머물 수 있는 만큼 머물러주기를.' ​ 파울로 코엘료, 얼마 전, 지인이 SNS에 썼던 글의 한 대목이 생각난다. 함께 사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의 사랑이 영원할 수 없기에, 그 사실을 서로가 모르지 않기에, 그래서 오늘 더 사랑하겠다고. 사랑은 영원하다고 외치는 낭만적 사랑의 홍수 속에서 그 이야기가 현실과 환상 사이를 가로지르고 있는 것을 느꼈다.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 아니, 사랑은 영원하지만 우리의 사랑이 영원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그 ‘순간’에 사랑해야 한다. 마찬가지 사랑은 앞당길 수도 없다. 사랑..

Essay 2018.04.15

[에세이] 두 개의 우주

나는 두 여자다. 한 여자는 기쁨, 정열, 삶이 그녀에게 제공해 줄 수 있는 모험들을 맛보길 갈망하고, 다른 한 여자는 진부한 일상, 가족적인 삶, 계획하고 완수할 수 있는 자잘한 행위들의 노예가 되기를 갈망한다. 나는 한 몸 속에 살면서 서로 싸우는 주부이자 창녀이다. 한 여자에게 자기 자신과의 만남은 심각한 위험을 안고 있는 하나의 게임이다. 신성한 춤이다. 우리가 만날 때, 우리는 두 개의 신적 에너지, 서로 충돌하는 두 개의 우주다. 그 만남에 서로에 대한 경의가 부족하면, 한 우주는 다른 우주를 파괴한다. 파울로 코엘료, 모험과 안정, 두 가지 길이 우리 안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두 선택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며 산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알아채지 못해도 자신은 잘 아는 것이 있으니 우리..

Essay 2018.04.10

[에세이] 우리는 미지의 그 무엇을 추구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는 항상 베일에 가린 법이다. 결혼을 원하는 처녀는 자기도 전혀 모르는 것을 갈망하는 것이다. 명예를 추구하는 청년은 명예가 무엇인지 결코 모른다. 우리의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항상 철저한 미지의 그 무엇이다. 밀란 쿤데라, , 민음사, p.202 나는 고상한 사람일까? 이런 시답지 않은 질문을 던지는 걸 보니 또 ‘진지 열매’를 삼켰나 보다. 어쨌든 다시. 사람은 고상해지고 싶다 하여 스스로 고상해질 수 있는 존재일까? 한 여성 앞에서 진짜 원하는 바만 쏙 빼고 에두른 이야기만 하고 있다. 그러다 본심을 들키기라도 하면 화들짝 놀라 당황해한다. 마치 그런 생각을 한 적 없다는 듯이 말이다. 물론 그 여성 앞에서 진짜 하고 싶던 이야기는 은밀한 이야기들이다. 생각이 ..

Essay 2018.03.29

[에세이] 아직도 그때 그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가?

우리의 생각이 잘 바뀌지 않는 이유는 주변 사람들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의식이 바뀌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가 어울리는 사람들이 바뀌었는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다. 아직도 그때 그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면, 그의 생각은 아직 그대로인 거다. (지리적 편중과 의식의 편중 中) 이런 거창한 담론 때문에 시작된 여정은 아니었다. 돌아보니 ‘그랬구나’라고 느꼈을 뿐이다. 서서히 가까워진 한 무리와 갑작스레 가까워진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떠오른다. 지금도 그들과 허덕거리지만 유쾌한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와 장소가 줄어들고 있다. 물론 솔직히 말하면 그런 기회와 장소를 마련하는 게 귀찮다. 새로움에 쓸 에너지가 없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꼬장꼬장..

Essay 2018.03.24